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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존재와 쓰는 존재 사이, 시작된 X의 헌신
읽는 존재와 쓰는 존재 사이, 시작된 X의 헌신
  • 안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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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북스 대표 유재건의 말

 

[8월호] 세상 좋아졌다. 그렇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상살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누구나 마음껏 제약 없이 글을 쓰고, 내보일 수 있게 된 것. 그럼에도 여전히 아무나 책을 내진 않는다. 아직도 책 만드는 일은 글을 쓰는 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치부된다. 이로써 깨지지 않는 또 하나의 프레임이 존재하게 된다. 더 이상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출판인이 되도록 돕는다. 출판업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출판사 엑스북스, 출판문화공간 엑스플렉스를 이끄는 유재건 대표를 만났다.

 


 

미지수 X의 함의

첫 질문으로 왜 엑스북스xbooks인지 물었다. 예상을 빗나가진 않았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유재건 대표의 답이다. “미지수 x와 책을 결합해 만든 이름이에요. 무엇이든 미리 규정짓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해보자는 뜻도 있고요.”

2014년 9월, 출판사 문을 열고 3년 동안 15권의 책을 만들었다. 첫 번째 책은 『왓더북』으로 엑스북스의 정체성을 담았다. 작가, 기자 이외에도 요리사, 한의사 등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해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 대표의 말이다. “책에 대한 개념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각자 자기 업이 무엇이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죠.”

엑스북스의 책은 그렇다. 읽기와 쓰기를 권하고 유발한다. 『해리포터 이펙트』만 보더라도 흥미진진하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고 자란 세대가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해 해리 포터를 자기 전공과 연결해 쓴 글을 묶었다. “『해리포터 이펙트』는 특정 분야의 관심 깊은 이른바 마니아들이 자기 경험을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든 좋은 사례에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매력적으로 볼까’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면 점점 더 글쓰기가 어렵게 되죠. 그래서 글들이 비슷비슷해지는 거고요. 무엇을 하나 먹든, 보든 남들과 전혀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것이 첨가되면 굉장히 매력적인 것이 탄생하거든요.” 유 대표의 말이다.

『해리포터 이펙트』가 무엇을 쓸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이 될 수 있다면, 『감정 노트북』은 어떻게 쓸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안내서로써 워크북 형태를 갖췄다. 감정에 집중하고, 글로 써봄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한다. “한 줄 한 줄 여러 감정을 쓰도록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책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존 책의 문법을 거슬러서 좋았다고 봐요. 또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고요.” 유 대표의 말이다.

방법론에 관한 책도 있다. 매체의 변화를 보여주고, 미래의 글쓰기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를 비롯해 유재건 대표가 직접 쓴 『출판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에서는 출판의 미래가 가능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탐구한다.

 

미지수 X가 뻗어나가는 공간

엑스북스가 하는 일이 책으로 하는 각성이라면, 엑스플렉스X-PLEX의 존재, 그리고 운영은 실천으로 옮겨진 새로운 시도이자 동시에 결실이다. 플렉스PLEX는 출판Publishing, 강의Lecture, 교육Education, 세미나Xeminar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출판하고 싶은 사람, 출판을 통해서 자기를 알리거나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 출판과 관련된 모든 일을 상담 받고, 조언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나 왜 만들었느냐고 물었다. “예전에는 소수의 지식인이나 명망가들이 미디어를 독점했다면 지금은 국민 누구나 자기 글을 언제 어디서나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출판인으로서 출판과 관련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 대표의 말이다.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전 공식 프로그램인 ‘책의 발견 전’ 전시에 초청돼 “당신이 작가가 되기 100일 전”이라는 콘셉트로 7종의 책을 선보이며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정작 물어볼 데가 없거든요. 이미 출판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생각한 게 글쓰기와 책 쓰기 교육을 통해 만인이 작가가 되고 저자가 될 수 있도록 해보자 한 겁니다.” 유 대표의 말이다.

엑스북스가 일반 출판사랑 다르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순히 책을 만들어 파는 사업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을 업으로,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체의 속성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출판계가 선순환하려면 독자보다 작가를 키우는 게 더 생산성 있는 노력이라고 확신해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책을 쓰다 보면 어느 부분 막히거든요. 그러면 책을 찾아보게 되어 있어요. ‘남들은 어떻게 쓰나’ ‘이 지식이 부족한데 어떻게 충족시키나’ 고민하면서요. 그래서 좋은 작가가 곧 좋은 독자예요. 작가를 만들면 자연히 독자는 늘어나게 되는 거죠.” 유 대표의 말이다. 그러려면 직접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엑스플렉스와 같은 공간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재건 엑스북스 대표
유재건 엑스북스 대표

유재건 대표의 프레임

그는 꽤 오랜 기간 사회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를 운영했었다.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엔 다소 어려운 학술서를 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어떤 이유에서 일종의 출판 플랫폼을 만들게 된 건지 보다 원론적인 이유가 듣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가 출판인으로서 추구해 온 지향점을 들을 수 있었다. “지식을 매개로 한 사람살이에 어떻게 개입할까, 지식은 사람과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며 20여 년 동안 ‘위에서부터의 계몽’ 형태로 사회과학 분야 책을 출간했어요. 그러다 IMF 이후에 지금과 같은 방식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둘은 결국 만나게 돼 있더라고요. 철학 강좌를 열고 있어요. 글을 잘 쓰려면 일상과 사람을 섬세하게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철학을 경유하지 않고 힘들거든요.” 유 대표의 말이다.

결국 그의 말과 언어는 사람살이에 끼어들어, 그들의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고 싶다는 의지로 읽혔다. 유재건 대표가 그리는 엑스북스와 엑스플렉스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까 물었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하고 싶은 일은 매우 많아요. 독자와 저자를 직접 만나게 하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서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어요. 의도대로 잘 되서 힘이 쌓이면 출판을 매개로 하는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대안대학과 같은 곳을 만들어서요. 어떤 방식으로든 책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놀이의 도구가 되고 자기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지금은 책을 너무 무겁게 대하는 것 같아요. 지식을 예로 들어볼까요. 예전에 비하면 지식이 아주 가벼워져서 <알쓸신잡> 같은 TV 프로그램이 굉장히 인기인데, 제가 볼 때 여전히 책은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벌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글을 읽고 책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데 엑스플렉스와 엑스북스가 한몫하고 싶어요.” 유 대표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 동안 출판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앞으로 출판계가 어떻게 변화해야할 지 물었다. 유재건을 대표를 만난 진짜 이유가 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묘안을 공유하고 싶었다.

“우선, 기술의 진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종이책, 전자책 등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 그만하고요. 기술의 진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다는 것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구글이나 애플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구글은 기술을 마음껏 구사하면서 독자들 생활 속으로 다 파고들어서 생활이 되었잖아요. 그런데 출판은 여전히 먼 거리에 있어요. 이를테면 아마존이 에코 시스템으로 각 가정을 지배하려는 것처럼 출판은 어떤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삶을, 지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인간은 언어를 쓰는 권리를 가지는 존재여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자기 강점을 놓치고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는 더 기술화되어야 하고, 이노베이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깨서 변화해야 한다는 거죠. 가격 면에서도 공짜에서부터 초고가까지 다양하게 고민을 하고요. 말은 쉽지만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은 쉬운 게 아니라 실제로 해보면 된다고 봐요. 자기가 할 줄 아는 것만 계속하는 것이 저는 문제라고 봐요. 법이라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어서, 도서정가제 이 법으로 출판사는 더 출판을 잘하게 되고 독자는 더 적정한 가격에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요? 누구든지 과연 그런가를 늘 물어야 하는데 묻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문제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이 늘 독자 곁에서 그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있는가? 이것을 물으면 출판은 훨씬 더 산업다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까지가 유재건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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