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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 본질을 꿰뚫는, 책 쓰는 학자 조지 레이코프
언어 속 본질을 꿰뚫는, 책 쓰는 학자 조지 레이코프
  • 안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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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내 것이어야 한다

[8월호]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표현한 ‘모자 그림’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설 속 화자가 그린 모자의 본질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었지만 막상 코끼리의 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이미지에서는 모자로밖에 구분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건조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들에게는 항상 설명을 해주어야 해.”

그들이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모자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저런 모양으로 생긴 건 모자 밖에 없다는 강력한 프레임, 단단한 틀의 지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언어학자는 인지과학 분야의 개념이었던 프레임을 현실 정치로 끌어와 활용하며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불리게 됐다. 그는 단단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는 진부한 주장이 아니라 바로 그 프레임의 원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 언어학 교수 조지 레이코프가 주인공이다. 그도 『어린왕자』를 읽은 것일까? 그의 대표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의 코끼리가 비록 어린왕자 속 그것은 아닐지라도 이 지점에선 잠시 흥미로운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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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프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치적 논쟁을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데에 인지언어학을 응용하며 다양한 프레임 관련 도서를 출간했고, 이를 통해 진보진영의 적극적 조언자로서 미국 현실 정치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기고 싶다면 공화당의 가치가 담긴 프레임에 걸려들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담은 ‘진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기본 바탕이다. 지난 2015년, 초판 발행 10년 만에 출간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전면개정판에는 현실의 정치 예시가 더욱 풍부해졌다. 우월한 프레임을 구성해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후 민주당은 왜 또다시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했는지를 밝히고, 그 방안을 탐색하는 등 새롭게 발생한 사례를 다수 접목해 더욱 고차원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코미디언 지미 킴멜의 쇼가 보여준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법’이라는 단어에 보인 로스앤젤레스 거리 행인들의 선호도 결과는 정치적 프레임에 나타나는 인간의 반응이 굉장히 시각적으로 드러났다. 두 단어가 가리키는 정책은 사실 같았지만 보수진영이 이름붙인 ‘오바마케어’는 시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부여하며 지지를 하지 않게끔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

지난해 벌어진, 아니 사실 터져버렸다고 표현해도 좋을 ‘그 일’을 두고 한국 사회를 관통한 자조 섞인 유행어다. 당시 대통령을 둘러싸고 촉발된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는 이 같은 유행어가 차츰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국민들로 하여금 ‘나라답지 못한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수없이 인정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기호 1번 대선후보가 내세운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은 어쩌면 사태의 해결사 자리를 효과적으로 선취하는 적합한 프레임일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사실 레이코프가 설정한 프레임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언어와 경험을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기초적 질문의 답을 ‘은유metaphor’라는 단어에서 찾았다. 그리고 철학자 마크 존슨과 함께 쓴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은유의 본질이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시간은 돈’ ‘사랑은 여행’ ‘문제는 수수께끼’와 같은 은유를 통해 언어, 개념, 단어 등을 보다 깊고 빠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레임 너머에 있는 진짜 의미, 은유로서 표현하는 언어가 가리키는 바는 무엇인가? 이를 통해 그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을 살피고자 하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본질. 본질이란 인간이 마주하기 가장 두려운 영역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책은 직접정치 문화에 입문하는 시민들에게 필독서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나라가 나라답길 원하는 시민들의 속내를 ‘부디’ 궁금해 할 모든 입후보자들에게 필독서라고 말한다면, 이기는 프레임일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합니다. 일찍이 닉슨은 그 진리를 뼈아픈 방식으로 깨달았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후 한창 사임 압력을 받던 당시의 일입니다. 이때 그는 TV에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 상대편의 언어는 어떤 프레임을 끌고 오는데, 그것은 내가 원하는 프레임이 아닙니다.

책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원리에서 출발한다. 10주년 전면개정판은 전체 10장으로 구성된 초판에서 두 장이 삭제되고 여덟 장이 추가됨으로써 절반 이상이 새로운 내용으로 확장됐다. 그동안 발생한 다양한 현실 정치 사례를 접목해 초판에서 설명한 이론을 보다 넓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기술한 것이다. 세금, 담배소송 등을 둘러싼 미국적 맥락을 한국의 상황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는지 상세하게 다룬 해제 원고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기는 프레임』

생각정원 | 2016년 2월

 

민주당이 잠자는 동안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은 자신의 수를 둔다. 그들은 모든 범위의 쟁점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 공적 토론의 프레임을 짠다. 그리고 일단 공적인 사고를 자신의 방식으로 장악하면, 그들은 언론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후보를 당선시키고, 자신들의 입법안을 통과시키고, 새로운 현재 상황을 창조할 수 있다. 

레이코프는 이 책에서 진보주의자들이 그들 자신이 가진 도덕적 관심사로 공적 담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주의자가 구조를 짜놓은 토론에 참여하고 있음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쟁점으로 간주되는 것은 정치적 행위자들, 즉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보통 시민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의 표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를 적확히 표현한 프레임을 구성해야 함을 밝히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삶으로서의 은유』

박이정 | 2006년 11월

 

우리는 인간의 사고 과정의 대부분이 은유적이라고 주장하려고 한다. 이것이 인간의 개념체계가 은유적으로 구성되고 규정된다는 말의 의미이다. 언어적 표현으로서 은유가 가능한 것은 바로 인간의 개념체계 안에 은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은유는 언제나 은유적 개념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가 실용서라면 이 책은 같은 내용을 보다 학문적으로 담은 개론서다. 은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의 중심 이론은 언어학적, 철학적으로 봤을 때 아주 새로운 내용이다. 책에 따르면 은유는 마음의 기제이다. 즉 은유는 경험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삶으로서의 은유’라고 명명할 수 있다. 은유, 개념체계, 구조 등을 키워드로 수많은 일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관련 학문 전공자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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