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8 13:37 (화)
캐비넷 출판사 김희재 대표
캐비넷 출판사 김희재 대표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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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장인’이 나타났다

[12월호] 나타났다고 하기엔 지금껏 ‘이야기 판’에 남긴 그의 흔적이 너무 선명한가. 영화 ‘실미도’, ‘홀리데이’, ‘공공의 적2’ 등 소위 선 굵은 영화라 평가받는 국내 인기 영화들의 각본을 맡았던 김희재 작가가 출판계로 영역을 넓혀 이야기 장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미 스토리 전문 기업 올댓스토리 대표로 10여 년간 활동했던 김 작가의 출판계 이름은 스토리 매니지먼트 <캐비넷>이다. 끊임없이 쿵쾅대는 소리가 가득한 그의 캐비넷 문을 열었다.

 


 

출판사, 캐비넷

올댓스토리는 창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출판 브랜드 캐비넷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어떤 출판사며, 무엇을 하려 하는가

올댓스토리는 스토리전문 기업이고 이름에 굉장히 많은 게 담겨져 있어서 듣는 이가 잘 기억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는데, 새롭게 시작해야 할 사업 중 ‘스토리 매니지먼트’ 분야를 캐비넷 출판사라는 브랜드명이 맡기로 한 거죠. 올댓스토리는 그 안에 너무 여러 가지가 있었고, 조금 특화해서 ‘캐비넷’을 만들었다고 보면 돼요.

올댓스토리와 캐비넷의 설립 이유는 사실 같아요. 이야기가 영상화가 되는 과정에서, 처음 이야기로 태어났다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아무에게도 읽혀지지 않은 채로, 심지어 계약 관계 속에서 논의되다가 사라지는 것들도 많고요.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올댓스토리를 시작했던 것이었어요. 작가가 이미 가슴에 품었던 그 상태의 이야기가 세상과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그에 더해 영상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맞게 하는 거죠. 자본을 제공하는 쪽에서도 더 안심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발탁할 수 있고요. 그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자는 게 올댓스토리고, 그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캐비넷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읽는 영화, 소설을 잘 만들어 영상화의 길로 갈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진제공 캐비넷
사진제공 캐비넷

캐비넷의 작업들

캐비넷이 풀어내고 있는 스토리를 살펴보면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하드보일드, 로맨스 작품들이 많다. 작품 선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영상화가 가능한 작품들이죠.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 장르문학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현시대와 창작자가 주고받은 피드백 속에서 만들어진 사이클이 이뤄지기 때문에 결국 시대성을 유지해야 해요. 그러지 못한다고 하면 의미가 없고요. 그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어요. 동시에 저는 작품으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갖추길 바라요. ‘장르적 재미를 준다’는 말로 문장이 너무 성숙되지 못하거나 시대에 관한 사고나 깊이가 숙성되지 못한, 소위 날것의 상태가 아니길 바라는 게 이 프로젝트 사업을 같이 해내가는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아직까진 독자들이 국내 장르소설보단 해외 장르소설을 더 찾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비넷은 국내 작가 작품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앞서 영상화 되지 못하고 사장된 많은 이야기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통로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요. 장르소설을 대중화시키거나 출판사의 명성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의 작가들에게 길을 여는 게 저의 역할이지 장르소설의 명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국내 작가로만 국한하고 있진 않아요. 우리나라보다 영화 산업이 뒤쳐져 있는 국가의 작가가 쓴 장르소설이 시나리오로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수입해 출판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르소설가로서 이미 자리를 굳힌 작가들의 해외 작품을 굳이 들여와서 출판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작가들과 ‘협업’ 개념으로 일을 하며, 소속 작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작가들을 어떤 방식으로 발굴했는지 궁금한데

2004년에 추계예술대학교(추계예대) 영상시나리오학과 교수가 됐어요. 학과 자체도 당시 처음 문을 열었던 시점이었고요. 제가 스토리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 2008년인데, 2004년에 입학한 영상시나리오학과 1기 학생들의 졸업 시기와 비슷하게 됐죠.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등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된다”라고 명확히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는 게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 그러한 작가가 될 수 있을 만한 관련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았고 지금보다도 더 기회랄지, 나름의 신화창조가 없었던 상태였고요. 이야기 작가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이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쳐서 작가가 되게 하려고 하면 뭔가 시스템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소속 작가들은 물론 지금까지 올댓스토리를 거쳐 간 작가들 중에 추계예대 출신 학생들이 많게 됐네요.

요즘은 여러 관련 기관에서 조금씩 작가 발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끔 제안하고 있는데요. 이야기 작가 육성처럼 도제 방식으로 인재를 키울 수밖에 없는 영역을 어떻게 프로그램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해서, 몇 명의 교수들과 모여 창의 인재 동반 사업이라는 사업 설계를 했어요. 이러한 내용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안했고, 저희 업체가 시험사업을 했죠. 그 사업이 정착되어서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이로써 모양을 갖춘,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르치는 학생 중에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고 봐요.

 

대표 혹은 작가 김희재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이전에 만화 스토리도 창작한 것으로 안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장르소설에 집중하게 된 계기에 어릴 때 읽었던 만화들이 영향을 미쳤나

그럼요. 저는 만화를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휴일이나 연휴가 길 때 5~6시간동안 만화 카페에 가서 라면 먹으면서 만화를 보기도 하고, 꾸준히 구입해 소장하는 만화책도 있어요. 특히 정말 잘 만들어진 장편만화 같은 경우, 저는 문학작품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많은 자양분이 되었고요.

예를 들면 『의룡』이라던가 『스완』 같은 만화가 있는데요. 『의룡』은 스토리 작가가 실제 의사 출신이고, 무용을 했던 저로서는 『스완』에서 다루고 있는 무대 이야기를 봤을 때 정말 방대한 자료 조사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제 딸이 유학을 가서 대학 1학년 교양과목으로 들은 게 만화 관련 강의였는데요. 첫 시간에 주제 만화로 소개된 게 『바쿠만』이라는 만화였죠. 『바쿠만』을 보고 만화를 설명했다고 할 만큼, 만화의 세계에 관해서 전문성이 상당한 만화예요. 이렇듯 하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전문성을 갖추고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해야 하는지 자극을 주는 매체가 만화라고 생각해요. 작가 한사람의 창의성, 화려한 문장력으로만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발로 뛰고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취재하며 경험해보는 노력이 저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줬어요. 또한 담고 있는 이야기 의도가 강하고 공고하기 때문에, 만화란 더욱 대단한 매체라고 생각하고요.

 

스토리텔링에 대해 많은 강연을 했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전하고 싶은지

스토리텔링, 창작, 스토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함께 말해야겠네요.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건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거예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란 상대방으로 하여금 움직임을 발생하기 위해서라는 것인데요. 말을 할 때나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모든 것은 그 상대방에게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에요.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건 감정과 액션이고요. 명령을 하고, 어떨 땐 다양한 방식으로의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돈을 주는 등의 방식이 주어져야 어떤 결과로서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죠.

가장 지속적이고, 가장 자발적인 무브먼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제조건이 바로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감동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요.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바탕에 공감이 있다는 것이 제가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할 때 대전제가 돼요. 예를 들어 고객을 움직여야 하는 마케팅이나 캠페인 같은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요청받을 때가 있어요. 그러한 작업은 작가들에게 과정 자체를 간단하게 가르칠 수 있겠지만 작가 자신이 펼칠 고유의 이야기를 창작할 때는 ‘그 고유의 이야기’가 가져야 할 내용에 대한 가르침은 이야기가 달라져요. 대개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나이가 어린 작가 지망생들이 많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을 이야기 할지’가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경우가 많죠. 그 순간에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가 상실돼 있기 쉬운 거예요. 그걸 찾는 과정이 아주 오래 걸리는 거예요. 그럴 때 “네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반드시 나누고픈, 나눠야 할 철학이나 가치가 없으면 작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해요.

이외에도 글을 쓰는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약속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간에 대한 예절과 긍휼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피력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없는 작가, 인간으로서의 예절이 없는 작가는 글을 쓰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만족적인 글쓰기를 지양하고,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작가의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작가의 글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어요.

 

단순히 시나리오, 극본, 대본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감동시킬 이야기를 짓고, 모으고, 잔치를 벌이는 마당이라고 했다. 사업체 대표이자 작가 김희재에게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야기의 힘은 아주 놀랍죠. 인간은 보통 ‘정보’에 의해 모든 걸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감정적인 판단을 많이 하고, 그 감정을 일으키는 건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특정 정치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과정에도 그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경우가 되는데요. 인간은 궁극적으로 이야기에 의해서 많은 희노애락을 느끼기 때문에 저는 이야기야말로 정말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는 건 대개 이야기를 통해서거든요. 아무 것도 없음에도 ‘우리는 잘 될 거야. 이렇게, 저렇게 될 거야’라는 희망을 품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수 있는 단초에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야말로 이야기의 힘을 정말 확고하게 믿고 있는 거죠. (웃음)

 

이렇듯 ‘이야기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일로, 앞으로 이 일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사회에 어떤 몫을 담당하고 싶나

저는 그저. 젊은 창작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가난해요. 다른 분야에서도 가난한 인력들이 많지만,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을 살펴봤 때, 협업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음악을 한다고 하면 그래도 완전히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엔지니어 한명이라도 있어야 하고, 편곡의 과정은 협업을 할 수 밖에 없어서 교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죠.

이야기 만드는 창작자들은 가난하고 고독해요. 그리고 소위 인풋Input되는 양이 정말 많단 말이에요.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많이 기우릴 수 밖 없고요. 만화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자료조사의 일환 내지는 작품 구상을 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스크랩해야 하고, 체크해야 되니까요.

그렇게 홀로 작업하다 보면 불행감이란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본인이 그려내는 세상과 자신이 실제 처한 현재의 삶이 비교되는 경우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그 시간을 좀 줄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는 거예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지금까지는 작가 지망생이나 신인 작가들이 완전한 ‘상품’을 만들어 선보이기 전까지 그 누구도, 어떠한 대가도 주지 않았어요. “네가 드라마 16부작을 써. 그러면 돈을 줄게.” 시장은 그래왔어요. 그 16부작의 작품을 쓰기까지 작가들이 겪어야 하는 단계에 관심을 갖지 않은 거죠.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이 단계를 분절하자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시장 자체를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할 때로 옮기자는 거죠. 그들이 가진 조금의 창의력부터 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다소 다듬어지지 않았고 발굴되지 않은, 오랜 시간의 기술적 수련이 필요하지만 젊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그 대가가 창작자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말이에요. 이런 것 때문에 올댓스토리를 시작한 거였거든요.

예를 들면 저작권법 같은 경우, 일정 분량 이상이 되지 않으면 ISBN에 아예 접근이 안 되는 면이 있는데요. 저작권법이 커버하지 못하는 이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어떤 형식으로든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제가 이야기 산업을 ‘독자 산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이야기 산업 관련 법안이 꾸준히 논의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예요.

‘이야기’의 법적 개념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과연 이야기란 어느 상태부터 이야기라고 규정할 수 있고, 보호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논의 말이죠. 여러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 또한 모여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제가 은퇴하기 전에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일, 그러한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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