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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요일, 스마트폰으로 詩가 배달됐다
오늘은 시요일, 스마트폰으로 詩가 배달됐다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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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공 창비

[12월호] 무려 11만 건 다운로드했다고 한다(11월 13일 기준). 인구 수로 따지자면 지방 소도시 정도 되는 규모의 지역 주민 전체가 바로 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받은 것이다. 웹과 앱, 스마트기기 등 IT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급격한 위기를 겪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역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돌풍’의 주역이 된 출판사의 참으로 흥미로운 ‘사건’이다.

 


 

그림제공 창비
그림제공 창비

지난 봄, 우리들이 매순간 사용하다시피 하는 스마트폰에 새로운 선물이 날아들었다. ‘도서출판 창비’로 친숙한 (주)창비가 내놓은 일명 ‘시’ 앱, <시요일>이다. 책 만드는 곳에서 앱을 만든 것도 신선했는데 사실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었다고 여긴 콘텐츠, 시를 선택했다고 하니 또 의외였다. 그런데 이러한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요일>의 다운로드 그래프는 그칠 줄을 몰랐다. 결국 4월 10일 론칭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10월 12일, ‘10만 건 다운로드’라는 빅 뉴스를 만들어냈다.

<시요일>은 최초, 최고의 시 앱 북Book을 표방하며 3만 3천여 편의 시를 담고 나타난 독서·문화 플랫폼이다. 비교적 입지가 줄어든 시문학이야말로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스마트폰, 태블릿 PC, SNS에서는 오히려 가장 최적화된 예술이라는 역발상으로 앱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시’가 무엇인가? 짧은 분량에 누구나 ‘심쿵’하게 하는 심장 저격 한 구절이 담긴 문학이 아니던가. 창비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앱을 다운로드만 해도 다양한 콘텐츠 ‘큐레이션’과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날씨와 계절 등에 맞는 ‘좋은 시’를 엄선해 배달(푸시)해 주니 출근 길 헛헛한 마음 한 쪽을 저절로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맞춤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앱에 탑재된 시 중 총 94%의 작품을 이용자들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자의 1만 명(10%) 가량은 해외 거주자. 중국, 미국, 일본 거주자의 이용이 가장 많았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캐나다, 뉴질랜드, 대만 등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용이 이어졌다. 기존 종이책 시집 독자가 30~40대 여성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면, <시요일> 이용 연령층은 20대(14.4%), 10대(6.4%)가 높고 30대와 40대가 뒤를 잇는 편이다. 성비 또한 남녀 4:6의 분포를 나타내 종이책 시집을 기준으로 봤을 때의 남성 이용률을 상회했다.

<시요일> 팀은 2018년에 컴퓨터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대로 책을 만들어주는 PODPublish On Demand를 기획하고 있다. 시요일이라는 플랫폼이 POD가 되면 더 정확한 정전은 물론 다양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비 측은 “<시요일>은 표면상으로는 앱이 전부이고 그중 현재 구현되는 건 극히 일부다. 향후 POD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에 보다 거대한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일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요일>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 중 하나가 바로 ‘테마별 추천 시’이다. 아내에게 전하는 시, 네가 벌써 결혼을 하다니, 시가 낯선 그대에게 … 현재 앱에 탑재돼 있는 다양한 테마별 추천 시 중 ‘딸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테마의 시 한 단락을 소개해본다. 국가 재난으로 본의 아니게 여러 번 불안을 감내해야 했던 1999년생들의 청소년들을 비롯해 지난 11월 어렵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자녀를 둔 학부모, 또 다른 어른들에게 귀띔하는 좋은 시라고 본다.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 참 좋은 말중에서 천양희 지음

Spot Interview : 박신규 편집전문위원 · 전병욱 디지털사업팀장

“매일 시를 읽는 삶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시인이기도 한 박신규 편집위원이 주된 기획을 했다. 왜 ‘시’였고, 왜 ‘애플리케이션이었나

박신규_ 출판계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콘텐츠를 어떻게 대중에게 어필할까, 리뉴얼을 어떻게 해야 할까’가 큰 화두였어요. 점점 전통적인 종이책 콘텐츠를 찾는 대중은 줄어들고 있고, 웹 기반과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소비가 이루어지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으로 바뀌다 보니 점점 더 볼 건 많아지고, 순식간에 소비할 것도 많아졌죠. 전철 한 칸에 책 읽는 사람 없잖아요. 저는 이동할 때 한 명 발견하는 것도 어렵던데요. 이런 시대에서 시는 단문 콘텐츠니 용이하죠. 그렇다고 대중이 단문 콘텐츠라도 너무 짧거나 휘발성 있는 걸 원하지는 않아요. 문화적 소양이 있는 대중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수준 높은 콘텐츠를 원하고요.

저희가 출판을 하지만 시집의 경우는 중쇄 찍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창비 시선>은 1975년에 출발해서 그 시작이 문학과지성사나 문학동네보다 훨씬 전이에요. 전통적이고 오래된 대표 콘텐츠가 <창비 시선>이죠. 그런데 소비가 줄어들면서 시집이 대부분 초판 출간에 그쳐요. 2000부, 3000부 찍으면 그게 다 소비가 안 되고 재고로 남고 시간이 흐르면 1970~80년대 시집은 절판 상태가 돼요. 헌 책방에서 구하려고 해야 구할 수가 없고요. 1년에 몇 부 안 나가는데 그걸 중쇄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역사성, 콘텐츠에 대한 소비 패턴, 이런 복합적인 것들을 고려해서 ‘시를 한 번 살려보자’ 싶어서 출발하게 됐어요.

사실 시간은 굉장히 많이 걸렸어요. 옛날에는 활자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처럼 인디자인과 호환이 안 되는 조판이 많아요. 인디자인 적용한 지가 불과 몇 년 안됐으니까요. 지금 <창비시선>이 416번까지 나왔는데, 그중 300권 정도 해당하죠. OCR 방식(빛을 이용해 문자를 판독하는 장치)으로 ‘오자’를 찾아내고요.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검사를 해도 정확도가 떨어져요. 현재 <시요일>을 사용하는 분들은 지금 이 구절이 맞는 건지, 단어가 맞는 건지 오자 지적을 해주세요. 독자들이 반영을 해주면 그게 정전正傳이 돼요. 예전 종이책 시대는 초판 2000부 찍으면 그 책에 오류가 있어도 수정할 수가 없잖아요. 이건 그 반대예요. 많은 이용자들이 오자 지적을 해주 면 그게 정전이 되죠.

 

‘시’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박신규_ 시에 대한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시에 관한 플랫폼이 없었던 거죠. 전통적인 종이책 시장은 줄어들고, 새로운 세대는 종이책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앱도 있고 다른 것도 많은데 굳이 종이책을’ 이런 생 각도 많았을 테고. 그런데 갑자기 시요일이라는 플랫폼이 등장한 거예 요. ‘시에 대해서 간편하게 푸시를 해주고 큐레이션 해주네’ 이런 느 낌이 들지 않았을까요? 단순히 10대, 20대가 높은 이유는 앱에 가장 익숙한 세대한테 시를 제공했기 때문이에요. 시라는 게 원래 그렇잖 아요. 읽다 보면 뒤돌아서 다시 생각나게 하고, 좋은 구절은 친구나 가 족한테 선물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들과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요? 후기 중에 게임중독자 대학생인데 시를 이렇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는 글도 있어요.

 

인간에게 ‘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요일 애플리케이션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거라고 기대하나

박신규_ 하루에 시 한 편 읽는 일상과 그렇지 않은 일상은 엄청나게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너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어서 사회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뉴스에 나오고 폭력도 많은데, 출근하는 전철에서 입동立冬의 시를 읽었다고 쳐요. 삶은 지금부터라는 내용의 시를 읽는 사람, 실연당해서 굉장히 아픈 사람이 이영광의 「높새바람같이는」을 읽었다면, 그 사람들의 정서적 깊이는 시를 읽지 않은 사람들과 굉장히 달라요. 눈에 띄진 않아도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게 일상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개인 일상에서 돈이 되는 일에 계산만 하다가 정서적으로 사고를 깊게 하는 시 한 편 읽는다는 건, 나비효과보다 더 좋은 파장효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실 시의 위력이고요. 시를 읽는 행위 자체를, 서점에 가서 책을 주문하고 이런 것만이 아니라 아주 간편하게 앱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전병욱_ 저는 사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를 자연스럽게, 많이 읽게 됐어요. 아무래도 디지털사업팀장이다 보니 출판사에 있으면서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뤘거든요. 그런데 <시요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를 자주 접하다 보니 집에서도 <시요일>을 자꾸 열어보게 돼요. 시 소비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거잖아요. 소설에서 한 문장이 주는 효과와는 다르거든요. 자주 읽다 보면 어떤 시에서 행갈이가 갖는 의미, 그게 전달해주는 메시지, 기술에서 오는 차이가 다르다는 것도 느끼게 되고요.

 

텍스트보다 영상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대다. 텍스트를 생산하는 출판사 입장에서 향후 이를 어떤 방식으로 타개해 나갈 것인지 논의되고 있는 바가 있나

박신규_ 영상이 많이 소비되고 있는 사회이긴 하지만 영상만 소비되지는 않아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봐도 단순히 영상만 가지고 돌아 가고 있지는 않거든요. 손글씨도 많이 들어가고, 짧지만 텍스트도 많이 소비되고 있죠. 영상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것과, 소비의 영역이 있다는 건데요.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영역으로 봐요. <시요일>이 그런 방향으로 소비되는 건 굉장히 좋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그냥 움직이는 거, 들리는 거 외에도 짧게라도 독서할 수 있게 소비되는 건 좋은 일이죠. 영상이야 저희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는 거니까, 여러 가지 발전 가능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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