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01-08 18:44 (월)
작은 도서관이 꾸는 큰 꿈,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꾸는 큰 꿈,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
  • 안선정
  • 승인 2017.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호] 영어, 다행히 수학만큼 싫지 않았다. 그러나 환영하기엔 녹록치 않은 상대였다.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것이 공부 아니던가. 십대의 성공적인 마무리, 호기롭게 이십대의 문을 열기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도 영어는 극복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세월이 흘러 주변을 둘러보니 영어 학습의 사회적 요구는 줄어들 줄 몰랐고, 능력치 정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안타까운 건 이 또한 학습 영역이라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선 결국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교육방송EBS 역할이 커지고, 유튜브를 통한 학습이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효과적인 공부를 위해 ‘반복’과 ‘지속’을 담보하는데 사실 자율성보다는 약간의 강제 또는 관리의 영역을 무시할 순 없다. 자본주의 시대, 학습 기회도 돈으로 바꿔야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도서관에서 해법을 찾아봤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그 끝이 창대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여봤다.

 


 

#1. 생각의 차이가 만든 차별성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은 2011년 12월, 신천 빗물펌프장 4, 5층 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 구내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도서관이 등장했다. 송파구가 ‘하루 20분 한 달 2권, 책 읽는 송 파’라는 슬로건을 걸고 가열하게 독서문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시기 였다. 여기에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비전이 더해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어도서관이 탄생했다. 독서진흥을 위해선 지자체의 의지가 얼마 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던 빗물펌프장에 자리하다 보니 개관 초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하 나둘 생기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루 평균 600여 명, 연평균 16만 명이 찾는 인기 있는 도서관이 됐다. 구내 전체 도서관 중 이용자 수 기준 3-4번째 안에 드는 수준이다. 비결을 물었다. “학습이 없습니다.” 예상 밖의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송주희 송파어린 이영어작은도서관 관장은 “영어도서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하죠? 실제로 영어도서관 이름을 쓰면서 학원처 럼 운영되는 곳도 상당하고요. 그런데 우리 도서관은 순수하게 책 읽기 에 재미 붙이도록 하고 있거든요.”

분명한 차이였다. 이용자인 아이들이 진심으로 도서관을 좋아하도록, 찾도록 노력한 진정성이 통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역시 ‘책 읽기’를 중심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영 어도서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영어 수업을 기대한 이용자들은 볼멘소리 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가치가 담긴 전반적인 운영 방식에 반발도 있었 다. 가장 많은 민원은 ‘왜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 럴 때마다 정중하게 설명했다. “도서관은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손잡고 오는 곳입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영어로 된 책을 가까이 하면서 영어권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 주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렇 게 초심이 녹아든 뚝심이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도서관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맘 스 북 클럽’이 그것인데 5년째 지속 중인 그룹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높 다. 5개월째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유주림 씨는 “북클럽에 참여하며 아 이와 함께 영어책을 읽게 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 눈높이로 생각 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만족스럽다고”고 말했다. 사실 송파어린이영어작 은도서관을 찾는 엄마들은 조금 특별하다. 독서모임을 갖는 것으로 그 쳤다면 특별하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엄마 이용자들은 도서관 내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읽어주는 자원봉사는 물론, 영어책을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뜻깊은 재능 나눔을 실천하는 ‘특별 운영자’를 자처했다. 도서관의 공적 기능을 나눔과 봉사라는 매개 로 확대하는 데 기꺼이 나서고 있는 것. 도서관 운영의 주도적인 역할을 이용자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2. 성공적인 도서관 운영, 콘텐츠가 답

영어도서관 운영은 일반 도서관과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영어책만 취급하다 보니 수서와 도서 목록을 만드는 작업인 MARC 작업부터 쉽지 않다. 책을 구하고, 정리하는 것만도 일인데 구에서 지원하는 사서 인원은 1명뿐. 프로그램 운영도 문제였다. 영어독서의 경우 지속성 확보가 중요한데, 역시나 구가 제공하는 예산만으로는 어려움이 컸다. 이용자와 함께 해법을 찾았다. 수익자부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전제조건은 프로그램 참가비로 걷은 비용 전액을 도서관 운영에 활용하는 것. 이로써 전문 사서와 강사 2명을 고용하게 됐고, 3개월 단위 이상의 장기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커리큘럼이 만들어진 셈. 방학에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접수 시작 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도서관 이용 만족도 제고는 이용자 수 증가로 연결됐다. 현재 수익자부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만 1천 명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서관 규모를 늘려달라는 구민들의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이 잘 나가는 이유는 또 있다. 송주희 관장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다. 큰 규모 도서관에서도 하기 힘든 외국 작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가 하면, <세계도서관 만나기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외국 거주자가 화상연결로 해외 도서관을 소개한다. ‘맘스 북 클럽’이 수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송 관장의 노력이 컸다. 책 중심의 콘텐츠 제공으로 도서관 개관 직후 겪어야 했던 존립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고, 이제는 오히려 규모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한 것이다. 운영자는 노력했고, 이용자는 응답했다. 송파구 역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격려하며 좀 더 나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다. 영어 단어와 문법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책은 보여주고 들려준다. 사실상 해외에 나가지 않고 다른 나라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영어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활약하기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을 굽어 살필 수 있는 역할을 도서관이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송파어린이영어도서관의 과거와 현재가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SPOT INTERVIEW 송주희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 관장

경제적 차별 넘어 인재 배출하고파

도서관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알파벳도 모르는 아이가 도서관에 왔어요. 영어에 ‘영’자만 꺼내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뒀어요.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엔 책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어떻게 됐냐고요? 3년 후 영어유치원,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아이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영어에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변했어요. 이제는 중학생이 돼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순 없지만 주말마다 와서 책을 보거나 빌리러 와요.

 

영어도서관 추진을 고민하는 지자체에 조언한다면?

도서관은 특성상 처음에 틀이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힘들어요. 영어도서관의 경우 운영 경험이 있는 팀을 꾸려서 시작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고요. 책을 분류해 꽂는 기준을 나이나 책의 수준이 아닌 ‘주제’로 하는 게 좋다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용을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그 책이 의미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림 보는 것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책에 대한 호기심이 실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어린이 영어도서관, 어떻게 봐야 할까?

영어도서관까지 필요한가? 하는 사람들이 있고,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압니다. 먼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고요. 영어 능력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기회로 작용하니까요. 그런 상황이라면 경제력 차이로 영어와 관련된 교육 서비스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일 수 있다고 보고요. 더불어 우리 아이들을 건전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설이라고 봐주시면 좋겠고 관심 가지고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합니다.

 

Information

송파어린이영어작은도서관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 14(오금로 1) 신천 빗물펌프장 4~5층

http://www.splib.or.kr/spelib/index.jsp

02-415-3567

화요일 - 일요일 (오전 9시~ 오후 6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