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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화와 현대가 공존하는 밀양향교 작은도서관
옛 문화와 현대가 공존하는 밀양향교 작은도서관
  • 강상도 객원 에디터
  • 승인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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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함이 묻은 책 향기에 기대다

[8월호] 밀양에는 서원이나 제실이 많다. 나라의 위대한 선각자와 사상가를 무수히 배출하여 영남 학풍의 맥을 이어왔는데 서원이나 제실, 정각 등을 한데 아우르는 누정이 있어 가능했다. 여름철이 되면서 서원이나 향교에 들러 역사를 느끼고 선조의 숨결을 느껴보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 내심 감탄할 따름이다. 특히, 이번에 정신적인 뿌리인 밀양향교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는 소식이다. 도서관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웠다. 향교와 도서관의 만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에 밀양향교 작은도서관을 찾아가 보았다. 향교에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라 하니 기대가 컸다. 밀양향교는 서기 1100년경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며 밀성密城씨 집성촌에 밀집해 있는 교동校洞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비가 내린 뒤 마을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과거로의 여행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옛것들을 더듬어 볼만 하다.

향교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새롭다. 향교를 관리하는 직원이 머무는 곳, 전교실典校室에 ‘선비’라는 글자가 마루에 걸쳐 있다. 작은 쪽문을 통과하니 물씬 풍기는 한옥의 향이 느긋하게 마음을 놓게 했다. 향교와 함께한 늙은 소나무는 위엄과 절개를 한껏 뿜었다. 명륜당과 서재에 ‘밀양향교 작은도서관’이 있고 옛것과 오늘날의 단아한 책들이 은은하게 묻어나는 것이 끌림이 있다. 도서관의 첫 느낌은 그랬다. 시에서는 시민에게 지식 정보를 제공하고 독서문화 향유 기반을 다지고 밀양향교를 찾는 이에게 살아 숨 쉬는 서원으로 전통문화의 전수를 한 걸음 가까이하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다.

 

향교 내 명륜당, 서재, 풍화루를 활용해 도서관으로 만들어졌으며 면적 158㎡으로 어린이, 어른 서재와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마당 내 초록 빛깔이 향교를 향긋하게 그려 놓았다. 유생의 기숙사였던 동재 맞은편 서재를 어린이 서재로 꾸몄다. 돌계단으로 올라서면 나란히 놓인 실내화를 신고 이용할 수 있다. 한옥마루에 올라서니 발끝에 전해오는 시원함이 온몸을 전율했다.

대청마루 한쪽에 빌 게이츠의 명언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간행물과 자연에 관한 사진전이 놓인 곳에 사무실이 있고 어린이 서재는 왼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은은한 나무향이 퍼지는 어린이 서재에서 엄마와 아이의 책 읽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방안에 퍼졌다.

창호지 문과 세살창으로 둘러싸인 방은 바깥에 들어오는 햇볕이 책과 함께 비쳐 고풍스러웠다. 창은 그리움으로 풍겼다. 비가 온 향교의 마당은 더욱 운치가 있다. 도서관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공부하는 어르신에게 이곳을 이용한 느낌을 여쭤봤다.

“서당에서 유생들이 책을 읽는 듯 학습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마침 비가 오는 바깥 풍경은 고풍스러운 느낌에 운치를 더했고 자연과 어울려진 향교에서 눈과 귀가 즐거워 작은도서관을 매일 찾고 싶을 정도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명륜당 일부는 일반 서재로 꾸며졌다. 문학부터 철학, 사회과학, 예술, 역사 등 다양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고 지역에서 활동한 작가의 책과 밀양에 관한 책들도 있어 반가웠다. 단청으로 이루어진 천장은 독특한 멋을 풍겼다. 은은한 조명과 창호지를 바른 격자무늬 창, 나무 책장과 한옥에서 풍겨오는 나무 향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줬다.

밀양향교 손양현 교화장의는 “향교가 옛 교육기관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시민들이 몰랐던 향교의 정신인 윤리, 선비정신을 자연스레 배워가고 함께 소통하며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어 의미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의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1인당 3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는데 회원증은 밀양시립도서관 회원증만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잠시 고전적 아름다움을 지닌 도서관에서 예스러운 책 향기를 맡아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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