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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대출해드립니다
희망을 대출해드립니다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8.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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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점협동조합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지역서점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가 여전히,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서점에 밀리고 인터넷서점에 치이는 데다 중고서점까지 압박해오는 암울한 현실 때문이겠다. 지역서점들은 생존하기 위해 목소리를 합치고, 손을 맞잡는다. 서점협동조합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태어났지만, 늦은 만큼 힘찬 걸음을 내딛는 곳이 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제’를 통해 획기적인 생존의 길을 마련한 용인시서점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이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동백문고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자 현재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정명수 이사장을 만났다.

제공 용인시청
제공 용인시청

 

서점협동조합 늦둥이가 용인에서 탄생했어요

부산, 울산, 인천이 먼저였다. 예전부터 협동조합 결성을 위한 용인시 서점들의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공동구매를 통한 공급률 조정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지지부진해지기 일쑤. 오랜 시도 끝에 마침내 결성된 건 2016년 6월이었다. 설립 당시 뭉친 서점은 8곳이고, 그 사이 4곳이 늘어 2018년 현재 12곳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페이퍼서점’을 걸러내기도 했다. 도서관 납품 사업을 노려 서류상으로만 등록해놨거나 실질적인 운영 없이 형체만 있는 곳들을 제외한 것이다.

도서 납품을 위한 12가지 공정은 아직 자체적으로 진행할 여건이 되지 않아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3년 이내로 자체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단 하나로 설명된다. 생존. 지역서점의 생존을 위해 결성한 이익단체다. 대형서점이 아닌 이상 동네 서점은 도서 유통 시 공급률 등 많은 부분에서 불리한 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교육 정책 개정으로 각 서점이 감수해야 할 피해도 헤아려야 한다. 현재 수익의 절반 이상이 참고서 매출인데, 서점 규모가 작을수록 참고서 매출의 비중은 점점 커진다. 참고서 매출에 의존하던 지역서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방법이 필요했다.

 

지역사회에 돌려주지 않으면 누가 우릴 도와주겠어요
협동조합의 수익구조는 어떨까. 여느 협동조합이 그렇듯 도서관과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정명수 이사장은 이외에도 다른 예시를 들었다.
현재 용인시 산하에는 이 지역에 설립된 100여 개의 협동조합이 모인 ‘용인지역협동조합 협의회(이하 협동조합 협의회)’가 존재한다. 협동조합 역시 이곳에 소속되어 있다. 정 이사장은 특히 이곳에서 새로운 사업 구상이나 교류의 물꼬를 틀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네마다 진행했던 특색 있는 축제, 전시회 등에 참여했다. ‘경기 다독다독 축제-뛰노는 도서관’ 행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용인시 공공도서관들이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협동조합은 도서 판매와 체험행사를 진행함으로 협업했다. 도서관으로부터 먼저 제안이 들어왔고, 책 판매와 함께 저자 강연도 진행했다. 반응이 좋아 용인시청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가시적으로 구상할 단계는 아니지만 용인지역에 ‘협동조합 타운’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 협의회 단체들이 서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서점과 다른 협동조합 단체가 한 건물에서 ‘동거’하는 마을을 꾸리는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뗀 시점이라 협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각 조합원의 서점이 동네마다 위치해 있어 동네 주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할 수도 있다. 이미 그 기반을 닦아놓은 협동조합 협의회는 그래서 협동조합에게 중요한 롤 모
델인 셈이다.

12곳이 모였다. 불협화음은 없을까. 정 이사장은 초반에는 협동조합 정관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말한다. 가장 단순하게 돈 벌 수 있는 항목만 남기고 삭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고민 끝에 기존의 정관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 욕심’만 차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생존을 위해 결성한 협동조합이 오히려 비조합원들을 배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묻자 “최대한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독립서점의 경우 과연 독립서점을 순수 지역서점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두고 나아가 협동조합 일원으로 받아들이는가를 두고 현재까지 많은 이견이 있어왔다. 현재 경기도 차원에서 독립서점을 활성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용인시가 실시하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 게다가 책 판매의 비중보다는 커피나 주류 등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은 독립서점의 특성도 고민거리 중 하나. 무엇보다 독립서점은 그 자체가 브랜드화되는 경우가 있어 협동조합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정 이사장은 그러나 이 특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주민들의 아지트이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점에서 서점의 미래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우리도 독립서점에서 배워야할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취해야한다”고 말하며 교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명수 이사장
믿고, 함께 한다는 것은요
용인시은 지역서점과 공공도서관의 협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그 뒤에는 ‘희망도서 바로대출제(이하 바로대출제)’가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희망도서를 신청한다는 점은 기존의 대출제도와 같다. 그러나 그 신청처가 도서관이 아닌 서점인 것이 특징. 도서관에서 실시하면 다시 서점과 각 유통업체로 발주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각 서점이 진행하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바로 대출이 가능한 것이 큰 강점이다. 모바일 회원증만 있으면 간단하게 대출받을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인데, 대출된 책이 서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용인시에서 책값을 지원한다. 바로대출제에 사용된 책들은 서점에서 다시 해당 지역 공공도서관으로 보낸다.

이용자들은 아주 크게 반기고 있는 상황. 도서관에 신청하면 2~3주 동안 기다려야 하는 희망도서를 서점에서 바로, 그것도 새 책으로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도 달성했다. 요즘은 인터넷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대출제 덕분에 오프라인 서점 유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로대출제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이 서점 내 다른 도서를 구입하기도 해 이전보다 평균 10%의 매출 증가 효과를 보였다. 이는 협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용인지역 내 서점이라면 어디든지 운영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은 “당연히 용인시 안에서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막는다면 불합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대출제는 2015년 처음 운영을 시작해 현재 4년차에 접어든 용인시의 대표 북 서비스다. 그러나 협동조합 측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장기간에 거쳐 차근차근 진행해야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몰아치면 지역서점 활성화 전반에 골고루 나눠야 할 관심과 예산이 이 사업에만 치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도움 없이는 5년 안에 사장될 시장”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생존과 협치를 위해 결성한 협동조합이 오히려 권력을 남용해 지역 서점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는 위험성은 양날의 검이다. 지자체와 밀접한 이해관계로 엮이거나 협동조합원이 아닌 서점들을 배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용인은 협동조합의 힘이 강하지 않다. 친분을 빙자해 입김을 넣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인의 협동조합은 다른 지역들과 달리 반대선상에서 출발했다. 처음부터 전체가 뭉쳤다. 용인시의 서점 관련 협약식이나 간담회 등에 각개 서점들이 전부 참가했다. 그러다가 점차 격차가 벌어지는 이견들 앞에서 목소리를 모을 방법을 강구하던 차에 협동조합이 결성된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모였을지라도 욕심을 부리는 데 급급하지는 않는다. 발생하는 수익의 사회 환원이 그것이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향후 수익이 날 경우 조합원 간의 균형적인 분등은 물론 지역 사회에 한원하려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명예직이나 다름없는 서점협동조합장은 희생하는 자리다.

정 이사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대외적이고 가시적인 홍보보다는 내실을 다지려는 이런 기조 때문일까. 용인서점협동조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조용하다. 조용해서 궁금하다. “한 게 별로 없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정 이사장은 차근차근 밟아가는 단계라고 진단한다. “협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이익을 나누지 않고 혼자 다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더 크게 봐야 해요. 욕심을 조금 버려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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