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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보여드려...볼까요?
따뜻함을 보여드려...볼까요?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8.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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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영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떤 것. 그림일 수도 있고, 한 편의 잔잔한 글일 수도, 엄마 손때가 묻은 것 같은 낡은 반짇고리일 수 도 있겠다. 손으로 짠 듯 도톰한 겨울 양말을 신고, 빳빳하게 마른 깨끗한 이불을 무릎 위에 덮고,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을 때의 따뜻한 행복감이 번지는 그런 것. 아마도 그러한 행복감이 묻어나는 그림이고, 수공예품이고, 글이라서 그것들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이에게 ‘금손 작가’라는 별칭을 붙였으리라. 조금은 수줍게, 새로 출간된 자신의 단행본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넬 것 같은 작가, 소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공 소영 작가
제공 소영 작가

 

『오늘도 핸드메이드』, 어떤 책인가
웹툰 <오늘도 핸드메이드!>는 20대의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가는 ‘소영’이 업으로, 또 취미로 그리고 삶으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핸드메이드를 한 화에 하나씩 소개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영’의 평범한 일상과 생각을 핸드메이드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바쁘게 지나가버리는 하루를 잠깐 붙잡아 천천히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죠. 물론 뜨개질, 자수, 위빙, 카빙 등등의 다양한 핸드메이드를 간단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는 만화라고 할 수도 있고요. 단행본 후기에도 밝혔지만, <오늘도 핸드메이드!>는 출간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만화였습니다. 제가 어릴 땐, 만화는 당연히 책으로 만나는 매체였어요. 책꽂이엔 좋아하는 만화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고, 그렇게 만화가의 꿈도 키워나갔죠. 단행본 출간의 이유는 그렇게 간직했던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단행본은 웹툰 연재 분량과 더불어 특히 마음이 가던 에피소드에 작은 에세이를 더해 구성했어요. 그리고 각 에피소드별로 끝머리에 팁을 함께 적었죠. 재료를 구하는 곳이나 도움이 되었던 책과 작가, 관련 분야의 키워드 등을 담았는데 핸드메이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권마다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간단한 도안을 한 가지씩 실었습니다.

 

웹툰 주제와 핸드메이드 작품, 구성 기획 등을 어떻게 진행했나
제가 20대를 살면서 스스로에게 늘 물어보던 질문과 고민들, 그렇게 정리된 지금의 답을 주제로 잡았어요. 웹툰에는 총 62개의 핸드메이드가 소개되었는데요. 평소에 관심이 가고, 하고 싶은 핸드메이드 분야를 살펴보는 편이라 따로 기획을 하진 않았어요. 대신 많은 종류 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리는 과정이 있었죠. 어떤 것들은 만들면서 떠올랐던 생각을 전하고 싶어 만화로 그려진 것도 있고, 이야기를 먼저 짜두고 어울릴 듯한 핸드메이드를 만든 경우도 있었어요.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작업은 급하게 하면 제 마음에도 차지 않고, 당연히 독자들에게 소개
할 만한 완성도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미리미리 작업해두려고 노력했습니다. 연재 한두 달 전까지 5~7편 정도의 여유 분량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도전 만화’에 제 만화를 올렸을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프리랜서로 가장 바쁜 시기였어요. 회사를 나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돈만 벌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됐었죠. 어느 날은 뜨개질이 너무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한 시간을 겨우 틈을 내 짜고 있더라고요. 취미 생활을 하는데 스스로에게 너무 눈치를 보고, 죄책감마저 생기다 보니 ‘이렇게 하다간 하고 싶은 일은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좋아하던 것들을 다 모아서 만화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뜨개질하기, 자수 놓기, 그림 그리기, 차 마시기, 글
쓰기, 고민하기 같은 것들을요. 누가 보면 쓸데없다고 할 수 있는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오늘도 핸드메이드!>가 된 거예요.

 

 

제공 소영 작가
제공 소영 작가

 

인간에게 표현이란 무슨 의미일까
저는 내향적인 편이라 인간관계가 넓지 않습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이유이지만, 원래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기도 했지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타인을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저만의 시선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뿐만 아니라 상대방도요. 본인이 아닌 이상,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사람이, 적어도 제가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선명도가 높은 이해를 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고 큰 왜곡과 오해를 줄이며 온전한 자신으로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표현’이 아닐까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기보다 타인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의 입장이 제대로 서기전에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결국 다른 사람의 가치관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 선배나 상사, 어쩌면 동경하는 사람들. 그것이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언젠가 내가 나를 납득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되는 것 같아요. 타인의 기준에 맞춰진 삶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없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배워가면서 더불어 타인과의 차이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다양한 삶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에 답하다 보니,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자기 탐구의 시간이었네요.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은 규칙적으로 위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되면서 ‘언젠가 바닥이 나겠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줄어든 점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각각의 작업 자체가 뭔가 더 창의성을 발현시킨다거나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 주었기보단, 내 생각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경험이 쌓인 것이 큰 의미였어요. 그 의미가 앞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에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되고,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삶을 지속해가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소영의 작업이란
만화로만 좁혀서 이야기해보자면, 이유도 생각이 나지 않는 나이부터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늘 만화책을 읽었고,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 구분 없이 연습장을 낙서로 가득 채우던 학창시절을 보냈죠. 그리고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만화를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어요. 3년 내내 만화만 그리다보니 대학을 결정해야할 시기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 패션디자인과를 선택했지요. 만화가를 꿈꾼 지 너무 오래 돼서 그 이유와 재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며 정신없지만 반복적인 삶을 살다보니 다시 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제가 생각났어요. 퇴근을 하면 집에서 어릴 때처럼 신나서 그림을 그리고, 일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집안에 항상 같은 곳에 있는 액자가 있는데 쳐다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봤더니 무척 소중한 사진이 끼워져 있던 걸 발견한 것처럼. 어린 시절엔 뭔지도 모르고 좋아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다시 열심히 찾아가는 과정이 작업의 시작이었네요.


작가 ‘소영’의 추천 도서가 궁금하다
사실 도서관이나 서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흥미가 가는 책들은 분야를 안 가리고 찾아서 보는 편입니다. 그래도 몇 권만 꼽자면 『월든』과 『작은 생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위의 책들은 읽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던 책들이라서 용기를 내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책은 선생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여행이기도 하고 한 가지로 정리하기가 참 어려운 존재네요.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 심심할 때, 쉬고 싶을 때, 답답할 때,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찾게 되는 것이 책인 것 같아요. 어릴 땐, 어렵게 느껴져 거리를 두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사이좋게 많은 책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오늘도 핸드메이드』
소영 지음 | 비아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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