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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책, 커피 한 잔의 온기가 깃들다
여행과 책, 커피 한 잔의 온기가 깃들다
  • 강상도 객원 에디터
  • 승인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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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술술

 

시골 어느 집에 피어오른 굴뚝의 온기처럼 ‘책방’이란 단어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커피 한 잔과 좋은 글귀들을 친구 삼아 여운을 느끼며 소중한 시간을 채우고 싶단 바람은 어쩌면 늘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희망 사항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책방을 서성이며 인생이란 빈 잔을 채워보고자 어느 카페에 들어섰다. 오늘 목적지는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현재 신도시로 조성된 지역이다. 문을 연 지 3개월밖에 안 된 ‘동네책방 술술’을 운영하며 문화적 아이콘을 만들어가는 노언주(45) 주인장의 인생과 책방에 담긴 소소한 여행 철학을 풀어보려 한다.

 

 

 

풍경이 비치는 책방의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여느 카페처럼 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햇살이 스며든 서가의 책들에는 주인장의 삶까지도 녹아있는 듯하다. 코너 코너마다 정성스럽게 마련해 둔 추천 책들이 숨 가쁜 현대인들의 마음을 달랜다. 여기저기 짤막하지만 성의껏 눌러쓴 글귀들이 넌지시 위로를 건넨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넓지 않은 한 공간에 자리한 여행 코너다. ‘여행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책방을 가득 채웠다. 노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 공간에 가득 채우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는 즐거움 때문에 책방을 운영한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책방을 운영하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노 대표는 국제대학원 국제협력과를 졸업하여 인천국제교류센터, 부산 경제자유구역청, 인천발전연구원 국제기구 유치연구 자문위원 등 국제투자 및 유엔기구 유치 담당으로 활동한 국제관계의 전문가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유엔이었다. 많은 경력을 쌓았지만 최종면접에서 2%를 채우지 못했다. 다시 도전하고자 했으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내려놓음으로써 새로운 길을 찾았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어려울 때 책으로 일어섰던 경험의 영향으로 책방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갈증이 났고 작년 7월 말에 서울, 인천과 고향인 부산을 오가며 동네책방이 요즘의 화젯거리임을 인지한 순간부터 두근거렸다. 설렘과 희망을 안고, 먼저 상암동에 있는 '북바이북', 대학로에 있는 '이음책방', 그리고 홍대 '땡스북스' 등 찾는 이가 많기로 소문난 책방을 탐방하여 기록하고,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주변 책방의 주인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결심이 선 만큼 도전했다. 중요한 것은 장소였는데 부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각
종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신도시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적으로 성숙한 편은 아니지만 젊은 감각을 갖췄고 트렌드에 민감한 양산 신도시를 선택하여 마침내 9월 20일,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개업식을 가졌다. 책방의 공사는 약 2개월 동안 진행됐다.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인테리어를 꾸민 결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뿌듯함도 몹시 컸다. 첫 손님의 반응은 ‘책방이 예쁘다’ 였다. 책의 컬렉션이 알차게 잘 꾸며져 있고 술과 차도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양산의 문화적 가치를 높여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책방 특성상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보다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책 위주로 판매하였고 주인장이 직접 읽고 쓴 서평들을 블로그에 게재하여 알리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게 세워져 있다.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 영어원서 읽기 모임, 독서모임 및 노 대표가 잘하는 캘리그라피 수업, 남미 배낭 여행의 정보와 문화적 다양성을 살려 가칭 ‘중남미여행 인문학’ 강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표에게 책 한 권을 추천받았다.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된 책, 문요한의 『굿바이 게으름』을 소개하면서 몇 구절을 읽어주었다. “그동안의 내 삶은 항해를 떠나지 못하고 부두에만 정박해 있는 배와 같았다. 가야 할 목적지도, 물과 음식 그리고 지도도 없었다.” “행복은 길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어야지 목표에 도달한 뒤 받는 트로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이 만일 목표라면 그곳에 도달하기 전의 삶은 불행으로 물들 수밖에 없다.” ‘당시에 했던 게으름에 대한 반성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 지금까지 이 구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노 대표는 “옛날의 서점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트렌드에 발 맞춘 책을 구비해놓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랑방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곧 작가 초청 행사도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동네책방 술술. 노 대표의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책방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이 즐거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Information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야리 3길 49 원타운 4층 운영시간 월~금 11:00~22:00 / 토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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