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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왜 상생을 택했을까
부산은 왜 상생을 택했을까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8.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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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한 곳 당 대출 도서 수 212,597권으로 전국 최고, 반면 시민 1인당 제공 가능한 도서 수 1.35권으로 전국 최하위(2017년 기 준)를 기록한 부산광역시. 지난 5월, ‘다독多讀 시민’ 명성에 걸맞게 공공도서관 인프라 개선을 약속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변화의 포문을 연 건 시의회였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제정에 나선 것. 기존 시교육청 중심으로 관리․운영되던 도서관 업무가 시로 흡수되면서 부산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큰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도서관 확대와 동네서점 살리기, 사실상 두 개 축을 제대로 쌓아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 생태계 새 지형을 만들고 있는 부산을 직접 찾아 그들 이 선택한 ‘상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광역시 마스코트
부산광역시 마스코트

도서관 환경 등 체질 개선 나서 
“그동안 도서관에 신경을 많이 못 써가, 전국 최하인 거는 맞는데예. 함 보이소. 우째 변하는가. 맘 무따(먹었다) 아입니까?” 
도서관 하나가 평균 9만2,368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묻자 돌아온 부산시청 도서관 정책 담당자의 말이다. 일단 시는 지자체마다 의무적으로 대표도서관을 두고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개정된 도서관법을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이하 도서관) 운영의 주체를 자처하며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새로운 틀이 필요한 건 당연 한 일이었다. 
오래된 도서관의 시설 보수 및 접근성 개선, 각종 인문학 관련 프로그 램 기획 및 진행, 지역서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협업 등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서관은 물론 부산시 전체에 걸쳐 고민거리였던 독서문화 진흥 논의에도 가속도가 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관련 정책과 의견을 모으고, 도서관과 동네서점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문화를 이루기엔 시간이 꽤 필요했다. 그동안 시교육청이 수행했던 도서관 관련 업무를 떼어 처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운영 주체 변화에 따른 요구도 이어졌다. 
그때 도서관의 일명 ‘페이퍼서점’ 이용 논란이 터졌다.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이 문제를 계기로 도서관 도서 구매 방식까지 바꿔 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적 등 자료를 검토해 보니 부산에 등록된 180여 개 서점 중 10개 업체가 납품량 50%를 독식하고 있던 것. 그 중 2~3개 업체는 무려 24%를 입찰과 수의계약 등 방식으로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 의원이 서점이라고 등록된 주소지를 직접 찾아갔을 땐 매장이 아예 없거나 빈 서가만을 형식상 채워 둔 경우도 있었다. 부산시청과 교육청 등 공공기 관들이 구매하는 도서 예산은 연건 100억 원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당시 직접 사과하고 해당 사안을 적극 해결할 것을 약속하며 사태는 수습됐다. 또한 전 의원이 그해 8월 「부산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하 지역서점 조례안)을 대표발의하며 해당 사태는 물론 지역서점 활성 화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안을 마련했다. 
전진영 의원은 “중심 문제에 대해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도서 구입 시 각 구·군 단위에 등록 서점을 직접 확인토록 하고 있고 지역서점 응찰을 확대하기 위한 독려 방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조례 내용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 봤던 ‘지역서점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는 등 미흡한 점도 있어 조례 이행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해 오는 10월경 추가 시정 질의를 할 예정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조례 개정 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공서-도서관-지역서점 협업 이어가 
페이퍼서점 거래를 지양하려는 분위기 조성과 함께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서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도서관 도서 구매 입찰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에서 지원하는 도서관 예산을 감사할 때 지역서점 이용이 많을 경우 차기 예산 지원에서 인센티브 10%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이다. 교육청은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용자가 신청하는 희망도서는 일주일 단위로 소속 구·군내 지역서점을 통해 구매하고, 매달 구입하는 신간은 시 전체 지역서점을 대상으로 입찰하길 도서관에 권장한다. 연간 도서 구입비를 입찰 한 번으로 진행해 결국 한 업체가 1년 간 희망도서와 신간 등 모든 도서 납품을 맡았던 과거 방식에서 전체 예산을 적게 분할해 되도록 많은 지역서점이 자유롭게 응찰할 수 있게끔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대형·온라인 서점이든 지역서점이든 할인율이 최대 15%로 동일하게 제한됐기 때문에 도서관 입장에서도 굳이 할인율을 따질 필요가 없어진 결과였다. 또한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기반 삼아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독서진흥 관련 프로그램을 지역서점과의 협업으로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역서점들이 너무 지자체 정책이나 도서정가제에 따른 수혜에만 의지하다 보면 장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은 이에 대해 “자기 혼자만의 생존이 아닌, 지역서점 전체 상생을 위한 다양한 발전 콘텐츠 계발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협동조합 측은 도서관 도서 구매 입찰뿐만 아니라 해운대구 등과 함께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며 시민들에게 지역서점 이용을 독려하고, 헌책을 새 책처럼 만들어 저소득층 가정에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동네에서 운영하는 매장에 책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작은 카페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에게 사랑방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자구책 이다. 
이처럼 부산 내 해당 관공서, 도서관, 지역서점은 줄곧 치열한 대화를 나눠 상생하려 하고, 생존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정책적 이견에 대해선 가감 없이 대립했고, 한편으로 시민들의 독서문화 진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선 끈끈하게 협력했다. 실제 시와 교육청은 도서관을 하나의 인문학거점센터로 삼아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서점들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책나눔 행사, 작가와의 대화 같은 이벤트 등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페이퍼서점 거래를 지양하기 위한 노력에서도 자유경제 체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무조건적인 페이퍼서점 거래 제한보다 약자인 지역서 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립을 도모하고 있다. 
독서문화 진흥 사업 해결의 단초는 이미 그들 안에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그 해결 방안은 실현되고 있다. 다만 어떤 가치를 찾고 어떤 방향으로 함께 가야 할지를 더욱 민주적으로 다듬어 가야 할 숙제가, 지금 부산에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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