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8 13:37 (화)
희망은 끝나지 않았다
희망은 끝나지 않았다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8.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문 연 문우당, 그 후 7년

 

5평(16㎡)이었다. 한국전쟁이 휴전을 맞은 2년 후 부산, 더 옛날엔 경사가 급한 계곡이 있었다는 ‘범내골’에 이처럼 작은 문우당서점 (이하 문우당)이 문을 열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는 부산 시민들에게 책이라는 희망을 나누며 자리를 지키기 시작한 작은 책방은 쑥쑥 커가는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해 1980년대 초 바다와 더 가까운 남포동으로 이전했 고, 해양도서 전문 출판사까지 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전하는 명실상부 부산 동네서점의 상징이 됐다. 2000년대 들어 지하 1층~지상 5층에 달하는 연면적 390평(1,256㎡)의 서점으로 확장했을 때, 10년 후 폐업의 아픔을 겪을 거라는 상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그 후 7년. 다시 처음처럼 작아지더라도 시민들과 함께 살아온 문우당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보다 더한 희망을 품은 조준형 대표 를 만나 폐업 직후 3개월 만에 다시 개업하게 된 이유와 2017년의 문우당, 그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제 그래 안 큽니다.” 
직접 찾아가겠다는 말에 문우당 조준형 대표는 담백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3개월 여, 결과적으로 ‘휴업’ 기간이 된 시간이 있었지만 올해로 창립 62주년을 맞는 부산 동네서점 문우당은 여전히 남포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옛날의 영광’을 기대하고 오려는 관광객의 전화라도 되는 듯 조 대표의 반응엔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담겨 있었지만 문우당의 굴곡진 역사를 알고, 이후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설명에 “그렇다면 언제 든 오세요. 저야 늘 여기에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업 55주년째이던 2010년 10월 경영난으로 폐업 후 2011년 1월 재개업.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문우당의 역사는 이렇다. 어음거래를 하지 않고 폐업 시엔 단돈 3천 원짜리 부채까지 청산했다는 후일담은 문우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다. 그래서 55년이 나 부산을 지키던, 게다가 당시 규모가 빌딩 5층짜리의 대형서점이었다는 사실에서 문우당의 폐업은 분명 충격이었다.

문우당서점 조준형 대표
문우당서점 조준형 대표

“책만 팔았겠습니까. 부산, 그 문화에 대한 추억, 향수, 버팀목. 그런 복합적인 부분을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엄청났습니다. 시민들도 그랬고, 내부 적으로는 정말 가슴 아픈 결정이었지요.” 
문우당이 창립 50주년을 맞던 2005년을 기해 우리나라에 인터넷서점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국의 동네서점들은 추풍낙엽으로 무너졌고, IMF를 겪은 이후 줄곧 어려움이 있었던 문우당 역시 대략 10년여를 버티다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당시 20년 넘게 문우당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조 대표는 창립자였던 김용근 전 대표 부부와의 끈끈한 신의를 바탕으로 문우당 상호명을 승계해 폐업 3개월 여 만에 건너편 작은 매장에서 다시 문우당의 문을 열었다. 

“왜 안 힘들었고, 안 망설였겠습니까? 400평 가까이 되는 매장이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고 훨씬 작은 면적으로 매장을 줄여 열어야 하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문우당이, 특화 분야가 안 있습니까? 해양도서와 지도 말이죠. 그 분야에는 서점이라도 워낙 전문적이었기 때문에 희망 이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거리에 맞닿은 1층 매장은 엄청난 임대료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2층 매장에서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모여, 문우 당은 다시 닻을 올렸다.

 

“해양 도서요? 여 없으믄 없는 게 맞겠지요?” 
혹자는 문우당에 없는 해양도서는 그냥 없는 거라고 하던데 맞느냐는 질문에 조 대표가 이렇게 대답했다. 재개업하기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이유가 문우당이 쥔 ‘특화 분야 카드’ 해양전문도서와 지도 때문이었다고 하니 사실인 듯 하다. 현재 문우당 매장은 남포역 1번 출구 부근 빌딩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층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힘든 상황이 맞지만 “여, 기관사 2급 수험서는 이걸로 보면 됩니까?”,  “항해일지 어데 있습니까?” 하며 매장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이 인터뷰 중에도 끊이지 않는 걸 직접 보니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해양 쪽, 바다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주 고객 층입니다. 아직 매장 매출이 온라인 판매보다 클 정도로요. 여가(여기 가) 또 항구 근처 아닙니까?” 
실제 문우당은 온라인으로도 직접 도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규모를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문우당에서 취급하는 도서들은 다른 동네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매출도 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온라인 판매보다 매장 매출이 좋다고 하니 “여기보다 반, 또 반으로 줄여 갈지도 모른다”는 조 대표의 말이 당장 일어날 일 같지는 않았다.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서점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부산 내 다른 동네 서점에 비해 문우당은 그러한 대형서점 때문에 받는 영향이 미비한 걸로 보아 해양도서라는 활로를 개척해 유지해 온 것은 분명 ‘사업 비결’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 조 대표는 동네서점의 생존 방안으로 특화분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우당 의 경우, 타 지역 공공기관이 진행한 해양전문도서 구매 입찰에 성공해 놓고 정작 책이 없어 납품하지 못하는 지역서점에게 오히려 해당 도서를 판매하기도 할 만큼 다양하고 많은 수의 해양전문도서를 보유한 수 준이다. 
“서점만 운영해서는 힘들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해양도서 전문 출판사를 만들었잖습니까? 도움이 아주 많이 됩니다. 사실상 문우당이 모회사고, 출판사가 자회사인데 요즘은 출판사 매출이 서점 운영 에 도움이 된다 아닙니까.” 
그런데 이 지점까지 들으면 누구나 의문이 들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문우당을 지키려 하는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그때까지 안 해야겠습니까?” 
걱정스런 질문에 조 대표는 웃을 뿐이다. 그리곤 담담하게 대답했다. 조 대표도 알고 있었다. 분명한 사업, 매장 운영이고 매출이 계속 떨어진다면 언젠가는 문우당을 정말 닫아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조 대표는 2010년 문우당 폐업 이후 은퇴한 김용근 전 대표가 여전히 1~2주 일에 한 번씩 서점을 찾는 지금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알지요. 압니다. 저라고 빚 만들어 가면서 우예 서점 운영하겠습니까? 근데요. 문우당이 올해 62년째거든요? 사장님이 아직도 책 사러 여를 오시는데요. 제 손으로는 못 닫겠습니다.” 
조 대표의 문우당에 대한 애정은 분명 남달라 보였다. 그가 품은 문우당에 대한 자부심은 규모를 줄였다고 해서 함께 줄어들지도 않았고, 여전히 부산 속에서 문우당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취미 삼아’ 하는 일들이 문화관련 협동조합, 서점관련 협동조합을 조직할 계획을 실천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문우당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진행해 온 극단, 매니지먼트 등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제공은 물론 작가 강연회 기획처럼 시민들이 독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마련하기 위해 조합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문우당이 60년 넘게 존재하며 갖게 된 각종 노하우를 나눌 수 있도록 문우당과 비슷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서점을 운영 중인 작은 동네서점 경영주들 과의 연대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네서점이 잘 운영되기 위해 지자체가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은 명확했다. 
“도서 구입이 원활해야 합니다. 꼭 문우당에서 책 사 달라고 하는 거 아입니다. 각 기관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서점, 동네서점 열심히 이용해 주 는 게 지자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입니다.” 
동네서점은 분명 많은 책을 쌓아두고 판매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당한 가격을 주고,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 역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동네서점의 문을 두드린다면 우리 동네에 책 냄새를 폴폴 풍겨줄 동네서점은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서 문우당의 자리가 지켜지기를, 인터뷰가 진행된 공간에 있는 모두가 바라마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