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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가 너무 따뜻해서
너의 우주가 너무 따뜻해서
  • 한미리 에디터
  • 승인 2018.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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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소윤 기자

 

고양이 만세

 

우리는 각기 다른 우주에 산다. 그 극심한 온도 차에 가끔은 혼란스럽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하게 안온하다. 걸음걸이와 눈빛이 늘 모호하지만 그래서 나란히 앉아 고요를 공유하며 같이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존재, 고양이. 사실은 너무 따뜻한 우주를 품고 있는 작은 털 짐승의 그 온기 어린 말이 문득 궁금해질 때, 비로소 우주의 간극은 좁아지는 것이다.

자료제공 21세기북스

 

고양이 만세! 넌 누구니?
‘만세’ 이름으로 《한겨레21》에 1년 넘도록 연재를 했었어요. 연재를 중단하고 애니멀피플팀으로 옮겼는데 회사 안에 새로운 동물 뉴스 전담 매체가 생겼죠. 해당 매체에 대한 논의가 끝난 여름과 가을 사이, 팀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때 제가 합류했어요. 중간에 들어가서 보니 반려동물 관련 꼭지가 많지 않더라고요. 거의 야생동물 위주로 짜여있어서 반려동물과 비중 차이가 좀 있었어요. 그 와중에 들어온 저는 과거에 고양이 관련 글을 연재한 적이 있었고, 더불어 편집장이 고양이 ‘만세’를 우리의 캐릭터처럼 키워보려는 의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만세’에게 기자라는 직함도 달아주고 실제로 회사 메일 주소도 만들어줬어요. 저한테는 안 오는 보도자료가 만세 메일로 들어오기도 하더라고요. 처음에 《한겨레21》에서 칼럼을 연재했던 것처럼 시즌2로 지금 ‘육아냥 다이어리’를 쓰고 있어요. 이 칼럼들을 손봐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게 『나는 냥이로소이다』예요.

 

고양이의 언어를 ‘번역’하다니
‘만세’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시작할 무렵 육아를 막 시작했어요. 제가 태어나서 했던 모든 것 중에 제일 힘들었던 게 육아 같아요. 왜냐하면 원래 제가 아기를 아주 예뻐하는 타입도 아니고, 주변에 아기를 먼저 키운 사람도 없어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었거든요. 완전히 육아의 현장에 그냥 툭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초반에 애를 끌어안고 종종걸음으로 날마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지냈거든요. 늘 고양이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왠지 어이없다고 생각할 거 같은 거예요. (웃음) 너무 종종거리는 모습이 짠해 보이기도 할 것 같고요. 매일 당황하고 있는 저와는 반대로 ‘만세’는 정말 혼자 다른 공기 안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개를 함께 키우고 있는데 개는 사람이 우왕좌왕하면 따라서 같이 졸졸 쫓아다녀서 서로 장단이 좀 맞춰지는데 고양이는 혼자 소파에 그림처럼 앉아서 스크린을 보듯이 정말 저를 바라만 보고 있어요. 저런 입장이라면 지금 나와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거죠. 이 팀에 와서 계속 취재를 하다 보면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굉장히 궁금해 해요. 저도 아마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예측이 잘 안 되는 고양이의 의중을 파악해보는 것.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의 말, 사실은 아마 하나도 제대로 모를 거예요. 만세가 이렇게 생각했을 거라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론 하나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한 길 사람 속도 모르는데 말 못 하는 고양이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또 고양이는 굉장히 무표정하거든요. 대부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나도 모르겠는 이 점이 매력인 것 같기도 해요.

 

 

 

 

 

 

 

 

 

 

 

 

 

 

‘동물 전문 기자’로서의 삶이란
인생에서 누구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영향으로 뭔가 방향이 바뀌기도 하잖아요. 고양이를 만나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얼마 전, 가구 만드는 분을 인터뷰했는데 원래 고양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지금 키우게 된 고양이를 만난 날 이후 고양이를 위한 물건으로 브랜드를 만들었고, 생긴 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큰 인기를 끌면서 여러 곳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해요. 또 제주에서 ‘히끄’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은 고양이를 만난 이후 동물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대요. 고양이에 전혀 관심도 없던 사람인데 책도 냈고 고양이가 있는 자기 집이 너무 좋대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지금껏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집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따뜻하고 안온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공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갔다 온 순천 조계사의 한 스님은 고양이랑 같이 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나 사람이랑 고양이, 동물이 공존하는 문제 등에 대해 고양이 덕에 깊이 생각해보게 됐대요. 사람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고양이들의 힘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사람을 조정하고 있는 듯한 고양이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책을 쓸 때 기존의 제 일과는 별개의 것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로 늦은 밤, 혹은 주말 중 아이가 잠든 이후에 작업을 하고 있으면 고양이가 유일하게 제 옆에서 기다려줘요. 그 순간은 내가 아예 다른 공기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느껴져요. 고양이한테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 

 

반려인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 있다면
유기묘, 유기견이 발생한다는 건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독일의 경우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거든요.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 좋겠어요. 버린다는 게 도무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 입양할 땐 작고 예쁜데 갑자기 커지니까 생각과 달라서 버린다든지, 유행하는 품종의 개나 고양이를 키우다가 유행이 지나면 버리는 등의 경우들이 많은데 이해하기 힘들어요. 저는 아픈 동물을 키우다 보니 생각보다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요. 동물은 보험 적용이 안 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집 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어요. 약을 꿀 같은 데 섞어서 주는데 한 번은 꿀에 약을 섞다가 흘린 거예요. 용량이 안 맞을 거 같아서 섞던 걸 버리고 새 약을 뜯는데 남편이 그게 얼마짜린 줄 알고 그냥 버리느냐면서 한 푼도 그냥 막 쓰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동물이 자기 옆에 예쁘게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픈 동물이라고 버리는 사람도 많죠. 아픈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특히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알고 함께 살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소윤 기자
신소윤 기자

‘나도 한 번 키워볼까?’라는 물음에
이 책을 보고 요즘 고양이 많이들 키우던데 ‘나도 한 번 키워볼까?’ 라는 마음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칼럼 연재할 때 그런 말을 몇 번 들었어요. “집에 개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아이도 
있고 좋겠다”, “귀여운 애들만 다 있네. 힘들겠지만 재밌겠다” 등등. 아기와 고양이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놓으면 정말 예쁘거든요.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데 막상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분명히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 아주 많아요. 그런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언론에서 동물원 문제에 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건 20~30대 여성 정도인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따뜻하고 좋은 마음을 동물에게까지 넓힐 때가 아닌가 싶어요. 시각을 넓히면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기 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제 가족은 사실 좀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원해서 데리고 온 애들이다’
이 동물들이 혼자 살 수 없는 지구 환경에서 살고 있어서 인간 세상에 들어오긴 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데리고 온 애들이면 단순하고 당연하게 끝까지 책임을 지고 가야 한다는 거죠. 그
게 반려인으로서 첫 번째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 사고라고 생각해요. 동물과 늘 같이 지내면서 알게 모르게 얻는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저는 심적으로나 육아에 대해서도 꽤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일을 하니까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고 저희 아이는 돌봐주시는 할머니와 같이 4시쯤 들어오는데, 이때 빈집에 들어오는 것보다 아침에도 만나고 밤에 잠도 같이 자는 친구들이 이 공간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죠. 이런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인지하면서 지낸다면 우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존에 비법이나 방법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는 존재에 대해, 모르고 지나갔던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느낌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만세 2편 기대해도 되는지
매일매일 동물 전문기자로서의 마감만으로도 벅찬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낸다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번 작업을 통해 새삼 서점에 놓인 많은 책들이 다시 보였어요. 제가 했던 작
업은 이미 썼던 글을 다듬고 보충하기만 하는 건데도 책 한 권으로 만들어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요. 당분간은 이 정도 분량의 원고를 쓰고 싶진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언
젠가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뭔가를 써보고 싶어요. 에세이 종류를 쓰는 건 재미있더라고요. 특정 주제를 정해놓은 건 아니고요.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은 못 쓰더라도 에세이 한 권 
정도는 더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소협조 <좋은 날의 책방>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느티로63번길 27, 1층
10:00~22: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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