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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근현대사와 함께 한 국내 최초 공공도서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함께 한 국내 최초 공공도서관
  • 김이슬 에디터
  • 승인 2018.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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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하 시민도서관)은 무려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도서관이다. 비록 1901년 당시 조선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조직한 홍도회라는 단체의 도서실이라는 시대적 아픔이 담긴 태동이었지만 광복 이후 걸어온 역사는 온전히 우리의 것이었다. 시민도서관이 공공도서관으로 격상된 때가 1919년, 국립중앙도서관의 전신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건립된 1923년보다 4년이나 앞섰다.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성장하는 동안 시민도서관도 바다에서 내륙으로 수차례 장소를 옮겨가며 시민의 요구를 따라 도서관 안팎을 키워왔다. 장소를 옮기면서 지금 만날 수 있는 곳은 1982년에 지은 ‘비교적’ 현대 건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만큼은 116년이 주는 무게와 같을 시민도서관을 찾았다.

사진제공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역사가 되다 
시민도서관이 홍도회 부산지부 도서실에서 공공도서관으로 처음 변경된 것은 1919년 당시 지역단위였던 부산부로 이관돼 부산부립도서관이란 이름을 갖게 되면서였다. 이후 줄곧 일제의 공공도서관이었다가 광복이 된 후에야 부산시립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대한민국의 품에 들어왔다. 동광동에 있었던 도서관은 증축을 거듭하면서 1963년 부전동으로 터전을 옮겼다가 1982년 비로소 지금의 시민도서관 모습으로 초읍동에 자리를 잡는 등 크게 세 차례, 이전을 거듭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 제6공화국으로 국가체제를 거치는 동안 시민도서관도 계속 변화해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묵직한 역사의 깊이만큼 시민도서관이 실천하고 있는 과업이 있으니, 바로 소장한 근대 고문서를 해제하는 일이다. 1만8,400여 권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모두 작업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우리나라에 관련된 자료부터 먼저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도서 중에서도 주제가 비슷한 자료를 모아 해제해 읽는 이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매년 해제집을 발행하고 있는데, 올해 말 발간 예정인 도서해제 제15집은 예술분야 자료로 꾸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만든 해제집은 관련 연구자들이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연구소와 대학도서관에 배부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시민도서관의 이용자들 중에선 고문헌을 열람하러 온 연구자들도 제법 있고 해외 연구자가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공간을 쌓아 가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80만 명,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찾아오는 시민도서관의 현재 건물은 지어진 지 30여 년이 넘었다. 긴 역사의 3분의 1을 이 건물에서 보낸 셈이다. 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서 그 당시 분위기가 남아있으나 특유의 웅장함 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이뤄진 건물만 3,805평(1만2,558 ㎡), 내부로 들어가면 건물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가에 책이 가득한 자료실들은 웬만한 작은도서관의 규모에 맞먹는다. 자료실만 총 10개 실, 2개 코너로 구성돼 있으니 분명 상당한 규모다. 이에 따라 자료실을 총괄하고 있는 부서는 이를 주제별, 형태별, 언어별로 나눈, 인문·사회과 학설, 자연·기술과학서실, 어·문학실, 연속간행물실, 다문화자료실, 디지털자료실에 담당자를 따로 두고 각각의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자료실은 도서관 1층부터 3층까지 분산돼 있다. 한편 주차장과 이어진 지하에는 휴게공간과 시민소리숲이, 1층에는 로비 주위로 자료실로 분류되는 아메리칸 코너, 장애인정보누리터, 고문헌실이 자리하고 있다. 2층과 3층에는 여러 자료실과 역사관, 배움터가 있고 열람실은 3층과 4층에 걸쳐 있다. 5층에도 평생학습 강좌가 열리는 배움터가 있다. 시민도서관에 처음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힘들더라도 로비 한 가운데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한층 올라갈 때마다 4층까지 이어진 커다란 창가로 부산 시 
내가 점차, 한 눈에 보이는 경험은 분명 짜릿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땅의 높고 낮음이 크고 지평선이 뚜렷해서 마치 풍경화처럼 보이는 부산의 매력을 이곳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다.

 

독서 문화를 이끌다 
시민도서관은 부산대표도서관으로서 지역 사회와 손을 잡고 독서 문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사업 중 하나는 ‘원북원부산’ 독서토론운동이다. 부산시, 시교육청, 부산일보사가 주최하고 지역 내 공공도서관들이 주관한다. 시 전체가 움직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촘촘하게 짜인 선정 기준을 토대로 시민과 함께 올해의 원북(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2017년 원북은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저서 『여행 하는 인간』이다. 원북 선정과 함께 모집한 원북 독서토론동아리들은 지금도 『여행하는 인간』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일정한 장소를 원북 북 
카페로 지정해 원북원부산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부산 시민도 원북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큰글자도서, 점자도서, 오디오북와 같은 특수자료도 제작해 배부한다. 오는 10월에는 원북원부산의 활성화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원북원부산과 비슷한 성격의 운동은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도 꽤 진행 중일만큼, 시민이 다 같이 동일한 도서를 주제로 토론하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는 데 따른 효과는 현 사회가 주요하게 인식 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시민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서토론동아리도 있다. 다른 도서관에서도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이곳처럼 30년 넘게 독서회를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 85년 미네르바, 86년 한마음, 푸른 소리 독서회가 발족한 이래로 10개의 독서회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시민들로 구성된 독서회에는 사서도 참석한다고 한다. 
푸른소리 독서회 운영 관계자는 “사서가 단순히 진행자 역할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회원들처럼 적극적

 

으로 토론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사서들은 토론회를 운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2011년 부터 자신들만의 독서회도 조직해 활동중이다. 도서관에서 독서회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건 회원들의 지속적인 열의가 기본이겠지만 독서회를 바라보는 사서의 인식과 노력 또한 뒷받침 되었을 거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깊은 사유를 위한 인문학 공부가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시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교육사랑인문학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인문독서아카데미’와 ‘길 위의 인문학’과 같이 인문학 관련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다. 다른 점은 교육사랑인문학아카데미가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시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포도서관, 중앙도서관, 해운대도서관과 함께 진행한다. 지난 6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쓴 소설가 공지영 씨를 초청해 작가 토크 콘서트와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교육사랑인문학아카데미는 9월까지 이어지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소장이 시민도서관에서 ‘역사 속에 없는 이야기-성매매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지역서점과 손잡다 
부산시에선 2016년 8월 「부산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 안」, 「부산광역시교육청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되었다. 사라져가는 지역서점을 살리자는 바람이 파도가 되어 부산에도 찾아온 것이다. 이에 따라 도서관을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에서 도서 구매 입찰을 진행할 때 근거리에서 영업하는 동네서점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시작됐다. 시민도서관 또한 도서를 구입할 때 1년 치 도서 구입 예산을 한 번에 소요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던 과거에서 탈피해 월 단위, 희망도서 단위로 금액을 나누어 작은 동네서점도 충분히 응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도서를 구입하게 되면 대규모 납품이 가능한 대형서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이든 동네서점이든 같은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토대가 된 도서정가제 시행과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안 제정은 시민도서관이 지역서점과 함께 할 수 있 는 노력을 하는데 주요한 바탕이 돼 주었다. 
시민도서관 장원규 관장은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지역서점 34곳이 시민도서관에 도서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엔 5개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라며 “앞으로도 시민도서관이 지역서점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민도서관은 조례안이 발의되기도 훨씬 전인 2010년부터 이미 부산 내 지역서점과 연계한 ‘행복한 책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는 문우당서점, 동래서점, 책과아이들 등 지역서점 열여덟 곳이 시민도서관과 함께 하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으로 ‘지역서점 작가 파견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중소형 지역서점이 저자나 강사를 초청해 사인회나 강연을 할 수 있도록 강사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9월부터 참여 서점을 모집하고, 참여하길 원하는 서점은 독서 문화 프로그램 활동계획을 포함한 공모신청서를 시민도서관에 제출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서점에는 예산 1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민도서관은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는 것과 함께 지역서점을 시민들이 저절로 찾아가는 문화거점지로 변모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대표도서관의 이름으로 봉사하다 
시민도서관은 대표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지역 내 도서관 업무를 총괄해 지원하는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지난 2009년 각 도서관별 개설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안내하는 도서관 통합 사이트 ‘부산도서관넷’을 개설했다.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도서관장 산하 도서관 정책부를 신설해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혁신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현재 도서관 정책 일환 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독서문화진흥 사업, 범시민독서생활화 사업”이라며 “독서문화진흥 사업은 부산 내 공공도서관 독서문화행사 지원, 직장독서문화 지원사업,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특수자료 제작과 지원, 범시민도서교환전 등과 같이 부산 시민과 함께 하는 사업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범시민독서생활화 사업의 내용은 작은도서관 조성 및 운영 지원, 전자도서관 및 모바일 라이브러리 운영, 자료통합검색 시스템 운영 등으로 지역 내 도서관 네트워크 관리를 맡고 있다. 2019년에는 새로운 부산시 대표도서관이 될 ‘부산도서관’이 부산 사상구에 개관될 예정이다. 그에 따라 시민도서관이 그동안 수행했던 대표 도서관의 역할은 부산도서관으로 이전된다.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부산의 지역대표도서관으로 일해 온 세월이 아쉬울 법하다. 이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물어보니, 도서관 측은 “지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을 넘겨 줘도 지난 116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공공도서관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충실히 수행해 시민에게 봉사하는 것만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던진 우문에 훌륭한 대답이었다.

 

 


 

SPOT INTERVIEW 

“대표도서관으로서의 기능, 시민도서관의 몫”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장원규 관장

 

오랜 역사가 남긴 것이 있다면 
“현재 시민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서들은 홍도회 도서실 시기부터 수집해 온 당시 출판된 단행본, 다수의 행정 자료 등이에요.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문헌실을 형성해 특성화 자료로 관리 중이죠. 민족의 아픔이 담긴 시대 자료이지만 학문적으로는 연구 가치가 높기 때문에 자료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어요. 일본어와 한문을 잘 모르는 많은 일반인들 역시 이 자료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1969년부터 고문헌실 자료 중 광복 전 일본서적의 해제 작업을 진 행해 왔어요. 해당 자료의 저자, 출간일, 출판사와 같은 서지 정보와 내용을 밝히는 작업이죠. 전문가를 채용해 보다 정확한 해제 작업을 진행 한 후 매년 해제집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큰 어른 시민도서관, 지역을 위한다면 
“일단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에 현재 부산 내 지역서점과 연계해 진행 중인 ‘행복한 책나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다 읽은 교양도서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점으로 가지고 가면 책값의 50%에 해당하는 도서교환권으로 환급받는 북 리펀드Book Refund운동이에요. 도서교환권은 책을 교환한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게는 다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계기를 만들고, 이렇게 수집한 교양도서를 작은도서관, 소외지역 복지관 등으로 기증하게 되니 크게는 기증문화에 동참하게 되는 겁니다. 시민과 지역서점, 도서관이 함께 하는 사업이죠. 대체로 이렇게 지역 내 에서 협력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대표도서관으로서 
“우리 도서관이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보니 귀중본을 많이 소장해 자료가 풍부하고, 규모도 가장 커서 그런 부분들이 감안돼 현재 대표도서관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봐요. 그 중 하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협력해 부산 지역의 자료를 보존하기 위한 납본을 받고 것인데요. 납본 대상 자료는 부산 공공기관에서 발간하는 모든 자료, 부산의 향토자료, 지역 학술행사 및 세미나 자료와 책자로 발간한 도록 등입니다. 출판사와 작가의 작품도 부산의 기록유산으로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대표도서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늘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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