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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쏜살은 어떻게 동네서점을 명중했나
민음쏜살은 어떻게 동네서점을 명중했나
  • 안선정 에디터
  • 승인 2018.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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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쏜살 X 동네서점

민음사에서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 이른바 ‘동네서점 에디션’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제목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인 기사와 차원이 다른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첫째요. 이 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록을 누군가는 제대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명이 둘째요. 아울러 동네서점을 향한 실천적 움직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포함해 ‘민음쏜살 X 동네서점 코멘터리’를 기획했다. 가장 먼저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이하 장은수)에게 만나기를 청했다. 좋은 취지라는 답변과 함께 참여 의사를 알려왔다. 다행히 또 다른 조력자인 51페이지 서점 김종원 대표(이하 김종원)와 민음사 조아란 과장(이하 조아란)까지 흔쾌히 동참해줬다. 코멘터리가 성사된 것이다. 예상대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 동네서점 에디션 프로젝트의 과정과 성과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는 것만도 그러한데, 동네서점이 중심 되는 마케팅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출판사와 동네서점과의 지속가능한 협업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보는 시간도 됐다. 시작이 미미했던 것도 아니지만, 더욱 기대되는 건 그 끝이 어떤 모습의 창대한 변화를 가져올지다. 이것이 <비블리아>가, 우리가 민음쏜살 X 동네서점 프로젝트를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 탄생 비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장은수 해외 출판 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면 온라인 서점의 경우 회원을 가지고 있으니까 알아서 회원에 적합한 이벤트를 만들어요. 특히 아마존은 가격과 큐레이션 두 가지로 독자를 발굴하죠. 거기 에 출판사가 추가로 마케팅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 출판사가 대형서점에서 마케팅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서점이 제안하고 출판사가 참여하는 구조로 대부분 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판사가 마케팅을 기획하고 서점에 떠먹여 주는 형태에요. 해외에도 물론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하긴 하는데 이런 경우 주로 지역서점과 동네서점이 주 타깃이에요. 이유는 출판사가 주력해 홍보하는 책 이외의 것은 독자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서점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어서 입소문을 만들고 결국 큰 규모의 서점에서까지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러한 행사를 굉장히 끈끈하게 오랫동안 해오고 있죠. 결국, 외국에서는 대개 마케팅 사례라고 하면 “지역서점에서 뭘 했는가?” 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출판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는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에서 뭘 했는가로 이뤄져 있다는 거죠. 단언할 수야 없겠지만 대부분 그렇죠. 제가 조금 당황했던 것 중 하나가 해외 지역서점에서 성공한 기획을 우리나라는 온라인서점에서 똑같이 한다는 것이에요. 가령 ‘복면 X’ 와 같은 행사는 온라인 서점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책을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 내지는 자기가 읽으려고 사기보다 선물하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동네서점을 잘 되게 하려고 기획된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동네서점을 망하게 하는 도구로 작동될 우려가 있는 거죠. 가뜩이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은 사은 행사나 적립금 적립 등으로 구매자들을 당기는데 거기에다 특별 기획 상품들도 전부 그들에게 집중되면 결국 동네서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되는 구조를 가지게 되죠. 어떤 방법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획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만 실행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제가 일일이 서점을 찾아다니며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러다 이 주제로 김종원 
대표랑 이야기하게 됐고요. 보통 ‘이런 걸 해보면 어때요’라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잘 움직이지 않거든요. “필요하긴 한데 제가 하라고요?” 이런 반응이죠. 다행히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김 대표가 응답을 줘서 그럼 진짜 한번 해보자고 기획하게 됐죠. 그 아이디어가 바로 동네서점 에디션을 만들어보는 것이었고요. 

 

김종원 대표님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한 건가요? 
김종원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 중에 온라인 전용 리커버 판으로 나오는 책이 있거든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독자로서도 아쉬웠죠. 그런 상황에서 장 대표님이 전화를 주신 거였어요. 동네서점 에디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몇몇 친분 있는 서점에 찾아가 의견을 물었어요. 대부분 좋아해 주셨어요. 책이 만들어지면 20권이든 30권이든 사겠다는 이야기를 해준 분도 있었고요. 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좋습니다.

 

왼쪽부터 장은수 대표, 김종원 대표, 조아란 과장.

 

이런 제안을 받은 민음사 입장은 어떠했나요? 
조아란 동네서점이 워낙 많이 생기고 있고, 내부적으로 무언가같이 해 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늘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런데 동네서점과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딱히 무언가 할 순 없는 상황이었죠. 마침 김 대표님이 네트워킹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결정하는 데 문제는 전혀 없었어요. 몇백 부가 팔리더라도 시도해보자 의견이 강했어요. 

 

민음사가 선택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장은수 제가 민음사 출신이다 보니 가장 먼저 연락을 했죠. (웃음) 

 

기획 단계부터 책 출간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김종원 첫 회의가 5월 11일이었어요. 저와 장 대표님, 조 과장님 세 사람이 저희 서점에서 처음 만날 날인데요. 그리고 책이 7월 중순에 나왔 으니까 두 달 걸렸네요. 굉장히 빨리 진행된 거죠. 
장은수 참여 의사 여부, 주문 수량 등을 취합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렸고요. 책 디자인 같은 경우 한 달 정도 걸리거든요. 이번에 해봤으니 다음 프로젝트는 훨씬 더 시간 단축이 가능하겠죠. 

 

동네서점 공모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김종원 저 혼자서 한 것은 아니에요. 다 같이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울지역의 경우 제가 알고 있던 서점 10여 곳에서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혀왔고요. 지방 소재 서점은 SNS를 통해 알게 된 메일 주소로 프로젝트에 대한 취지 설명과 함께 신청 방법이 담긴 내용을 발송했죠. 대부분 호응해주셨답니다. 
조아란 150여 곳 서점에서 참여 의사를 알려왔고요. 정말 재미있는 지점이 있었는데 책 주문을 받아보면 지방별로 들어와요. 소문이 났는가 싶을 정도로 특정지역에서 우르르 주문이 오는 걸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죠.

 

<무진기행>과 <인간실격> 두 작품이 선정됐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 었나요? 
조아란 동네서점 에디션을 쏜살문고로 만들어보자고 결정하면서 분량 때문에라도 대상 작품을 한 단계 거를 수 있었어요. 또 <무진기행>은 여름마다 홍보에 주력했던 책이어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고요. <인간실격>의 경우 동네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취향과 동시에 작품성과 마니아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가 누굴까 고민해 본 결과의 답이었어요. 편집 자도 같은 의견을 줬고요.

 

상당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조아란 너무 마니아층을 겨냥해 안 팔려도 문제고, 여기저기서 구할 수 있는 책이어도 곤란하니까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한 또 다른 부분은 가격 면에서 부담이 크지 않는 적당한 시리즈가 기존에 있었다는 것이에요. 서점 입장에서도 부담이 줄어들 거고요.

 

잘 팔리나요? 동네서점 반응은 어떤가요? 
김종원 제가 운영하는 서점에서는 많이 팔리고 있어요. 다른 서점도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점들은 무엇보다 동네서점 에디션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즐거워하고 있어요. 여건상 현금 매입이 조건이었는데도 10권 이상은 기본이고 20~30권씩 구매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메일로 감사 인사를 해 온 분들이 꽤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출판사와 동네서점 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요. 
장은수 남해의 봄날이라는 서점엘 다녀왔는데, 책 다 팔리고 없는데 왜 안 보내주느냐고 하더라고요. (웃음) 
조아란 초판으로 2천 권 찍었는데 출고 후 바로 완판되는 바람에 추가로 천 권을 더 찍었어요. 회사에서는 이렇게까지 재판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치 않았고, 초판만 다 나가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번 기회를 통해 동네서점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어요. 독자들은 서점을 가고 싶어해요. 이유만 있다면 더 가고 싶어할 겁니다. 그러니까 서점은 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또 ‘여기는 나의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독자와 서점 사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결국, 동네서점에 가면 ‘뭔가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만드는 일이 되겠죠. 인천에 ‘책방산책’은 정말 작은 규모의 책방인데 수십 권이 7시간 만에 완판 됐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이 사례만 보더라도 동네서점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보고요. 

 

민음사 입장에선 손익분기점은 넘긴 건가요? 사람들은 이런 부분 을 참 궁금해하잖아요. 
조아란 네,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아요. 
장은수 손익분기점 이야기가 나왔으니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판권과 인하우스 디자인을 제공했고, 유통까지 책임져줬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저나 김종원 대표 역시 별도의 기획료나 인건비를 받지 않았고요. 이런저런 비용을 다 합치면 투자비가 만만치 않아요. 처음부터 상업적인 성공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커요. 안타깝게도 작은 규모 출판사 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거죠. 

 

민음사라는 출판사의 사회 공헌 차원일 수 있다는 말씀이죠? 
김종원 저는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예상은커녕 시도 자체의 큰 의미를 뒀었기 때문이죠. 
장은수 출판사의 엄청난 재능기부가 있었던 거죠.(웃음) 

 

출판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장은수 민음사의 움직임이 문학동네를 자극해 그쪽에서 김영하 작가와 함께 동네서점 투어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또 동네서 점 영업팀을 만든 출판사도 있다고 하고요. 
김종원 실제로 출판사에서 많이 오세요. 동네서점 에디션 출간 이후 더 많아졌고요. 심지어 도서 유통 도매상인 북센에서도 동네서점 투어를 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었어요. 

 

또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 제안은 없었나요? 
김종원 아직 특별히 없었고요. 또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일단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보니 비슷한 제안이 와도 고민됩니다.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지 싶은 거죠. 누군가는 앞장을 서야 하는 데 그 부분이 문제로 남아 있는 셈이죠. 
장은수 방법은 있어요. 독립서점 네트워크라는 게 있거든요. 조직을 더 키우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점이 가입해 사무총장을 임명하고 그 사람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도록 하는 거죠. 
김종원 서점 운영자 개개인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어디에 종속되고 가입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상당해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장은수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민음사는 어떤가요? 동네서점과 다른 협업 계획은요? 
조아란 이미 내부에서는 다음 것도 진행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고요. 이슈가 될 수 있을 만한 또는 출간 시즌에 맞는 새로운 것을 해보 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시도 좋고요. 
장은수 동네서점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힘든 것이지. 이미 만들어진 네트워크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김종원 동네서점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죠. 레퍼런스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반응까지 좋았기 때문에 좋은 프로젝트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조아란 출판사 입장도 다르지 않아요. 기획이나 마케팅 모두에서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곳인 동네서점과 협업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장은수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말은 많은데 실제로 출판업계에서 이러한 실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환기할 수 있었던 사건이 됐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출판사와 동네서점이 협업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고요. 덧붙여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독자가 동네서점을 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독서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지속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출판사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는 마케팅 비용의 75%를 동네서점에서 쓰고 있어요. 우리랑은 완전히 반대인 거죠. 반대가 아니라 우리는 거의 9대 1 정도 될 텐데 대형 출판사일수록 어차피 마케팅 비용을 동네서점에서 써도 비슷한 효과를 거둔다는 거예요. 더불어 지금 대다수 출판사가 비계획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계획적 베스트셀러만 있죠. 그러니까 자꾸 유명 작가에게만 자본이 쏠리게 되는 것이고요. 아니면 ‘미디어 셀러’밖에 없는 거죠. ‘동네서점 베스트셀러’를 통해 입소문 난 책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자주 일어날수록 출판 생태계는 건강해지거든요. 그러려면 저마다 특색 있는 동네서점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하고요. 이런 실천들이 이번 프 로젝트를 통해 증명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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