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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보고, 또 꺼내보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꺼내보고, 또 꺼내보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8.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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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성인문학 브랜드 「욜로욜로」 런칭 기념

누군가는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고 불현듯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양팔에 가득 발라보며 내가 받았던 ‘사랑’을 추억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읽다가 새끼를 낳지 못하는 돼지 핑키가 죽을 때 엉엉 울어봤을지도 모른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된 국내 최초 청소년문학시리즈, ‘1318문고’에 관한 기억이다. 설립 35주년을 맞은 사계절출판사가 대표 얼굴인 1318문고 20주년을 기념해 ‘사계절이 걸어온 길’ 같은 구태의연한 자축파티 대신 상큼한 도전을 시도했다. “정말 좋아요. 진짜 좋거든요? 말로 표현 못하게 좋은 책인데, 청소년문학이라고 청소년만 읽기엔 너무 아까워요.” 숨겨진 속말을 꺼내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 그려진 듯한 사계절출판사 김태희 기획 편집부 총괄팀장의 표정을, 마음 같아선 ‘욜로욜로 브랜드’ 선물상자에 담아내고 싶다.

사진제공 사계절 출판사

 

 

욜로, ‘너무 힘든’ 2030세대를 위하여 
사회과학도서, 교양도서도 꾸준히 출판해 온 사계절출판사(이하 사계절)이지만 국내 최초 청소년문학 1318문고 시리즈를 20년 동안 지켜 온 저력은 사계절을 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로 불리게 했다. 그러나 1318문고로 출간된 책들 중에는 성인들이 읽어도 충분할 책이 많았고, 성인문학의 하위개념으로 치부하면 안 될 만큼 깊이 있는 소재들이 다양했다. 사계절의 사람들은 청소년문학에 갇혀 더 많은 이들의 손에 잡히지 못하고 있는 책들을 1318문고 20주년이라는 시기를 빌어 선보이고 싶었 고, 이를 계기로 성인문학이라는 새 활로를 개척하고자 했다.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독자층이었다. 1318문고 역시 청소년이라는 확실한 독자층을 정해 해당 분야 전문 출판사 이미지를 구축한 만큼 사계절의 성인문학 브랜드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독자층이지만 결국 ‘누가 가장 많이 읽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다. 
어쩌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1318문고가 걸어온 지난 20년 동안 그 책들을 읽고 자란 이들이 대한민국의 청년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브랜드화를 하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 일이, 처음엔 1318문고 20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이벤트였던 일이 점점 커지는 순간이었다. 브랜드 명을 욜로욜로로 지은 건 사실 TV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준말, YOLO)’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유행하기 1년 전이어서 결과적으로 선견지명을 펼친 일이 됐다. 사실 욜로란 1318문고가 갖는 정의에 가장 맞춤 맞은 단어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1318문고가 무엇이던 
가? 기성체제에 물들지 않고 주변부에 머무르면서,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때 부조리한 것들을 끄집어내는 젊은 시각 아니던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는 결을 살펴봤을 때, 욜로는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는’ 소비의 행태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젊은이들이 마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하기 싫어서 혹은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사회의 힘없는 일원으로서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현재를 즐기는 데만 빠져있는 것처럼 조장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을 살아가는 2030세대의 삶은 분명 팍팍하다. 사계절은 자신들과 함께 자란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사회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오늘 당신이 읽은 어느 한 문장이 당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욜로욜로를 만들었다. 한시적 소비로 그친다는 의미의 욜로가 아니라 지친 청년들의 가슴을 뭉근하게 어루만져 줄 단어로 말이다. 어쩌면, 그뿐이다.

 

사계절, ‘무엇을’ 위로하는가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봄바람』,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이미 양장본 성인문학으로 출간돼 있었다. 욜로욜로에는 이 책들에 더 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멘홀』 등 성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기존 1318문고 도서 7편을 더 선정했다. 기본적으로 스테디셀러인 책들이지만 2030세대 독자들이 선호할 만한 책을 우선적으로 꾸렸다. 『독이 서린 말』 같은 경우, 아동 성폭행이라는 소재 면에서 다소 선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더 큰 의미로 페미니즘과 연관이 있다. 감금당한 소녀의 어머니가 수 년 동안 남편이 쏟아 부은 독설들에 묻혀 스스로 손 쓸 수 없이 무기력한 인간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하게 억압받았던 일들을 가장 극화된 방식으로 표현된 책이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어떠한가. 메이 아줌마가 죽고 나서 남편인 오브 아저씨와 화자인 소녀 서머가 어떻게 아줌마의 죽음을 극복하고 견뎌내는지에 대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러나 소박하게 서술했다.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가 내세운 삼성전자 근로자 백혈병 발병 사태 이야기를 읽으며 분노하고, 욕할 수 있는 자유와 생각이 ‘욜로욜로’가 추구하는 삶이다. 사계절은 말한다. 사회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소재들이 담긴 이러한 책들을 읽으며 독자들이 등장인물을 위로하고, 위로받길 바란다고 말이다.

 

제공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제공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파티, ‘진짜 청년’이 함께 한 새 책 
‘욜로욜로’가 사계절의 상큼한 도전인 데는 어쩌면 총 10권으로 구성된 책들의 표지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산학협력 방식으로 협업하게 된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이하 파티) 재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낸 ‘청년 취향저격’ 디자인들이 표지가 됐기 때문이다. 입학시험에만 수 일이 걸린다는 파티의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 하나를 욜로욜로 표지 제작에 바쳤다. 사계절 측은 1318문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파티 학생들을 책에 대한 선입견 없이 창의적인 표지를 제작해줄 거란 기대로 적극 반겼고, 그 기대는 효과 100% 결실이 됐다. 기존 책들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조금은 만화 같고, 한 편으론 액자에 걸어둘 화폭 같은 표지가 탄생했다. 사실 일반적인 단행본 표지 제작 기간의 2~3배를 소요한 이번 표지 작업이 학생들에게 뿌듯함만을 안겼을 리는 만무하다. 편집자들 역시 학생들과 협업한 6개월 이상의 기간이 녹록치 않았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작업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사계절이 갈망했던 요즘 청년들의 마음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름 하나, 하나가 책 판권에 새겨지고 오는 9월 서울 홍익대 부근에서 열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어엿한 전시회를 열기 위해 진행 중인 포털사이트 스토리펀딩 진행 역시 사계절이 욜로욜로를 통해 만나고 싶었던 청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사계절이 가는 ‘길’ 
김태희 팀장은 말한다. “사회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그들이 실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에요. 요즘은 책 이 참 흔하잖아요. 내 돈 주고 사도 아깝지 않고, 주거 공간도 좁은데 굳이 책을 빌려 보지 않고 소장하고 싶다고 여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욜로욜로 기획 의도와도 같죠. 사계절의 모토는 ‘성장의 의미를 생각한다’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모토를 버리는 게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의 손맛,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나는 책들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될 거예요. 욜로욜로 책 표지 같은 것들이 바로 그 플러스 알파의 일환이 아닐까 싶어요. 굳이 비싼 그림을 사지 않아도, 주변에서 살 수 있는 값싼 액자에 이 표지 하나를 잘 넣어 걸어 놓으면 내 방을 예쁘게 꾸밀 수 있죠. 너무 열심히 생활하는데, 너무 힘든 사회를 견뎌야 하니 ‘나 스스로 잘 하고 있어. 나는 너무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언제 어디서든 건넬 수 있는 선물세트 같은 책을 만든 거예요. 독자들이 이런 문학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함께 분노할 수 있고, 문학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면 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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