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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문학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최유정
  • 승인 2018.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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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래하는 밴드 서율

우리의 윤동주 시인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는데, 여기 문학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진짜 노래를 부르는 ‘책 전문’ 밴드가 있다. 시와 소설을 소재로 실제 음악을 만들고, 작품별로 프로젝트 그룹을 꾸려 전국을 누비며 독자이자 관객을 만나는 그들, 책의노 래 밴드 서율.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한 그들의 선율을 읽어 보련다.

사진 제공 밴드 서율

 

 

‘책의노래 서율’ 무엇을 노래하는 밴드인가 
2008년에 결성돼 벌써 열 살이 됐네요. 그간 정규 앨범도 두 장 발매했고, 진행했거나 출연한 북 콘서트만 800회가 넘었어요. <다시, 봄>과 <어쿠스틱 배케이션> 등 우수 공연도 했고요. 사실 이렇게 롱런하는 밴드가 될 줄 몰랐는데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으로 덕분에 10년 뒤인 지금, 월간 《비블리아》와 인터뷰도 하게 됐네요. 밴드는 버티면 이기는 겁니다 (웃음) 저희는 2008년부터 책을 노래하는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팀 이름은 2010년부터 쓰기 시작했고요. 책의노래 서율書律 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기획부터 보컬까지 모두 진행했던 설립 대표는 이수진 씨고, 현재 대표는 현상필 씨입니다. 밴드의 중요한 콘텐츠 축이 문학과 음악인데 문학 콘텐츠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문예창작을 전공한 현상필 대표가 서율을 맡았어요. 
음악의 축은 밴드 리더 김대욱 씨가 맡고 있는데요. 곡에 따라 보컬과 악기 아티스트 구성이 달리 하고 있어요. 서율 밴드 음악이 다양한 소재의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데, 하나의 목소리와 사운드를 전하는 게 맞지 않 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 서평 동호회에서 서율이 시작했다는데 
당시 이수진 대표와 리더 김대욱 씨가 서평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각자의 직업이 있었고요, 취미 생활로 모인 거죠. 모임에서 서평의 줄거리를 줄이고 줄여 노랫말로 만들고, 기타로 멜로디를 붙이니 새로운 독후감 형태의 노래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땐 모임 멤버들끼리 재미있자고 한 일이라서 동호회 뒷풀이나 제휴서점 등에서 지인들이나 젊은 작가를 위한 공연을 했어요. 어느 날 대학로 이음책방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월간 《샘터》 기자가 객석에 앉아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샘터 인터뷰를 시작으로 주요 일간지와 신문, 3사 방송국 등에서 인터뷰와 소개가 나가게 됐고요. 이후에는 도서관과 기관, 학교 등에서 유료 공연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밴드이자 기업이 된 거죠. 문화·예술을 전공한 청년들이 스스로 만드는 새로운 길,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된 거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해요. 

 

팝, 락, 스윙, 보사노파, 포크 등 다양한 장르들과 결합해 눈과 귀가 즐거운 음악・공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율의 기획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공연 기획을 비롯한 전반적인 ‘콘텐츠 기획’, 그리고 음악 선곡 등 공연 기획인데요. 공연 기획은 현 대표가 담당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창작 공연인 <다시, 봄>, < 저녁의 시음詩音회>, <어쿠스틱 베케이션> 등은 서율만이 가진 음악적 성과와 역량, 문학적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연이었고요.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창작곡, 클래식 스트링과의 협연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하는 편곡 작업 은 리더가 맡고 있어요. 공연 기획과 곡 작업은 현 대표와 리더가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작업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진행되고 있고요. 분명한 역할 분담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협업하다보니 서율 밴드의 공연 콘텐츠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우수공연으로 선정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밴드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사 소속을 통해 맞춰지는 것보다 스스로 성장하는 것. 10년 뒤를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것도 자생한 경험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 ‘가내 수공업 밴 드’라는 별명을 붙여 주더라고요. (웃음) 작지만 탄탄한 밴드로 장인 정신을 살려볼까 싶습니다.

 

노래, 음악의 주제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나 
사실 지금까지 8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진행했기 때문에 일일이 작품을 세기 어려울 정도예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노래에 담았는데요. 
먼저 시에서는 윤동주, 김용택,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문태준, 이문재, 오은, 김재진, 이정록, 문정희, 고운기, 용혜원 시인 등의 작품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해외 작품의 경우 파블로 네루다, 에드몽 로스탕(<시라노>), 린 판덴베르흐 등의 작품 내용을 노랫말로 옮겨 곡에 담았죠. 작품 선정의 경우 현 대표나 리더 등을 비롯한 멤버들이 함께 문학 작품을 읽으며 받은 영감을 공유해요. 때로는 같은 작품을 함께 읽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노래로 담으면 좋을 내용을 정리하죠. 시의 경우, 대부분 시 전문을 노랫말로 삼기 때문에 시 분위기, 주제와 잘 어울리는 곡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요. 물론 시는 해석의 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일률적인 해설에 의존하지 않고요. 때문에 시 노래에는 서율만의 음 악적 해석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해요.

 

워낙 많은 공연을 하다 보니 지역이나 주최 기관, 주제 등에 따라 초 청받는 공연이나 공연 방식이 달라질 것 같은데 
‘찾아가는 북 콘서트’의 경우 공연을 의뢰하는 여러 기관의 특징과 관객들의 연령대 등을 고려해서 주제 도서를 선정해요. 추천 도서를 받기도 하고요. 그에 맞춰 노래를 만들거나 선곡이 이뤄지죠. 또 초청작가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작가의 저작 및 강연 주제 등을 참고해 기획이 이 뤄집니다. 매년 많은 공연을 하는 비결은 오랜 경력의 밴드 이름 값도 있겠지만 주제 도서를 꼼꼼히 읽고 분석 후 음악과 매칭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몇몇 단체들의 행사를 보면 책을 겉핥기로 읽고 준비 안 한 게 느껴지거든요. 함께 한 작가들이 저희에게 토로한 적도 많아요. 서율처럼 열심히 읽고 준비한 단체들이 별로 없다고요. 기획은 ‘기본에 충실’이라는 정공법에 따라 공연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충 읽고 무대에 올리면 스스로가 제일 잘 알지 않나요? ‘이불킥’ 하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작가들은 물론 독자들도 다 아는데 말이죠.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소통하며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 할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정규 멤버들도 있고요. 보통은 공연별 프로젝트에 따라 진행을 하고 있어요. TFT로 구성해서 준비하기도 하고요, 연도별로 협업하기도 하죠. 오랜 기간 청년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서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력 위에 인성이에요. 하나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피날레를 맺기까지에 대한 책임감, 서로간 신뢰와 소통, 호흡이 중요하죠. 공연은 사람을 향한 배려거든요. 어떤 책을 읽고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길 위의 작은 생명을 대하는 에티켓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서율 롱런의 비결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생 각이 들 정도예요. 
요즘 큰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큰 밴드, 큰 기업으로 규모를 늘리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서율은 작지만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큰 공연은 실험적으로, 작은 공연은 섬세하게, 상황에 맞춰 실속 있게 꾸리는 것이 긴 호흡으로 갈 수 있거든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2017년을 기억하는 문학적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탄생 100주년이 되는 윤동주 시인이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 <서시>, <별 헤는 밤> 등을 사랑하죠.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랑에 비해 시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율은 여러 차례 <윤동주 시 콘서트>를 진행했어요. 공연에 대한 호응이 무척 좋았죠. 시인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노래에 담아 선보이기도 했고요. 앞으로 서율 밴드는 더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소 개하면서 한 생의 기록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습니다. 

 

10주년 기념 이벤트가 준비 중인지 
대외비였는데. (웃음)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권유도 많이 하고요. 서율의 흑역사부터 지금의 활동까지 재미있게 만나는 기록물 제작도 생각하고 있죠. 악보도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책으로 제작할까 고민 중입니다. 기타 동료들의 개인 집필 작업인 책 계약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10주년 기념 앨범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예약 공연 외에도 할 게 많네요. 내년에도 바쁘겠어요.

 

향후 어떤 음악그룹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고전작품과 클래식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서율 공연에서 소개된 책이 궁금해서 서점에 가 샀다는 관객, 서율의 음악 덕분에 시를 노래로 외워버렸다는 관객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공연장에서 뵙지 못하는 분들과는 EBS 라디오 FM104.5MHz <책으로 행복한 12시 김현주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목요일 오후 1시에 만나고 있는데요. 많이 들어주셔서 힘이 나고 있어요. 이렇듯 서율의 음악, 서율의 책 이야기, 서율의 발자취가 세상을 향한 공감, 이 시대 청년들에게 건네는 희망, 소외된 이들에게 건네는 손길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의미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갔던 밴드. 책의노래 서율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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