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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죽지 않는다, 『녹색섬광』 김은주 작가 인터뷰
진실은 죽지 않는다, 『녹색섬광』 김은주 작가 인터뷰
  • 임기선
  • 승인 2018.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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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비리 다룬 문제작 『녹색섬광』 김은주 작가
한 병원 옥상에서 소년이 떨어져 죽고 그 순간 오랜 시간 코마 상태에 빠져있던 소녀가 깨어난다. 소아 중환자실에서 함께
생활했었던 두 사람. 소녀는 자신이 코마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소년이 찾아와 모든 것을 얘기해주었다고 말한다.
소년의 죽음 뒤에는 한국의료계의 거대한 음모와 추악한 비밀이 숨어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녹색섬광』 은 소아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믿음이 사라져가는 지금, 약자인 10대가 던지는 질문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글·사진 임기선 | 자료제공 아르테누아르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 선정작
한국 의료사회를 비판한
메디컬 미스터리 

 

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가 되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글을 쓰게 되었나
8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계속 작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
장편영화 시나리오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작가로의 전환이 조금은 수월했다. 물론
작가의 어려움 또한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사는 동안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 계속 고민 중이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 역시 이런 고민의 결과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 선정작인데 집필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녹색섬광』을 단막 드라마로 구상했는데 소설을 쓰면서 사건과 인물을
확장했다. 영상 대본의 초안을 갖고 장르소설로의 구상을 시작한 거다. 김봉석
영화평론가와 함께 장르소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고 지난해 11월에 초고
작업을 완료했다. 출판이 결정된 이후에는 스토리마인의 채영희 대표가 편집자
역할을 해주어 4월 초에 원고를 완성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와는 기승전결이
또렷한 이야기로 완성하는데 중점을 뒀고, 채영희 대표와는 독자들이 흥미를 갖고 볼
수 있도록 테크닉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
책, 소설을 좋아해서 국문과로 진학 했고, 영화 역시 
고전영화부터 시작해 열심히 보던 시절이 있어 글쓰기와
영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원 역시
영화에 대한 좀 더 깊은 연구와 집중을 위한 선택이었고,
영화 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장르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이어갔다. 문학, 영화 모두 좋은 이야기와 플롯, 캐릭터가
있다면 딱히 구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웹툰이든 드라마든
좋은 이야기 즉 인간, 삶, 정의, 사랑 등 개개인의 가치 판단과
고민을 요구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녹색섬광』에는 슈퍼 박테리아와 신약 개발, 비밀 임상 시험
등이 등장한다

의료사고로 코마에 빠진 인물을 구상하면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큰 문제가 될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소설 속
소아중환자실 아이들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실제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고, 항생제 오남용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메르스 사태 때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이라든지, 공개되어야 할 정보가 왜곡,
은폐되는 것들을 보면서 의료 문제는 곧 한 사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잣대라고 생각했다. 의학 자료를 찾아 읽고 글 속에
녹아내기까지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의료 체계의 구멍과
의사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 등에 대해 용기 있게 폭로한
보고서와 글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 메디컬 장르를 다룬 소설,
드라마, 영화도 많이 보고 연구했다.

지평선을 넘어가는 태양의 위 둘레가 녹색으로 빛나는 찰나
거짓이 사라지는 아름다운 순간 

『녹색섬광』이란 제목이 무척 특이하다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에 등장한 녹색섬광 현상이
모티브가 되었다. 태양이 지평선을 넘어가는 순간 태양의 위
가장자리가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녹색섬광’이라고 한다.
천국에나 있을 법한 빛이자 헛된 기대와 거짓말을 사라지게
하는 빛이다. 찰나의 빛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얘기하고 싶었다.


신약 개발의 문제점과 의료계의 비리와 비도덕성도 비판했다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어떤 범죄나 재난에
희생될 때,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사람도 없고, 그런 일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나와 내 가족 모두 운 좋게 피했을
뿐이다. 하지만 점점 우리 사회가 이기적으로 변하고 공감
능력을 상실하는 것 같다. 나만 아니면 돼. 내 가족만 아니면
돼. 이런 식으로 회피하고 외면하면 누가 남겠나. 결국 나홀로
남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피해와 죽음에 대해 고민했고, 인간의 죽음이 제대로 존엄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풀어내고 싶었다.


『녹색섬광』의 ‘수인’의 복수 과정이 무척 대범하고 담대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느낀 부조리함과 부당함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약자였기 때문에 희생됐다고
생각했고, 약자들이 권력자와 강자, 어른들에게 복수하는
설정을 만들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해주지 못한
일들, 즉 합당한 처벌과 반성을 촉구하고 복수하는 나름의
판타지다. 법과 정의가 지켜주지 못한 세상에 사는 약자들의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물을 만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과 배려, 연대의식을
갖춘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중년여성인 ‘미영’은 존경하고
믿을 수 있는 기성세대로 간호사는 환자의 편이라는 신념을
지키며 사는 인물이고, 정신과 의사인 ‘승열’은 환자와 의사를
권력 관계로 구분하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성숙한
인간이다. 개인적으로 승열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데 사회적인
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연약함에 계속 휘둘리며
상처받는 인물이다. 평범한 보통사람의 무기력함,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쉽게 전염되는 내 모습이 투영된 인물이기도
하다.

팩션 사극과 로맨스물 연재 중
앞으로 여형사 등장하는 스릴러와 성장 소설 쓰고 싶어 

장르소설의 특징인 클리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마이너한 감수성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해
최대한 대중적으로 생각하고 쓰려고 노력한다. 『녹색섬광』을
쓸 때도 ‘수인’의 복수를 좀 더 대담하게 확장하고 싶었는데
많이 자중했다. 클리셰는 어떻게 보면 검증된 기술 및
방향성이다. 지나치게 피하면 재미나 흥미를 잃고, 너무
편중하면 진부한 이야기가 된다. 가능하면 클리셰를 가져가되
묘사나 대사, 인물 등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작업한다.
다음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현재 팩션 사극과 로맨스물을 모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다
『녹색섬광』이 첫 소설이었는데 많은 매력을 느꼈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배경을 깊게 들어가는 편인데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장단점이 될 것 같아 항상 고민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킬링> 같은 별다른 트라우마나 개인적인 문제가 없는
평범한 여형사가 아주 이상하고 독특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스릴러를 쓰고 싶고, 육상을 하는 학생선수인 10대 소녀가
주인공인 성장소설도 쓰고 싶다. 

『녹색섬광』아르테누아르 | 김은주 지음 | 2018년 7월
『녹색섬광』
아르테누아르
김은주 지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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