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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는 안네의 일기
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는 안네의 일기
  • 김이슬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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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스콜라

 

 

[8월호] 1940년대. 세계는 전쟁의 상처로 울고 있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사는 소녀는 민족성을 빼앗겨 모욕을 당해야 했고, 유럽의 작은 나라에 사는 소녀는 생존권을 잃어 몸을 숨겨야 했다. 해방 후에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사는 동안 상처를 치유하면 좋겠지만 못 버티고 영면에 임한 사람들도 있다.

유대인 소녀 안네가 그런 사람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살던 프랑크 가족은 반유대주의법을 시행한 나치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왔지만 이곳마저 독일 나치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은신처로 몸을 숨겼다. 안네는 좁은 곳에서 가족을 비롯한 8명과 함께 살며 일기장인 ‘키티’에게 고민과 생각을 말했다. 엄마와 겪는 갈등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반 단 가족에 대한 불만, 비슷한 나이인 페터를 향한 풋풋한 애정, 은신처 밖으로 나갈 미래를 ‘키티’와 함께 대화했다. 약 2년 동안 이야기를 들어준 ‘키티’는 끝내 살아남지 못한 안네를 대신해서 사춘기 소녀가 겪어야 했던 시대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었던 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내용을 선별해서 출간했다. 그것이 『은신처: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의 기록』, ‘안네의 일기’였다.

안네의 일기는 단순히 나치의 만행과 탄압 대상인 유대인들이 겪었던 폭력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춘기 소녀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기성세대와의 갈등, 예전과 다르게 변하는 신체에 혼란스러워하거나 자랑스러워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자기 성찰이 돋보인다. 다른 시대를 살고 있어도 같은 사춘기 소년소녀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이미지로 되어 있는 그래픽노블은 텍스트로 되어 있는 원작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1947년 콘탁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초판본을 바탕으로 최초로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 작가인 나지의 간결한 그림체로 다시 쓰인 일기는 표정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래픽 노블로도 나왔으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키티’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경청하면 좋겠다.

현재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작년에 극단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광풍이 한차례 불었다. 잠시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이기적인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기를 기다린다.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피해자의 증언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

오자낭 글 | 나지 그림 | 김영신 옮김 | 스콜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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