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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균형을 맞추는 출판사, 다림
지적 균형을 맞추는 출판사, 다림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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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공 다림

 

[9월호] 균형 잡힌 생활습관, 균형 잡힌 식사. 어른들은 아이의 성장을 위해 일찍 잠재우고, 편식을 막기 위해 영양가가 고른 상을 차린다. 균형을 맞추는 일은 중요하다. 이는 지적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가치관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책 한 권에 담긴 정보와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을 만드는 일이 신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출판사 다림의 사람들은 진중했다.

 

사명이 참 예쁩니다. 다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남원 마케팅·제작팀장_ ‘다림’은 수직과 수평을 헤아려본다는 뜻을 가진 순수 우리말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시선으로 책을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1997년 아동·청소년 전문 출판사로 출발했고, 부서는 편집기획, 제작, 디자인, 마케팅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간 출간 종수는 208종인데, 중간에 절판된 도서들이 있어 현재 160여 종을 출간하는 상황입니다.

 

각자 다림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김남원 마케팅·제작팀장_ 저는 마케팅과 영업, 제작을 총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다림을 알게 되었어요. 2002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쭉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박지연 편집장_ 저는 기획,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아동출판사에 입사한 지인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다른 아동출판사에 있다가 다림의 생산성 있는 활동과 작품들이 좋아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김세희 디자이너_ 저는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어요. 서울출판예비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의 소개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제 첫 둥지네요.

 

왼쪽부터 김남원 마케팅·제작팀장, 박지연 편집장, 김세희 디자이너

 

다림 기획·편집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박지연_ 편집자들이 내부에서 원고만 보는 게 아니라 출판시장 전체를 보며 기획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회사 지원으로 편집부가 밖에 나가 시장조사를 하기도 하고요. 현재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보고, 도서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남원_ 초등학교 담임교사를 섭외해 우선적으로 학급 학생들에게 읽게 하거나 도서관 사서를 섭외하기도 합니다. 우리 내부에서도 에피소드마다 각자의 평가가 달라요. 편집부가 좋다고 하는 부분에서 대표님이 갸우뚱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출간 전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 각 분야에 따라 중점을 두는 기획방향이 있다면요?

박지연_ 아동도서의 경우 아이들이 책을 읽었을 때 “이건 내 얘기야”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공감을 통해서 아이들이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거죠. 문학작품이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을 책임진다면, 논픽션작품은 지식과 지혜의 성장을 고취시킵니다. 청소년도서는 크게 청소년문학과 인문교양서로 나뉘는데요.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도 인식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한빛문고 
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시리즈.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어린이•청소년이 생소하게 느끼거나 사전에 없는 말을 쉽게 풀어냈다.
 

 

다림을 대표하는 <한빛문고> 시리즈의 경우 초등·중등 교육과정과 연계된 주제가 많은데요. 교육과정을 많이 고려하는 편인가요?

박지연_ <한빛문고>의 원고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한국 정서를 담고 있느냐’ 예요. 주요 독자층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딱히 교과과정에 맞춰 주제를 선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함께 맞물려 있으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세희_ 아무래도 글과 그림의 배치, 비율에 가장 신경 쓰고 있어요. 특히 아동 그림책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글, 그림 분량 중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김남원_ 샘플도서를 많이 제작해 보는 편이에요. 최종적으로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구성하기 위해서 최대한 샘플을 많이 참고하면서 회의하고 있습니다.

박지연_ 삽화 디자인의 경우 디자이너가 직접 찾아서 삽입하기도 하고, 작가를 섭외해 구성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시각적 수준이 전문적일 만큼 높아져서, 처음 책을 봤을 때 예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독자들이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이미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김남원_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향후 바이럴마케팅까지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공공기관 납품이나 지자체, 독서단체 필독서에 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녀경제교육서 『똑똑하게 돈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라』를 출간했습니다. 성인도서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인가요?

박지연_ 아동과 청소년 분야는 부모가 가장 큰 소비자인 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 자녀에게 좋은 책을 권할 수 있고, 올바른 교육과 양육을 할 수 있으니까요.

김남원_ 그런 측면에서 자녀교육서 출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자녀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서가 많이 필요해요. 성인도서 중 아동도서와 결이 맞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규모가 큰 시장이 아니라서 쉽지 않지만, 꾸준히 확장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녀교육서 3종이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현행 체제로 3년 더 유지하기로 협의되었어요. 아동·청소년 출판계 종사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나요?

김남원_ 크게 소비자, 출판사, 유통사 입장에서 봐야할 것 같아요. 처음 도서정가제를 시행할 땐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책값이 부담되는 소비자들은 서점 대신 도서관이나 도서 대여를 하는 곳으로 갔어요. 이것이 도서판매율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고요. 전반적인 출판시장이 위축됐지만 특히 아동·청소년 출판계는 굉장히 힘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도서 판매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정책을 통해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중고서점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신간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지점도 있어요. 신간 판매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함께 작업해온 작가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박지연_ 기존에 함께 작업했던 작가들과 계속 작품을 만들고 있고, 그 작가들을 통해 다른 작가들을 소개받기도 합니다. 신인 작가의 경우 우리와 결이 맞는다고 판단하면 연락하고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원고투고도 받고 있는데,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동안 신인 작가와의 작업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신인 작가에게 언제나 문은 열려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이슬비와 고재미이야기
씩씩하고 발랄한 여자 주인공 이슬비와 소심하지만 엉뚱한 남자 주인공 고재미와 함께 소박한 일상 속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리즈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눈과 손으로 보는 어린이 예술서 시리즈. 단순한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미술놀이를 통해 직접 예술가의 감성을 흡수하고 ‘자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나 사연이 있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남원_ 사실 모든 책에 사연이 있어요. (웃음) 그중에서도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시리즈라고,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어린이 예술서인데요. 해외 저자와 10권까지 작업을 할 예정이었는데, 저자의 건강이 좋지 않아 4권까지만 함께 하고 현재 집필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 섭외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특히 미술서적의 경우 도판부터 시작해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지연_ 아무래도 미술사는 전문가가 아니면 쓰기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인물전, 위인전처럼 작가를 조명하는 기존의 예술서와 다른 접근을 시도했어요. 중간에 미술놀이 챕터가 있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고요. 저작권에 대해서도 우여곡절이 있는데요. 국내 현대 화가들의 경우 저작권이나 저작료 문제 때문에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가들이 많은데 아쉬움이 커요. 출판사에서 정말 마음먹고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하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죠.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거나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박지연_ 지난해 출간한 『난민들』이라는 청소년소설을 추천하고 싶어요. 지중해를 넘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시리아 난민 사태도 있었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입니다. 다만 시기적으로 조금 더 빨리 출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에요.

김세희_ 최근에 출간한 『지진』이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대해 깔끔한 그림과 쉬운 구성으로 풀어낸 일본 책이에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잖아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며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김남원_ 아동출판의 꽃은 창작동화가 아닐까요? <이슬비와 고재미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특히 이슬비 시리즈의 경우 동판 작업으로 시각적인 요소를 살렸고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전체적인 창작동화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 안타깝습니다.

 

 

2017 여름방학 권장도서로 선정된 『깜깜한 어둠, 빛나는 꿈』이나 2017 세종도서에 선정된 『고오마워! 탐정단』 등 탄탄한 수상 저력을 일궈냈어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남원_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의 경우 소비자가 부모이긴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도 중요해요. 부모가 자녀에게 읽어줄 때 장면 장면을 받아들이는 건 아이의 몫이거든요. 기획단계에서부터 독자 별로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들이 공공기관 필독서 선정이나 수상 실적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아동·청소년 출판사와 차별되는 다림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남원_ 다양한 시리즈? (웃음)

박지연_ 탄탄한 시리즈가 많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이 고를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뜻이니까요. 문학뿐 아니라 예술, 과학 분야까지 꾸준히 출간하고 있어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다림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희_ ‘어렸을 때 봤던 책들이 나중에 보니 다림 작품이더라’ 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대표적이네요.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있었던 친숙한 출판사라는 점이 다림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앞으로 다림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어떤 출판사로 남길 원하시나요?

박지연_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출판사마다 소위 ‘팔리는 책’을 내려는 경향이 있어요. 다림은 위축되고 있는 아동문학과 창작동화 분야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자 합니다.

김남원_ 출판사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요. 물론 판매율과 매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김세희_ 책 한 권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잖아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책 만드는 사람들로서 항상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지금 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흔들리지 않고 중심과 균형을 지켜나가는 출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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