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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안팎을 모색하는 움직임, 사진작가 노순택
프레임 안팎을 모색하는 움직임, 사진작가 노순택
  • 유지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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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 파생시킨 오늘날 한국사회의 작동/오작동의 풍경을

사진으로 수집하며 글쓰기를 병행해 왔다.

 

노순택 작가 Ⓒ박승화
노순택 작가 Ⓒ박승화

 

 

[8월호] 간결하고 명확하게 노순택 작가의 작업을 설명하는 한 줄의 문장. 노순택 작가의 사진에서는 그 이상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프레임 안팎으로 동시대의 맥락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시 중인 <비상국가 Ⅱ - 제 4의 벽>은 한반도 분단 체제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갈등상태를 풀어낸 <비상국가>의 문제의식이 이어져있다. 그간 어떤 상황을 바라봤는가.

200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열렸던 개인전 <비상국가>는 분단체제가 어떻게 남과 북을 왜곡시키고 뒤틀며 ‘상시적 비상사태’의 사회로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그 전시가 한반도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유럽에 구경거리로 제공하는 일이어선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회가 당면한 위기상황을 과대포장하고 힘겨운 투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적 권리를 유보시키는 일들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인 상태이기도하다. 우리의 경우와 다르긴 하지만, 독일도 심각한 독재와 분단을 겪은 터라 작업을 이해하는 폭이 넓었다. 전시 타이틀인 <비상국가>는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에게서 빌려온 개념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2008년의 전시를 그대로 가져오기 위해 2013년에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술관측과 개인적인 사정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바람에 해마다 연기되다가 2017년에 열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2008년과 9년 넘는 간극이 생기더라. 사실 지난 9년은 전례 없는 사건들이 터졌던 시절이기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협상 파동, 전직 대통령의 자살, 4대강 사업 강행, 용산참사,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강정마을 해군기지 강행, 세월호참사,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연이은 고공농성 등 만신창이 사회의 표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획자들과 함께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9년 전의 전시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보다 문제의식을 유지하되 지난 9년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16년 겨울 박근혜 헌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말 그대로 ‘비상국면’이 펼쳐지면서 그 상황까지 전시에 포함했다.

 

‘비상국가’ #CGG0801, 2016, ⒸNOH Suntag2016 Seoul 서울 옛 국가인권위 앞 도로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광고탑 고공농성을 벌였던 기아자동차 노동자 최정명·한구협 씨가 363일만에 내려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비상국가’ #CGG0801, 2016, ⒸNOH Suntag
2016 Seoul 서울 옛 국가인권위 앞 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광고탑 고공농성을 벌였던 기아자동차 노동자 최정명·한구협 씨가 363일만에 내려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근 9년 사이에 일어난 사태의 배경이 공교롭게도 섬이 다수고 그 공간에서 발생한 고립감이 육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연결성을 전시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전시 후반 <가뭄> 시리즈의 물줄기가 갖는 일방향성과 폭력성이 미학적으로 구현돼 제목과 맥락에서 아이러니가 배가됐다고 느꼈다. 전시 내에서 <가뭄> 연작이 갖는 위치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섬에서 섬으로, 섬에서 뭍으로, 허나 뭍에도 섬이 있다’는 세 문장을 공간적으로 이으며 전시를 전개했다. 이는 지리적인 이동인 동시에 사건의 이동이자 심리적인 이동을 동반한다. 이번 전시에서 섬은 직유이자 은유다.

<가뭄>의 이미지들은 눈발처럼 보인다. 아니 폭포처럼 보인다. 혹은 비바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진압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무자비하게 발사한 물대포의 물줄기다. 2015년 5월 1일의 봄 밤, 참사 1년을 맞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언제든 찾아오라”던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행진했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경찰과 차벽, 방패와 몽둥이였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경찰을 밀자 물대포가 난사됐다. 맹독성 캡사이신을 잔뜩 부어 하얀 거품이 이는 화학무기였다. 그날 밤에만 4만 리터의 물대포가 발사됐다. 누군가 맞아 죽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법한 그 물대포는 같은 해 11월 14일 농민 백남기 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살인무기임을 입증했다. 304명의 생명이 물에 가라앉았다.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국가는 물을 퍼부었다. 이 같은 물의 범람을 홍수라 불러야 할까. 아니다, 가뭄이었다. 그것은 지독한 정치의 가뭄, 시민의 생명권에 한 줌의 가치도 두지 않던 권력자의 메마른 혼이 빚은 가뭄에 다름 아니었다.

특별히 작가의 사진 안에는 사건과 상황이, 그러니까 정치·사회적인 맥락이 도드라진다. 지금까지 작가는 어떤 것들을 찍어왔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어떤 장면 앞에서 셔터를 누르게 되는지 궁금하다.

김해자 시인은 “삶이 거짓말처럼 비현실적일 때 / 때론 죽음이 더 삶답다”고 썼다. 숱한 뉴스의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그곳에서 본 것은 ‘오늘의 현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늘의 비현실’이거나 ‘오늘의 초현실’이었다. 눈앞에서 망루가 불타오르고 그 안에 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사실로,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나. 내겐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목격한 ‘거짓말처럼 비현실적인’ 장면을 사진기에 담는다. 어떤 장면은 말할 수 없는 비애와 공포를, 어떤 장면은 폭소나 냉소를 자아낸다. 그 사진들 위에 뒤틀린 진술서를 적으려고 한다.

 

‘가뭄’ #CFL1401-2, 2015, ⒸNOH Suntag
‘가뭄’ #CFL1401-2, 2015, ⒸNOH Suntag

<얄읏한 공>으로 보여준 시각에서도 그렇듯 ‘물러섬’과 ‘다가섬’의 경계에서 프레임을 구성하는 감각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그밖에도 용산, 강정마을, 평택, 광주 등지에서 현장에 깊게 참여하면서 작업을 지속해왔다. 현장에서 ‘사진가의 위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지나치게 다가서지도 지나치게 물러서지도 말라는 금언을 한 때 품었지만, 실패했다. 경계에 머물고 경계를 오락가락하며 허우적대려고 한다. 하려는 일이 기계적인 기록이거나 진술은 아니므로 더 깊게 발을 담그곤 한다. 애당초 가졌던 생각과 계획이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그 과정과 결과 또한 내 작업일 수밖에 없다. 현장을 구경하러 갔다가, 현장에 눌러앉거나 친구가 되거나 당사자가 되곤 하는 좌충우돌을 거듭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의 위치 혹은 좌표가 어디인지 늘 생각하지만, 어디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텍스트를 통해 관람자와 간격을 좁히고 질문을 확장하는데 사진과 글을 병행하는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

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열등감을 느끼고, 내 글을 쓸 때마다 좌절감에 빠진다. 장면에 관한 글, 그 장면을 포획한 사진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러나 사진을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사진이란 매체는 언제나 명확하고 분명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사진의 한계이자, 모호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고로 “사진으로 말하라”는 명령은 조금 이상할 수밖에 없다. 사진이라는 네모난 공간의 안팎, 순간이라는 시간의 안팎을 탐색하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있다. 그 탐색은 이미지만으로는 힘겨운 일이다. 힘겨워 하면서도 애써 글을 쓰려는 이유다. 사진과 글이 단지 상호보완적인 관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완하는 글이 아니라, 사진과 글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자주 실패하곤 한다.

 

작가가 ‘프레임을 통해 프레임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 궁극적으로 가닿길 바라는 지점은 어디인가.

글쎄. 그걸 모르기에 오늘도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가면의 천안함’ #CAE0301, 2010, ⒸNOH Suntag2010 Baengnyeong Island 백령도 장촌포구 앞 바다침몰 천안함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
‘가면의 천안함’ #CAE0301, 2010, ⒸNOH Suntag
2010 Baengnyeong Island 백령도 장촌포구 앞 바다
침몰 천안함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
‘강정 강점’ #CCE0101, 2012, ⒸNOH Suntag2012 Gangjeong Jeju 제주 강정마을해굴 저지선을 뚫고 구럼비 점거시위에 돌입한 문정현 신부
‘강정 강점’ #CCE0101, 2012, ⒸNOH Suntag
2012 Gangjeong Jeju 제주 강정마을
해군 저지선을 뚫고 구럼비 점거시위에 돌입한 문정현 신부
‘현기증Ⅰ’ #CFH0801, 2015, ⒸNOH Suntag2015 Gumi Gyeongsang-do 경북 구미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 복직요구하며 공장 안 굴뚝 408일 고공농성
‘현기증Ⅰ’ #CFH0801, 2015, ⒸNOH Suntag
2015 Gumi Gyeongsang-do 경북 구미
스타 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 복직요구하며 공장 안 굴뚝 408일 고공농성
‘비상국가’ #BJH2002, 2009, ⒸNOH Suntag2009 Seoul 서울 순천향병원용산참사 반년, 시민장례식
‘비상국가’ #BJH2002, 2009, ⒸNOH Suntag
2009 Seoul 서울 순천향병원
용산참사 반년, 시민장례식
‘가뭄’ #CFL1401-2, 2015, ⒸNOH Suntag
‘가뭄’ #CFL1401-2, 2015, ⒸNOH Suntag
‘가뭄’ #CFF0123, 2015, ⒸNOH Suntag
‘가뭄’ #CFF0123, 2015, ⒸNOH Sun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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