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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나라에 뿌리 내린 계수나무 출판사
희망의 나라에 뿌리 내린 계수나무 출판사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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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공 계수나무

 

[10월호]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손을 맞잡고 ‘쎄쎄쎄’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멜로디가 있다. 아름드리 계수나무 ‘한 나무’와 토끼 한 마리가 흰 쪽배에 타 서쪽 나라로 가고 있는 모습, 곁에는 잘도 자는 아기의 그림이 연상되는 서정적인 동요다. 아마도 서쪽나라는 희망의 공간이다. 동요 속 계수나무를 이름 삼아 출발한 출판사는 화려하거나 ‘잘 나가는’ 책을 만드는 대신 탄탄한 기본과 뚝심을 그들의 서쪽 나라로 선택했다. 이곳, 계수나무의 서쪽 나라로 함께 떠나 보자.

 

동요 속에 등장하는 나무가 생각나는 사명입니다. ‘계수나무’는 어떤 의미에서 지은 이름인가요?

위정현 대표(이하 위정현)_ 『한국문화상징사전』을 가져다 놓고 가급적 앞에 있는 기역 부분에서 찾으려고 했는데요. (웃음) 계수나무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잘 알려졌다시피 계수나무는 윤극영 선생님이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당시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 만든 <반달>에 등장하는 나무잖아요. 계수나무 잎에는 먼지가 앉지 않는대요. 나무에서 피는 꽃의 종류도 다양하고요. 이렇듯 문학적인 의미도 많이 담고 있는 이름이라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와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출판사를 설립하고 처음 언론 관계자를 만났을 때 “이름 누가 지었어요?” 라고 물어오기도 했어요. 당시만 해도 이런 이름은 흔치 않았거든요. 사명을 지을 때 제 조카가 일곱 살이었는데요. 고모가 계수나무라는 출판사를 지을 테니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어요. 이 로고는 우리 조카가 그렸답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지은 사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각자 계수나무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최영미 기획․마케팅 이사(이하 최영미)_ 저와 송경희 편집주간, 대표님, 이렇게 세 명이 구 두산동아 입사 동기였어요. 당시 저는 신입이었고 두 사람은 경력으로 입사했죠. 저는 사실 계수나무를 통해 데뷔한 동화작가예요. 작가로서 계약을 했는데 대표님이 “직접 들어와서 책을 만들어 봐!”라고 하셔서 2007년에 입사했죠. 현재 기획과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송경희 편집주간 (이하 송경희)_ 저도 2007년에 계수나무에 들어와 1년 정도 있었고요. 출근 거리 때문에 잠시 퇴사해 다른 출판사들 몇 곳을 거쳐 이곳에 다시 온 지 1년 반이 되었네요.

김지은 편집사원 (이하 김지은)_ 지난해에 갓 입사해서 이제 1년차인 막내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의 소개로 연이 닿아 입사하게 되었어요.

 

계수나무의 연간 출간 종수 및 누적 총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최영미_ 연간 종수는 5종~7종이고 현재까지 100권 남짓 출간했어요. 굉장히 적은 양이죠? 대표님이 완벽주의자여서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항상 오래 걸려요. 특히 외국 도서(외서)보다 국내 창작물을 주로 출간하다 보니 한 권에 2년, 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위정현_ 책 한 권을 출간할 때마다 더미 북을 쌓아 놓을 만큼 만듭니다. 흑백으로 했다가 컬러로 하고, 내용 바꿀 때마다 또 만들고. 점 하나 찍는 걸로 치열하게 싸우고요.

최영미_ 점 하나 가지고도 회의를 하면서 서로 “너 때문에, 네가 까다로워서 책을 많이 못 내는 거다” 그래요. 저는 대표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그런데 이런 꼼꼼함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계수나무의 기획, 편집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송경희_ 작업 비중은 그림책이 60%~70%이고 나머지는 초등 저학년, 중학년 읽기 책과 교양도서입니다. 그림책은 엄마가 자녀에게 읽어 줘야 하기 때문에 입에 잘 붙을 수 있는 문장이 되도록 교정하고 있고요. 요즘에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하고 있어요. 거의 인쇄 전까지 글을 수정하고 있죠. 독서지도사나 엄마들 사이에 마니아층이 있는데, “계수나무 책은 소장가치가 있다”라는 평가가 많아요. 그만큼 소장가치가 충분한 정통 그림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벼운 그림체가 유행하는데, 트렌드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히 곁들이면서 기획 방향을 잡고 있어요.

위정현_ 그림작가가 글도 함께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거든요. 그림이야 전문가 수준이지만, 글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보통 1년 남짓 걸려요. 기다려 주고, 이해시키고,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송 주간이 많이 애쓰고 있죠.

최영미_ 내부에 자체 번역이 가능한 인력도 포진되어 있어요. 송 주간은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막내는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어요. 독일어, 불어, 영어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외서를 출간할 때 일반적으로 외부에 검토를 맡기고 검토서를 받지만 저희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내부에서 바로 번역해 PDF로 올립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다니 대단한데요.

위정현_ 자체적으로 하긴 하는데, 많이 잘리죠. 막내가 열심히 올리면 송 주간에서 잘리고 최 이사에서 잘리고. (웃음) 그렇고 그런 책들도 많잖아요. 그럴 때 외화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어떤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있나요?

최영미_ 사실 대중적인 출판사는 아니다 보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는 않아요. 논술 교재로 활용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독서논술이나 교사의 추천도서 선정에 주력하고 있죠. 서점에 가더라도 아이들 데리고 오는 부모들과 직접 이야기 나누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들과 많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파주북소리에서 ‘이범재 작가와 함께하는 샌드 투어’를 통해 저자와 함께 하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고요. 또, 막내가 블로그와 SNS에 정말 흥미로운 콘텐츠를 올려요. 우리가 만든 책이지만 ‘어머, 책에서 이런 요소를 뽑았구나’ 싶을 만큼 신기한 콘텐츠로 대중과의 소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온화하지만 똑 부러지는 송경희 편집주간, 편집•디자인•외국어까지 못하는 게 없는 사랑둥이 막내 김지은 편집사원, 명랑쾌활 비타민 담당 최영미 기획•마케팅 이사, 소녀같이 해맑고 열정 가득한 위정현 대표

 

올해 1월, 광주 운남 어린이도서관에서 그림책 전시를 진행했어요. 일부 작품이 아닌 전권을 전시하는 경우가 이례적인데요.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되었나요?

최영미_ 평소 우리 책을 유심히 보신 오피니언 리더급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분이 운남 어린이도서관 관장님에게 추천해주신 거예요. 계수나무 책이 너무 좋은데 한 번 전시해 보지 않겠느냐고요. 관장님이 직접 우리에게 연락을 했고, 우리는 책을 보내고 저자 강연도 진행했어요. 올해 관장님이 다른 도서관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도 전시를 할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어요. 감사한 일이죠. 전시에 온 관람객들이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어?” 라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어요. 사실 대중에게 ‘계수나무’라는 이름은 각인이 안 되어 있는 게 사실인데, 이번 전시를 통해 알리는 계기도 되었고요.

 

도서관 기증이나 관련 행사 참여도 활발하고, 계수나무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사회적 기여활동에 적극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2015년 파주북소리에서 활동한 ‘계수나무 앙상블’이나 거창에 있는 ‘계수나무 소극장’을 예로 들 수 있겠어요. 어떤 계기로 운영하게 되었나요?

위정현_ 계수나무의 이사이자 저자인 계일 작가가 가르친 아이들이에요. 거창에 거주하면서 작업하는 작가인데, 연극을 전공하고 일본 유학을 갔다가 국내에 돌아온 뒤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소극장을 만들어 연극을 올렸죠. 우리는 플래카드와 포스터, 팸플릿을 지원했어요. 결핍이 있거나 소심한 성격을 가진 아이, 성대결절이 생긴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직접 확장기와 나팔로 소리 지르는 연습을 하고요. 지난 2015 파주 어린이 책잔치 때 공연을 했는데, 사람들이 최고라면서 한참 구경하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공연이나 음악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작가와 결이 맞아서 지원하고 있어요. 지금은 잠시 활동을 쉬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수나무와 작업해 온 많은 저자가 있는데요. 긴 시간 함께한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영미_ 우리를 찾은 작가들이 계속 작업하는 이유가 완성본에 대한 퀄리티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에서 출간했을 때보다 확실히 다르니까요. 물론 우리가 굉장히 괴롭혀요. 요구 사항도 많고요. (웃음) 그렇지만 저자는 결국 책으로 승부하는 거잖아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에 힘든 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와 오랫동안 작업하는 것 같아요.

위정현_ 윤문영 작가뿐 아니라 현기영 작가, 이범재 작가 등 여러 작가들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이범재 작가에게 ‘왜 계수나무하고만 작업하느냐?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었더니, ‘계수나무에서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라고 했대요. 참 감사한 일이죠. 외국에서는 출판사와 작가가 상생하는 관계인데, 우리나라는 마치 보따리 장사처럼 한 작가가 여기저기서 책을 내는 세태가 아쉬워요.

 

계수나무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자면, <인성동화>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폭행사건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아동문학이 어린이의 인성을 교육하거나 문제행동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위정현_ 물론입니다. 전 엄마들을 만날 때 자녀에게 핸드폰을 주지 말라고 해요. 그건 부모가 편하자고 그런 거예요. 거기에 대한 해명은 있겠죠. 아이들과 연락하는 수단이고, 다른 아이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없으면 소외 당할까 싶은 경쟁심도 있고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왜 끈기가 없고 폭력적인 성향을 많이 보일까요? 저는 다 이런 매체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두산동아 단행본 팀장으로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어린이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이는 무한해요. 장차 이 아이들이 크면 나라가 바뀔 거고요. 지금 그 시작점에 선 것 같아요. 아동도서만큼은 상업성보다 아이들을 키워 낼 양서가 중요합니다.

 

 

계수나무가 지난해 열린 ‘K콘텐츠 페어’에서 특별하게 선보인 작품이 있죠. 스토리메이킹 보드게임으로 개발된 <누구지?>는 이범재 작가의 동명 그림책이 담긴 보드게임인데요. 앞으로 꾸준히 이런 체험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위정현_ 제 후배가 스토리메이커예요. 첫 론칭을 하면서 우리와 MOU를 체결해서 콘텐츠를 지원하는 셈이죠. <누구지?> 와 <얼굴나라>라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책과 연관된 보드게임입니다. 얼굴나라의 경우 캐릭터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이걸 만화영화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늘 책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콘텐츠로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잊지 못할 사연이 깃들어있는 작업이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더불어 독자들에게 더 소개하고 싶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지은_ 출간을 앞둔 작품 중에 잊지 못할 책이 있어요. 가제이긴 하지만 『사고력을 키우는 170가지 질문』이라는 책인데요. 프랑스 원서인데 제가 불어 전공자이다 보니 처음으로 담당하게 되었어요. 교정·교열 하면서 원서와 번역가가 준 글, 윤문과 비교하면서 작업을 했는데요. 좌충우돌도 많고 힘들긴 했지만, 제가 처음으로 맡은 책이어서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또, 『에헴! 아저씨와 에그! 아줌마』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깨는 작품인데요. 다른 책에 비해 덜 알려진 것 같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송경희_ 『우리 독도에서 온 편지』라는 작품이 있어요. 출간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에요. 한창 편집에 열정이 있을 시기였는데,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작업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현길언 작가의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살이였다』, 『못자국』 3부작은 한국 근현대사를 동화로 만든 책인데요. 일제강점기부터 제주 4·3 사건, 한국전쟁까지 쭉 이어져요. 요즘 이런 무거운 주제를 잘 다루려고 하지 않는데, 더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걸 새롭게 구성해 리커버를 선보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계수나무에 대해 마음껏 자랑해주세요. 다른 아동출판사와 차별되는 계수나무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위정현_ 사람들에게 계수나무가 ‘좋은 책 만드는 출판사다’라는 이미지가 박혀있어요. 사실 책이 잘 팔리는 건 아니에요. 상업적인 걸 추구하지도 않고요. 주머니는 가볍지만 이것으로 위안을 가집니다. 저는 늘 앞을 보고 달려서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림책을 만들 때 행복해요. 작업할 때도 굉장히 재미있게 합니다. 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려면 우리부터 신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지겨워하면서 만들지 말자고요. 이게 상업적으로 변하면 계속 읽을수록 짜증나요. 그런데 저희는 열 번 봐도 볼 때마다 좋은 거예요.

 

10월호 주제가 ‘독서의 기행’입니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계수나무의 제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영미_ 요즘 중소 도시마다 작은 서점들이 있어요. 유명한 서점들도 많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서 체험할 수 있는 곳들도 있어요. 이 가을에 아이와 함께 독서에 관한 여행을 한다면, 작은 책방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어요. ‘숲 속의 작은 책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하루 숙박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런 서점들을 탐방하면서 아이에게 서점뿐 아니라 그 동네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책도 한 권씩 사 보면 특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대형서점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거예요.

 

앞으로 계수나무가 출판계에서 어린이에게 어떤 출판사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위정현_ 엄마가 보고 자란 책을 아이도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함께 읽으면서 ‘엄마도 어릴 때 이거 봤어’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책을요. 사실 기본만 충실하면 되거든요. 신간에 집착하는 국내 출판계 분위기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출판사에는 스테디셀러가 있어야죠.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가볍게 만들기 시작하면 시류에 갇히게 돼요. 한 3년만 지나도 뒤처진 느낌이 들고요. 저희는 순간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대를 이어서 볼 수 있는 양서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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