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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나왔으니 모두 흙으로 돌아가라
흙에서 나왔으니 모두 흙으로 돌아가라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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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눌와

 

5억 년의 연대기

[9월호] 최초의 흙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암석으로부터 만들어진 모래와 점토 위에서 식물이 죽으면, 그 유해가 모래와 점토와 섞이면서 퇴적된다. 이렇게 식물이 흙을 탄생시켰고, 흙의 역사는 시작된다. 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4대 원소는 불, 물, 공기, 흙이다. 이제껏 물과 공기의 중요성은 많이 알아왔지만, 흙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흙은 화성도, 달도 가지지 못한 지구의 전유물이다. 모든 생물은 흙에서 양분을 얻는다. 동물은 미네랄 섭취와 해독을 위해 흙을 먹는다. 식물은 살기 위해 흙의 성질을 변화시켰다. 산성화된 흙이 그 결과다. 흙이 칼륨과 칼슘을 잃어 산성 토양이 탄생했다.

흙을 통해 생존하는 생물은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생존전략은 농업이다. 농경의 시작은 문명의 질을 급속도로 향상시켰다. 저자는 토양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물 중 하나가 인간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질소와 칼슘을 물과 공기뿐 아니라 흙에서도 공급받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정도 되는 흙은 아직 어린 흙이고 수천 년부터 수만 년 정도 되는 흙은 겨우 성인이 된 흙이다.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정도 된 흙이어야 비로소 노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정신이 아득할 만큼 먼 세계다.

책의 부제가 ‘흙과 생물의 5억 년 투쟁기’다. 100년을 넘게 살면 장수한다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인간이건만, 흙은 수천 년이 흘러야 겨우 성인이라고 인정받는다. 하기야 5억 년 안에서 수천 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닐 것이다. 인간은 하루하루 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이 발버둥은 5억 년 동안 서로를 변화시킬 만큼 치열했던 흙과 생물들의 투쟁 앞에서 숙연해질 뿐이다. 저자는 험난한 대지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들의 지혜를 배우고자 했고, 흙을 둘러싼 자연현상의 정밀함과 감동했다. 흙이 좋아 흙 연구자가 된 저자는 5억 년을 되짚어보기 위해 긴 여행을 시작했다.

 

『흙의 시간』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 염혜은 옮김 | 눌와 | 2017년 7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구절처럼, 인간은 결국 흙으로 되돌아간다. 동물도 식물도 마찬가지다. 흙은 생명의 시작과 끝을 모두 품는다. 흙은 곧 식물이고, 동물이고, 인간이다. 그동안 우리는 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손에 묻기라도 하면 털어내고 씻어내기 바빴던 흙에 대해 되돌아보자. 씨앗을 심을 때 퍼내는 흙의 고운 질감을 느껴보고, 비가 오면 뒤따라 퍼지는 흙냄새에 집중해보자. 지구는 축복 받은 행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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