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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양의 달콤한 외침
백 번째 양의 달콤한 외침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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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공 책고래

 

 

“빨리, 빨리 양털 이불을 만들자.”

두두는 양털 구름을 거두어,

폭신폭신한 이불을 만들었어요.

 

 

[9월호] 통 잠이 오지 않을 때, 엄마로부터 듣는 말이 있었다. “눈 딱 감고 양 백 마리만 세. 그럼 금방 잠이 올 거야!”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것은 잠을 잘 오게 하는 주문이 아니라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졌다. 반드시 백 마리 양을 다 세어봐야 할 것만 같은 숙제. 당연히 끝까지 셀 수 있으리라 장담했던 아이는 백 마리는커녕 스무 마리를 넘기기도 전에 스르륵 잠에 빠지고는 했다. 날이 밝은 후 쉽게 잠들어버린 지난밤을 후회하며, 오늘은 기필코 백 마리의 양을 만나겠노라고 다짐했다. 누구에게나 양 백 마리쯤 있는 법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 양들은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

 

그림제공 책고래

 

뽀얀 털에 발그레한 뺨을 가진 ‘두두’는 백 번째 양이다. 백 번째 양이라니, 그야말로 전설의 존재 아닌가. 웬만해서 만나기 쉽지 않은, 혹은 만나본 적 없는 백 번째 양. 두두는 친구들과 함께 제빵사 ‘공씨 아저씨’를 기다린다. 일과를 마친 공씨 아저씨가 침대에 누워 양들을 세면, 길게 늘어서있던 양들이 차례차례 아저씨를 찾아간다. 두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저씨가 늘 백 마리를 세기 전에 잠에 빠지기 때문이다. 공씨 아저씨를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두두는 서럽다. 친구에게 애원해 순서를 바꾼 두두는 첫 번째 양이 되어 기다린다. 양털 구름을 거두어 아저씨가 덮을 이불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고대한 첫 만남이건만, 오늘따라 공씨 아저씨는 잠에 들 생각을 하지 않고 일만 한다. 이대로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두두는 초조해지지만, 곧 묘안을 생각해내고 산에 뛰어올라 크게 외친다. “공씨 아저씨 하나!” 공씨 아저씨를 호명하자 일하던 아저씨가 소환된다. 그리고 아저씨와 함께 일하고 있던 오븐과 밀대, 바람인형도 함께 잠의 세계로 초대된다. 뭉게구름을 잡아 곱게 짠 이불을 덮어주고, 베개를 만들어주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두두. 이제 두두는 더 이상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불러주길 기다리는 양이 아니다. 지하철, 시곗바늘 등 밤낮없이 일하는 것들이 두두의 호명으로 인해 휴식을 취한다. “누구 하나!”를 외치면 그 즉시 소환되어 잠이 든다니, 매력적인 세계가 아닌가. 상상력이 돋보이고 귀여운 그림이 심장을 간질이는 작품이다. 책장을 열자마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백 번째 양 두두』
박준희 글 | 한담희 그림 | 책고래 | 2017년 7월

 

이제 백 번째 양까지 세지 못한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양을 세다가 노곤한 잠에 빠지더라도, 두두가 언덕 위로 뛰어올라가 큰 소리로 우리를 호명할 테니까. 그러니 오늘 밤 준비하자. 보드라운 솜털 이불을 둘러맨 두두가 달콤하게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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