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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를 먹는 자, 황홀해지리라
금단의 열매를 먹는 자, 황홀해지리라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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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새롭게 바라보기

[10월호] 거울이 떨어져 깨지면 불길한 징조다.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미역국을 먹으면 낙방한다.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그는 그 신발을 신고 떠날 것이다. 신문 귀퉁이에 있는 ‘오늘의 운세’에 하루 기분이 좌우된다. 손금과 관상으로 미래의 운명을 예지한다.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고 부적을 사는가 하면 예지몽을 꾸었다며 다음날 복권을 산다. 오래된 병원이나 학교에는 괴담이 있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 잠자리에서 부모가 해주던 전설에는 귀신, 유령이 자주 등장한다.

미신의 사전적 정의는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망령되다고 판단되는 신앙’이다. 망령이라. 망령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라서? 현실 너머의 세계라서?

흔히 미신을 터무니없고 헛된 것이라고 여긴다. 이걸 믿는 사람을 나약한 존재라며 빈정대기도 한다. 무지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라고. 그러나 흥미로운 건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하는 사람들 역시 미신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신을 기반으로 한 행위들은 대개 음지에서 행해졌고, 사람들은 쉬쉬해왔다. 마치 ‘금단의 열매’라도 따 먹는 것처럼.

이 책은 미신을 맹신하지도, 배척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뿐이다. 미신을 ‘근절해야 할 패악’으로 치부하며 조롱하는 대신,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상상력의 보물창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신은 우리의 행동과 사고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삶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약한 존재의 허황된 믿음의 산물이 아니다.

만약 과학지식을 내세워 전설과 신화에서 미신적 요소들을 제거한다고 치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을 지워보자. 역사성을 잃은 채 공허한 글, 공허한 말로 전락할 것이다. 동심을 자극해 온 동화 속 요정이나 캐릭터들은 스토리를 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건 물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신은 까마득한 시절부터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여기에는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흔적부터 옛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이성과 직관을 강조하는 교육이 실현돼도, 벽에 붙은 ‘담쟁이덩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는 바다의 밀물과 썰물은 세계 그 자체가 호흡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가 공기 대신 바닷물을 들이마셨다가 뱉었다 한다는 것이다.

무려 수학자의 믿음이다. 조수간만이야 태양과 지구, 달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원리를 설명하면 그만이지만, 이 시적 상상력만큼은 어느 학문도 범접할 수 없다.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뿌려주는 것, 신화와 미신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아무리 과학과 종교가 애쓴다 한들 미신을 인류와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일생에서.

 

『신화와 미신 그 끝없는 이야기』
새뮤얼 애덤스 드레이크 지음 |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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