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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아’s 책방, 연희
구선아’s 책방, 연희
  • 이나연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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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바다냄새가 코끝에』를 처음 읽은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 참 재미있게 살겠다” 현직 책방 주인이 쓴 제주지역 책방 기행이라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책방의 이름도 호기로웠다. ‘책방 연희’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하고 있어 지명을 활용했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책 연희演戱, a play하다’의 줄임말로 말, 글, 동작으로 책과 도시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이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가. 작가, 책방 대표, 독립출판사 운영까지, 또 다른 다능 인간 구선아를 만나 책을 매개로 써 내려가고 있는 그의 세계를 들어봤다.

 

1장_ 북메이커스의 삶

작가와 출판인, 양쪽 길 모두 걷기로 결심한 건, 책을 만드는 제작 과정에서 오는 희열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고, 디자인 작업에 인쇄까지 무엇 하나 즐겁지 않는 것이 없었다. 책 팔아 돈 벌겠다는 사업이나 영리 차원의 욕망이 단 한 차례도 일지 않았을 만큼 만족스러운 여정을 진행하고 있다.

 

『여행자의 동네서점』
퍼니플랜 | 2016년 9월
『바다냄새가 코끝에』
북노마드 | 2017년 8월

 

첫 번째 책 『여행자의 동네서점』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네서점 여행 가이드북이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가 기획한 이 책은 동네에 밀집된 책방 혹은 책방과 비슷한 문화공간을 여행하는 동선으로 구성했다. 현재 개정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출간한 『바다 냄새가 코끝에』는 제주 책방 17곳을 여행한 기록이다. 처음부터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떠난 건 아니었다. 그저 제주도가 좋아서 지난해 11월 비행기에 올랐다. 또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자연스럽게 책방을 찾아다녔던 터라, 제주에서의 일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런 곳에 책방이 다 있네” 할 정도로 의외의 장소에 자리한 경우가 상당해 그것도 신기했지만, 저마다 자기 색을 덧칠하며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 몹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기록과 심상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보통의 것, 또는 날것에 의미를 부여해 특별한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기획자 출신의 작가 구선아가 글을 풀고 책을 만드는 힘이다.

차기작 계획은 없을까. 베트남과 관련된 여행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베트남은 인구의 평균 연령이 28세 일 정도로 젊음과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다. 원고를 본격적으로 작성한 게 아니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단계는 아니지만, 베트남의 활기와 열정은 한국에서 돌아와서도 여러 작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2장_ 프로그래머의 공간 해석

책방, 연희. 처음에는 책방과 연희 사이에 쉼표를 찍고 싶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친한 시인의 말을 듣고 그만두었다. 도시인문학서점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도시와 동네, 여행 관련 서적이 많다. 모든 책은 직거래로 수급한다. 책방을 오픈하기 전에 출판사에 연락을 취했다. 독립출판물은 대부분 먼저 입고 문의가 들어온다.

다양한 주제의 북토크와 전시, 원데이클래스, 세미나 등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알차다. 북토크 준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도시인문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 특히 아기자기한 굿즈는 방문자의 발을 오래 붙잡아두는데, 책방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 일회성으로 진행해 온 클래스를 정기적인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다. 전시의 경우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아마추어 창작자들 중 책방에 작품이 입고된 작가들 위주로 진행하는 편이다.

또 하나 특별한 프로젝트, 바로 연희 스토리집 출간이다. 동네이든 사람이든, 연희라는 단어와 관련된 모든 작업물이 해당한다. 연희동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책방 운영을 시작한 이곳을 기억할 특별한 기록이 필요했다. 한 장소에 오래 있는 걸 지향하지 않는 터라 언제 연희동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다른 동네에 가서도 이 작업은 지속할 것이다. 지난 7월 오픈한 책방 연희 삼송점은 숍인숍 형태로 스튜디오와 한 공간을 쓴다. 연희점과 달리 블라인드 북 위주로 판매한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책방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책만 판매해서는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것은 대부분의 책방 대표가 직면하는 현실이다. 대체수단으로 카페나 펍을 겸한 서점들이 많은데, 아직 책방 연희의 계획은 없다. 1층에 있는 카페와는 출입문을 같이 쓸 뿐 다른 사업체다. 만약 책방에서 음료를 판다면 커피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책방을 찾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나 환경을 갖추고 싶은 마음은 강하다. 방법상의 문제를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다.

그렇다면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그는 세 가지 질문에 확신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을 것인지’ 출판이든 서점이든 본인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책방을 오롯이 자기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도 지양한다. 매일 책 판매율과 고객 방문에 일희일비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가장 힘들어지는 건 본인일 테니까.

 

구선아 대표

 

3장_ 다능 인간, 구선아의 정체

대학원에서 도시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기도 한 그를 두고 주변 사람들이 무척 바쁠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생각하기에 마음먹기에 따른 문제라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 운영이든 책 출간이든, 결국 책에 관련된 일이다. 이 추진력은 지난 10년 동안 광고대행사 기획자로서 활동한 내공이 쌓인 결과다. 앞으로도 기획자로서, 작가로서 책을 사고파는 서점에 국한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의 퍼포먼스를 ‘공간 기획’으로 확장해 봐야 하는 이유다.

책과 함께하는 행사라면 무보수 일꾼으로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원도 양양에서 물에 관련된 책과 콘텐츠로 꾸려진 페스티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 지난 9월 첫 회를 맞은 <그랑블루 페스티벌 2017>이다. 총감독을 맡은 이현승 감독과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을 함께 작업한 사이다. 구 대표가 직접 선정한 책 100여 권을 행사에 온 관객들이 해변에서 보는 북 스테이 시간을 마련했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눈을 반짝이던 그는 현재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모아서 독립출판물로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네를 기록하거나 아카이빙 작업으로 기획된 책들을 좋아한다. 그중 『2017 연희』는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한 작가들의 문집이다. 연희동에 있는 창작공간에서 1년에 한 번씩 발간하는 잡지라는 점에서 연희 스토리집과 결을 같이 한다. 『아직 지나가지 않은 것들만 지나간다』는 구 대표를 비롯한 서른 한 명의 작가들이 문래동을 주제로 쓴 시와 산문을 담은 일종의 문래동 앤솔로지다. 자신의 책방을 문화적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것, 나아가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구선아가 추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10월호 주제이기도 한 ‘독서의 기행’에 관해 근사한 제안이 있는지 궁금했다. 출발지에서 책을 가져가기보다 여행지에서 책을 구입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일상에서 고르는 책과 여행지에서 선택하는 책은 분명히 다를 테니까. 특히 해외여행 중일 경우 그곳에서 다른 도시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다. 두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그는 이번 다낭 여행 때 『아바나의 시민들』을 가져갔다.

 


Infomation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27길 52 2층, 외부일정이 없을 때는 수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7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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