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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비스 기획자가 책방엔 웬일이요?
웹서비스 기획자가 책방엔 웬일이요?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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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도 그리는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

[10월호]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 잘 나가는 시대가 과거였다면 ‘네트워크’ 잘 하는 사람이 잘 나가는 시대가 현재라고들 한다. 홀로 모든 걸 끌어안고 무소의 뿔처럼 걷는 사람보다 나에겐 없는 장점이 있는 사람과 손잡고 그 사람에게 없는 내 장점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의 시대. 그런 사람이라면 20㎡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이뤄진 우리 동네서점의 서가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끝을 알 수 없는 세계로 확장되는 마법도 가능할까? 일단, 우리 동네서점과 옆 동네서점이 도로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앱)을 지나 연결되는 마법은 이뤄진 듯 하다. 하, 그것 참!

 


 

 

저는 웹서비스 기획자입니다만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고 언론대학원을 졸업한 청년이어서 자연스럽게 웹 분야 일을 시작했다.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서 언론사에서도 일했다. 늘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전반에 관심이 있던 이 청년의 눈에 어느 날 느릿느릿 발전하고 있는 출판 분야가 들어왔다. 찌릿. ‘감’이 왔다.

“기회가 있겠다”

‘즐거운 일’이 선택과 행동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되는 삶을 꾸리고 있는, 1인 기업가 남창우 대표의 〈퍼니플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SNS 사진을 웹으로 모아서 포토북 서비스해주는 사업도 해봤고 한데, 잘 안됐어요. (웃음) 다양한 아이템에 관심을 갖다가 언제부턴가 ‘독립출판’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리더라고요? 아, 웹으로도 독립출판 관련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관심을 키우던 중 찾았던 홍대 ‘헬로인디북스’에서 작은 출판물을 만드는 일본 제작자 한 사람을 만나게 됐고, “한국 독립출판물 서점을 찾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그의 질문에 웹서비스 기획자의 머릿속이 반짝였다. “구글 지도에 점만 찍으면 되는데?”

구글 지도에 ‘점 하나’ 찍는 일은 남 대표에게 어렵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지 일주일 만에 (그것도 쉬엄쉬엄) 남 대표가 찍은 점이 70여 개로 늘어났다. 점점 일이 커지는, 또 그런 순간이었다.

‘웹’이라는 기반에 있는 것들을 다루는 일은 남 대표에겐 일상과도 같아서였을까. 처음 〈우리 동네서점 지도〉를 만들 때 이 일은 또 어느 하루에 있었던 일로 지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만든 이 지도의 존재가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뉴스가 나간지도 모르고, 미팅을 하고 있는데 기자한테 계속 전화가 오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어 미팅이 끝나고 바로 연락해 보니 난리가 났다는 거예요. 댓글이 엄청 달렸다고요.”

아쉽게도 우리 동네서점 지도에 대한 ‘선플’보다는 당시 화두가 되고 있던 도서정가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가득했다고 남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다. 출판계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서정가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워 보였고, 도서정가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남 대표의 끝없는 공부가 시작되고 말았다. 이후 이러한 지도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동네서점 주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독립출판물 서점계에서 이미 이름이 나 있는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를 만나게 됐다. 에디터는 이때 비로소 인터뷰가 왜 땡스북스에서 진행되어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자리에요. 이 대표님과 뭐가 또 재미있을까?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내고, 또 내다가 지도를 아예 앱으로 만들어 서비스하면 훨씬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본의 아니게’ 책방에 무한한 관심을 표하게 되는 입장이 되면서 남 대표에게 요즘 들어 부쩍 ‘동네책방, 서점, 출판계가 나아갈 길’과 같은 깊은 질문이 꽤나 들어오고 있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스스로를 관찰자라고 생각하는 남 대표이기에 어쩌면 생계를 걸고 어렵게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해당 업계에 쉽사리 ‘조언’이라고 할 만한 가벼운 언사를 하기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제가 어떤 전문가라는 권위가 있다기 보다 책방에 대한 애정을 갖고, 책방이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의견을 드리고는 싶어요. 오히려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게 근본 문제더라고요. 서점의 형태보다는 트렌드에 적극 부응할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유감스럽게도 이젠 SNS 활용이 선택이 아닌 기본사항으로 취급되고 있어요. 실제 서점 운영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제가 주로 만나는 동네서점 같은 곳은요. 모든 걸 단절하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한, 어쨌든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경쟁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갖고 문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해요. 소통은 당연하고요. 책만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만들어 전달할 수 있는 기획이 특히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웹서비스 기획자니까요.”

 

 

책? 책방? 재미있는 걸 해야죠!

〈퍼니플랜〉이라는 사업체명부터 유독 ‘재미’를 중요시해 보이는 남 대표여서 솔직하게 물었다.

책은 재미있어요?

남 대표의 반응은 꽤 신선했다.

“어릴 땐 정말 재미있게 달라붙어 있었죠. 책, 진짜 재미있었거든요? 근데 전 정말 불만인 게요. 왜 그렇게 책읽기를 강요하는 문화가 있을까요? 책을 읽어야만 좋은 사람이 되고,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전 마음의 양식이라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 책을 읽었는데요”

남 대표는 동네서점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반서점 수가 지난 10년 간 38.3% 감소했고,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3.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2015년 기준)을 알게 됐다. 이에 ‘책은 지루한 것’이라는 인식이 당연히 여겨지는 현실에서 막연히 “다시 책을 읽자”라는 구호만큼은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이 재미있다면 그게 재미있다고 알려줄, 느끼게 해줄 책방이 있어야 하고 그 책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책에만 집중하기는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책 자체보다는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공간, 분위기를 만들어 트렌디한 부분이 살아있는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남 대표의 의견이다. 도구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예쁜 책, 특별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콘텐츠가 함께 있는 책방을 소개하면 혼자서 한 번 더 가게 되고, 이성친구와도 함께 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문화적 저변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쌓여갈수록 남 대표에겐 조금은 기괴한(!) 습관도 생겼다.

“전 오히려 웬만하면 책에 천착해서 독서를 열심히 하는 일은 지양하고 있어요. 굳이 노력해서 책을 읽진 않아요. 제 목표는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 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책이 재미있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거예요.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이러한 남 대표의 ‘소명’ 때문인지 〈퍼니플랜〉은 지도 서비스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전국 각 지역 책방지기가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내용을 담아 〈계간 동네서점〉을 발행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포털사이트 포스트에 ‘오늘의 동네서점’이라는 주제로 열심히 새 글을 올린다. 물론, 책방이 주인공이다.

“식물책방, 향기 파는 책방, 페미니스트 서점, 맥주와 고양이가 있는 책방. 재밌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 포스트를 모아서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시즌2 책을 낼까도 생각 중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웹서비스 기획자, 플랫폼 실행자예요. 생산 주체는 어디까지나 책방 운영자들이죠.”

단순히 ‘점만 찍는’ 동네서점지도 프로젝트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으로 6개 도시 인문지도를 만들기도 했고,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북스테이 체험수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숙박이 되는 서점에서의 하루를 체험하고 수기를 올리는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누군가의 제안으로, 부추김으로 한 일들이 많아요. 지금도 좀, 그런 편이고요. (웃음)”

남 대표의 멋쩍은 ‘고백’이 약간은 귀여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봐도, ‘한 시도 가만히 못 있는’ 스타일로 보인다. 우리나라 책방 주인들, 당분간 계속 더 바빠질 것 같다. 〈퍼니플랜〉 때문에.

 

‘#그림만화전’이라는 주제로 발행된 〈계간 동네서점〉 2017년 하계호
‘#그림만화전’이라는 주제로 발행된 〈계간 동네서점〉 2017년 하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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