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8 13:37 (화)
고전 축역본의 ‘정본 시대’ 서막 연다. 진형준 교수, 세계문학컬렉션 출간
고전 축역본의 ‘정본 시대’ 서막 연다. 진형준 교수, 세계문학컬렉션 출간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호] 문학평론가이자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진형준 전 홍익대 불문학과 교수가 자신 이름을 내건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이하 세계문학컬렉션)을 출간했다.

이를 기념한 기자 간담회가 지난 9월 7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계문학컬렉션을 기획, 출간하게 된 배경부터 번역 과정 등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입시 지옥으로 아이를 넣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면 대안은 책이잖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한 문학을 읽히는 것일 텐데 너무 두껍고 어려워요.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고전은 없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고전 축역본 출간이었다는 것.

세계문학컬렉션의 태동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자 출신이자 막역한 지우인 살림출판사 심만수 대표와 의기투합해 청소년을 위한 고전을 만들어 보고자 했지만, 완역본을 읽는 것이 곧 올바른 독서라는 국민 정서, 심리적 벽을 절감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5년이 흐른 2007년, 진 교수가 번역 작업에 나서면서 10년만인 올해 가을 세계문학컬렉션 1차분 20권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내 생애 이보다 더 열정적이고 신이 났던 적은 없다”며,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면서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 진 교수는 이와 함께 번역 하는 동안 매일 밤 10시 이전에 취침해 새벽 2~3시면 일어나 오전 시간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컨디션을 조절하자는 마음에서 오후에는 번역 작업을 안 하기로 원칙을 정했지만, 정작 오후가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작업을 이어간 날도 많았다”며 “게임에 빠진 아이처럼 정신없이 매달렸다”고 술회했다.

더불어 각 시대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해석을 덧붙일 것, 문학성과 원전의 정신을 살리되 우리말로 된 새 작품을 쓴다는 생각으로 쓸 것, 마지막으로 고전완역본을 읽을 때 느낀 재미와 감동을 독자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도록 쓸 것이라는 원칙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원전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20권 중 한국어 완역본을 읽고 작업한 『열국지』를 제외하면 영어와 프랑스어 원본을 직접 번역하고, 권당 200쪽 내외로 분량을 맞췄다. 진 교수는 관련해 발췌 번역이나 요약은 하지 않았지만 ‘축역은 의역의 한 형태’라며 원작가들의 위대한 정신에 누가 되지 않는 차원에서 창작도 조금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축역본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에 대해서는 “나도 읽기 어려운 걸 읽으라고 하는 위선은 그만두고 아무리 몸에 좋더라도 입에 쓴 약을 억지로 먹게 하지 말고 당의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입에 넣고 삼켜야 약효가 있을 것 아닌가”라며 원전과 완역본 읽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홀로 고전 100권 번역을 진행하고 있는 진형준 교수는 현재 46권의 번역을 마친 상태로 향후 5년 이내에 완간이 목표라며 “친절한 축역본을 만난 독자들이 완역본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살림출판사 ‘생각하는 힘’ 시리즈로 출간된 세계문학컬렉션은 세계 문학 고전의 가장 보편적이고 정통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을 목표로 삼고, 청소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이해의 폭을 더하기 위해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보탰고,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도 넣었다. 각 작품별 해설을 통해서는 시대 배경과 작가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또 책 마지막 부분에는 작품 주제나 내용에 관련한 중요한 질문을 실어 청소년들의 독후 활동도 돕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