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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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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괜찮아 질까요』 저자, 누다심센터 강현식 대표

마음공부가 필요해

[11월호]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간다. 발을 삐끗해 통증이 오래 갈 때도 병원에 간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재채기가 멈추지 않을 때도. 우리는 병원에 간다. 그런데 유독 ‘마음’이 아플 땐 자꾸만 혼자 견디려 한다. 친구에게 “뭐해”라는 공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어쩌면 최대한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세상엔 ‘취미를 배달해드립니다’라고 광고하는 취미 추천 전문가까지 생겨나는 마당인데, 우리는 대체 우리의 마음에 왜 이리도 야멸찰까. “마음은 없어요. 뇌가 있죠. 뇌 건강이 나빠지면 전문가를 찾으셔야 해요.”라고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누다심(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센터 강현식 대표가 말한다.

 


 

 

심리학자입니까? ‘닉네임’이 독특합니다

맞습니다. 정확히 임상심리학을 공부했고요. 심리상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두려움 등을 깨고 쉽게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다심(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이라는 닉네임으로 글도 쓰고 강연도 합니다. 사실 이런 활동들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마약, 알코올중독을 위한 치료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심리학과로 편입학을 준비하게 됐는데요. 치료공동체란 아직 생소한 개념이죠? 가끔 할리우드 스타들이 ‘재활원에서 퇴소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어요. 물론 실제 재활원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치료공동체에서 생활하다가 퇴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삶 자체에 전문가가 개입해 적극적인 케어를 행하는 방법인데요. 일반적으로 중독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6개월~9개월가량 해당 공동체에 입소해 생활하게 됩니다. 전 이러한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알아보다가 심리학자, 그 중에도 ‘임상심리학자’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처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해 대학원까지 가게 됐고요.

대중에게 심리학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된 계기는 심리학에 접근하기까지 너무 어려웠던 제 경험 때문이었어요. 심리학과 편입학을 위해 다방면으로 정보를 찾아봤지만 심리학과 학생들도 많을 텐데 오픈된 정보가 너무 적더라고요. 시험을 볼 대학교 중에는 심리학개론을 시험과목으로 두는 곳도 꽤 있었는데 공부할 방법이 막막했죠. 어렵게 편입학을 한 이후 제가 공부하는 심리학에 관한 내용들을 당시 유행하던 포털사이트, 지금으로 따지면 블로그 정도 되겠네요. 그곳에 자유롭게 게재했어요. 그렇게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다 보니 출판 제의가 왔고요. 치료공동체 작업을 위해 여러 가지를 경험하던 중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자본 때문에 실현하기 어렵겠다는 벽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책을 쓰면서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20여 년 후엔 제가 만들고자 하는 치료공동체 설립에 후원금을 내 줄 이들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과 같은 작업들을 이어오게 됐습니다.

심리학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 이유는 저처럼 단순히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건 물론 아니었어요. 대학원에 다닐 때 우연히 심리학회 총무간사를 하면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심리학자가 되는 데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정작 그러한 전문가들이 일할 곳은 너무 적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엔 심리학 관련 도서로 『설득의 심리학』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었고요. 그렇게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때 출판 제의를 받게 된 거고, 심리학을 대중들에게 많이 알리고 나아가 치료공동체 설립이라는 꿈도 이루자는 생각으로 지금과 같은 활동을 확대하게 됐습니다.

 

왜 책을 쓰나요

제게 있어 책을 쓴다는 건 저의 지식과 정보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하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성장하는 시간을 의미해요. 책을 팔아 큰 수입을 얻는 건 아니지만 책 한 권을 쓸 때마다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거든요. 오히려 이번 책이 유일하게 ‘심리상담’과 관련된 책이에요. 강의나 칼럼도 물론 중요한 활동이지만 아무래도 인스턴트 같은 작업으로 느껴지죠. 하지만 책을 쓰는 일은 대중들과 꾸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에요. 요즘 많이 느끼는 게 있는데요. 역사 강사 설민석 씨의 영향으로 제 10년 전 저서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을 주제로 강의가 꽤 들어오고 있어요. 재밌는 현상이죠? 책이라는 주춧돌을 놓아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부제가 독특한데요

지난 10여 년 동안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후죽순 생겨버린 비전문인들에 의한 심리상담센터로 피해를 입는 분들이 꽤 발생했어요. 심리상담 분야를 전공한 사람에겐 보는 눈이 있겠지만 일반 대중들은 전문성을 알아보기 힘들잖아요? 정신의학과 의사와 심리학자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고요. 그럴 때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라는 책을 내면서 담당 편집자로부터 ‘저는 심리상담이 처음인데요’라는 주제의 책도 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심리상담에 대해 잘 모르고, 정보가 없어 고민인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개념으로요. 사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책이어서 고사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느낌이랄까요? 민감한 문제를 많이 다뤄야 하거든요. 얘기해 줄 수 있을 만한 다른 전문가들을 몇 차례 소개해봤지만 책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다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른 편집자와 일하게 됐고, 역시 같은 심리학자인 서늘한여름밤(이하 서밤, 닉네임)이 같은 주제로 1인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 함께 책을 집필하게 됐어요. 서밤은 제 대학원 후배이자 제가 오랫동안 운영했던 대학원 심리학과 입시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예요. 포털사이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에서 솔직한 그림일기와 함께 심리학을 배우며 느꼈던 ‘심리학 썰’을 구독자들에게 나누고 있는 심리학자죠. 그래서 서밤은 이번 책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상담비용 등 기존에는 잘 공개하지 않으려는 정보들을 언급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배경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업계에서 욕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습니다. (웃음) 제가 처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만 해도 심리상담센터라고 할 만한 곳들이 많지 않았고 대개 서울 강남 지역 인근에만 있는 정도였어요. 과연 상담비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심리상담전문가들이 8~10만 원 정도라고 얘기하는 상황이었죠. 너무 비싸다는 제 의견에 한 선배는 ‘업계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평균 상담료가 있어서 혼자만 금액을 내리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귀띔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들의 권익보다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상담 때문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을 위해 이러한 민감한 정보까지도 오픈해야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장기적으로는 전문가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업계 전체 흐름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하죠.

 

비용만큼이나 궁금한 질문. ‘정신의학’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정신의학과(이하 정신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생물학’ 학습 훈련을 받게 됩니다. 정신과 수련을 진행하는 대학병원에서 과장 정도 되는 전문의들은 대개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데요. 환자를 돌보는 것은 물론 본인의 논문도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연구 결과를 내야 하고, 이것은 약물 효과 검증으로 진행할 때가 가장 명확하고 쉬울뿐더러 결과가 분명하죠. 이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는 약물 처방을 전문적으로 합니다. 그 중에는 심리치료도 하고 싶다는 소수가 있고, 그들은 관련 학회에 가서 각자의 노력으로 심리치료(정신과에서는 정신치료라고 부릅니다) 훈련을 받기도 해요. 전공의 훈련 기간에 심리치료 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정신과 의사가 심리치료를 잘하지 못한다고 봐서는 안 되지만 심리치료 수준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심리치료를 기대하고 병원에 갔던 분들은 의사에게 상처받아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지만 의사는 약을 처방하게 되니까요. 결론적으로 약물 치료는 반드시 의사에게, 심리치료는 심리학자에게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고요.

우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감정의 우울, 생각의 우울, 행동의 우울인데요. 아침에 일어나면 축 쳐지면서 감정이 가라앉죠? 이런 점이 감정의 우울인데 약물로 치료가 잘 되는 부분입니다. 행동의 우울은 과다수면, 자살충동 등의 증상이고요. 문제는 생각의 우울이에요. 끊임없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해, 나는 틀렸어’ 같은 비관적인 생각이 나는 거죠. 이런 우울은 불안, 공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약물치료보다는 불안에 대한 내면의 내성을 키울 수 있는 상담치료를 권하고 싶어요. 실제 불안장애 전문의들은 이들에게 약을 잘 처방하지 않거든요. 이와 달리 망상, 환청 등의 증상이 있는 정신증적 증상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하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치료사, 심리상담사, 심리학자가 약물을 처방할 수 없으니 꼭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리상담, 용기를 내지 못하는 모두에게

지금도 어르신들 중에는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며 아픈 곳이 있어도 병원에 잘 안 가는 분들이 있죠. 돈이 있어도 투자전문가보다는 무조건 은행에 맡기려는 분들도 있고요. 과거에는 우리 삶 모두를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전문분야가 늘어나면서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자녀 문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수 발생했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들이 굉장히 필요할 만한 시점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살아. 의지대로 해. 노력 해. 네 마음은 네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어.’라는 학습을 시키는 데 익숙했어요. 그런데요. 마음은 뇌입니다. 뇌 건강이에요. ‘마음’이라는 건 없는 거죠. 치매 노인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치매 증상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뇌 건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해요. 우리의 마음을 모호하게 보지 말고 ‘아, 나의 뇌 건강이 안 좋아졌구나’라고 느낄 때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은 뇌라는 일정의 법칙을 따르고, 뇌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병을 얻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더 힘드니까요. 내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 마음대로 살지 못합니다. 인간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아요. 불행 중 다행으로 요즘은 매체에 노출되는 유명인들이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주변인을 의식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모두 노력하길 바랍니다.

 

그림 서늘한여름밤
그림 서늘한여름밤

 

 

『제 마음도 괜찮아 질까요』

강현식(누다심) 글 |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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