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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당신은 이 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과연 당신은 이 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
  • 김이슬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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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상상력을 마주칠 독자를 위한 설명서
『무한의 책』 저자 김희선 인터뷰

 

 

 

 

 

[11월호]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1968년 반포된 ‘국민교육헌장’이 사실은 언어의 파동을 이용해 인간을 무의식적으로 조종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내용을 담은 단편 소설 「교육의 탄생」과 함께 약사 김희선은 작가로 탄생했다. 2011년 문예지 <작가세계> 신인상에 선정된 것. 수상 소감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계속해서 열심히 쓰겠다는 것이다”라고 했던 그는 여전히 ‘쓰는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 첫 장편 소설 『무한의 책』을 선보인데 이어 내년에 출간 예정인 소설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문단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희선 작가가 만들어낼 세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2015년 발표한 『라면의 황제』의 표제작 「라면의 황제」는 다른 소설과 비교해 SF가 아니라 사회 풍자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라면의 황제」를 쓸 때 첫 소설집이 나오면 이를 제목으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라면을 좋아하거든요.(웃음) 글쓰기 전부터 소설에 나오는 ‘김기수 씨’라는 캐릭터는 머릿속에 있었어요. 소설 속 김기수 씨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약국을 운영하면서 주로 마주친 사람들은 김기수 씨 같은 분들이에요.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보통의 인물들이 문학작품이나 다른 매체에서는 답답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현실에서 사람들은 생동감이 넘치는데 매체 속 그들은 평면적 또는 전형적으로만 비쳐져서 실제와 매체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느꼈죠. 또한 기존 매체가 인간의 삶을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삶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어요. 글쓰기 전에 주제 의식을 정해서 사전에 구상하지는 않고, 나중에 ‘소설을 쓰고 보니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라고 느끼는 편이에요. 운영했던 약국이 강원도 원주 중앙시장 앞에 있다 보니 주로 횡성, 평창 등 과 같이 시골에서 사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어렵게 생계를 꾸려 가시는 분들이나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을 보면서 나름대로 사람에 대한 감수성을 많이 키웠고 이를 소설에 많이 녹이기도 했죠. 하지만 약국 운영하면서 실제 접했던 인물이나 일화를 소설에 쓴 일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직접 겪었던 일들 중에는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가 많아서 이를 작품으로 쓰고자 했으면 손쉬웠겠지만 가상이 아닌 진짜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사실이 잘못 전달 될 수도 있고,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일화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은 진짜이기 때문에 그에게 생기는 미안한 감정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일이니까요.

 

올해 출간된 첫 장편소설 『무한의 책』은 ‘혼란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셨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글을 쓸 때 특별히 따로 구상하지는 않아요. 소설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 첫 문장과 서문, 전체적인 줄거리만 머릿속에 넣어 둔 상태에서 작품을 쓰기 시작해요. 『무한의 책』은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이고 구성이 촘촘하게 짜인 소설이에요. 처음에 원고지 120매 분량의 단편으로 쓰다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잠시 접기도 했어요. 그러다 다시 쓰기 시작해 2015년 5월부터 17개월 동안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어요. 연재가 끝나고 나서 올해 단행본으로 출간했고요. 몇 해 전부터 복잡한 줄거리와 비선형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어요. 난해하고 독특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전체적인 모습이 한눈에 그려지는 작품을 보면 전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류의 소설을 쓰고 싶었죠. 디테일을 좀 더 살리고 싶었지만 원고 분량이 많아져서 단념했어요. 독자들이 내용이 복잡하다고 할지 몰랐는데 알았다면 세부적인 이야기를 더 추가했을 텐데요.

 

『무한의 책』 주요 화자 스티브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흔한 주인공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영웅 이미지와 거리가 먼 스티브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영화를 좋아하지만 마블 영화는 안 봤고, 웬만한 SF 영화는 챙겨보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는 잘 안 봤어요. 사실, 반(反) 영웅적인 것이 제 취향이에요. 선악이 분명한 작품이나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본래부터 거부감이 많았어요. 스티브가 표면적으로는 세상을 구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자신을 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은 결국 자신의 세계니까요. 어둠에 빠져 있는 사람이 거기서 스스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티브라는 캐릭터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SF나 과학소설에 흥미를 갖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있었나요

아버지께서 교사였던 까닭에 전근을 많이 다니셔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외가댁에서 살았어요. 주위에는 어르신들만 계셔서 같이 놀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대신 외할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냈죠. 주로 세계명작전집이나 백과사전을 봤었고,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학급 문고에서 책을 빌려 읽었어요. 제가 어렸을 땐 교실에 학급 문고가 하나씩 있었거든요. 보통 서가에 20~30권정도 꽂혀 있었는데 새 학기가 되자마자 거기 책을 거의 다 읽었어요. 당시에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 영화 「더 씽」의 원작 소설 『누가 거기에 가나? Who Goes There?』도 읽었는데 그게 다 외계인 나오는 소설이잖아요. 그 때부터 호러나 SF물에 관심을 가졌어요. 고교 시절에는 야간 자율학습도 빠지면서까지 친구들과 함께 호러와 SF영화를 보러 다녔어요. 한번은 영화 「로보캅」을 봤었는데 결말이 너무 감동이었어요. 로봇 만들러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결국, 어머니의 권유로 약학과에 입학했지만 말이에요.

 

결국 약학대학에 진학하셨지만 결정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건 언제쯤인가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긴 했지만 소설가가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모험 소설, 중·고등학교 때는 추리소설을 습작했었죠. 하지만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니까요.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2008년 약국을 접었고 여유 시간이 많아져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편입했어요. 3·4학년을 다녀보니까 국어 공부가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고전 문법이 특히 재미있었어요. 졸업 후에는 내친 김에 좀 더 공부해보라는 남편의 권유로 문예 창작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소설 작문 수업이 재미있을 듯싶어 시작했는데 한 학기 만에 덜컥 등단 해버렸어요. 그때 등단작이 바로 『라면의 황제』에 있는 「교육의 탄생」이에요. 대학원 동기의 권유로 작품을 출품할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투고했기에 당선통보를 받았을 때도 믿지 않았어요. 심지어 장난 전화라고 생각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죠. 그러다 교수님께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실감을 했어요. 다시 돌아가서, 약학대학은 진학은 어머니의 강권으로 인한 것이었고 그래서 당시 나름대로 불만이 있었지만 그때 약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소설가가 되고 난 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남편이 완전히 떠받들어 줘요.(웃음) 저와 같은 약사인 남편은 ‘정말 쓰고 싶은 거 끝까지 써서 나중에 사람들이 알아주는 작가가 되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해요. 아이한테는 엄마가 소설가라는 이야기를 잘 못해요. 조금 쑥스러워서요. 하지만 아이가 제 독자이기도 한데 단편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데 『무한의 책』 은 아직 안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작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목표는 없고 이르지 않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데다 약국을 그만두고 병원에서 약사로 시간제 근무로 일하면서 뛰어든 일이기 때문에 제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어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 굳이 소설을 쓸 이유가 없죠. 비교적 늦었지만 새롭게 시작한 만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가 만든 생생한 캐릭터를 독자들께 보여주고 함께 공감하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다채롭게 글로 써 낼 수 있길 바라요. 이 모든 이야기를 작품으로 발표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서네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라고 불리고 평가받고 싶으신가요.

재미있는 작가로 불렸으면 좋겠어요. 또한 독자들이 제 작품을 두고 ‘읽는 동안 재미있고, 읽고 나서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소설’이라고 평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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