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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그릇’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당신의 ‘말그릇’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 최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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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릇』의 저자 김윤나 인터뷰

 

장소제공 책방 사춘기
장소제공 책방 사춘기

[11월호] 우리는 과연 ‘분노 유발’ 사회를 살아가고 있을까. “너의 말은 참으로 나에게 화를 불러일으키는구나”라고 일갈하고 싶은 누군가를 당신은 오늘 아침에도 마주했을지 모른다. 그렇다. 대개는 ‘말’ 때문에,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기도 하 고, 10년 묵은 체증과 같은 미움이 한순간 눈 녹듯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것이 아마 말의 힘이겠다. 한 번은 생각해 보자. ‘너’의 말이 내게 부드럽기를 바라기보다 ‘나’의 말을 먼저 어떻게 빚어야 할지. 그렇다면 나의 말, 어떻게 빚어야 할까?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 우는 『말그릇』 저자이자 코칭심리학자 김윤나 작가의 ‘말’을 들어 보자.

 


 

김윤나의 ‘말’

코칭이란

저도 코칭으로 밥 먹고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코치라고 하면 스포츠를 많이 떠올리시죠. 제가 말씀드리는 코치는 변화를 돕는 도구를 뜻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심리상담과는 방식과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치료가 필요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심리상담이라면 코칭은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 쉽게 설명이 될까요? 누구나 지금 내 인생이 어떻게 굴러 가고 있지? 못 해먹겠다.’ 하는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방법을 찾기 어렵죠. 코치는 그런 분들과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갖고요. 저는 그 안에서 주로 언어, 질문, 피드백 등의 방법으로 좋은 리더, 좋은 아빠,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자발적 변화를 돕고 있습니다.

 

# 말그릇이란

그동안 해 온 작업을 통해 만들어 본 단어인데요.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어를 봤을 때 독자들이 이미 직관적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어의 정의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고요. 말하는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이어지는 말은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열어 보시길 바랄게요. 말그릇에는 사람을 담고, 나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 간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네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코칭심리학자이자 기업 전문 강사 김윤나 작가는 유독 ‘신임’이란 단어가 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신임 팀장, 신임 부장, 신임 이사… 대개는 유수의 기업 팀장 이상 임원급이다. 신임이라는 말은 분명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막 그 자리에 올랐다는 걸 나타내는데 그들은 승진한 지 평균 3개월 여 만에 김 작가를 만난다. “코치님, 제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거예요”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의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그들, 아니 사실 우리 모두는 무슨 일이든 처음엔 ‘과한 의욕’을 부려 쉽게 실수를 범하곤 한다. 좋은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압박감, 사원일 때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우리의 ‘진심’을 화끈하게 뭉개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선배,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 하죠. 이왕이면 직장에 다니면서 한 달 월급만을 위해 살기 보단 성취감, 이곳에서 내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싶은 목표 또한 있게 마련이고요. 그런데 그러한 진심이 회사의 오너나 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곤 해요. 저는 그걸 ‘배달 사고’라고 부릅니다. 원인이 뭘까요”

김 작가의 역질문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독불장군’ 같은 리더들에게 진심을 논한 것이 어딘가 생소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배달 사고라니? 김 작가가 파악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자신의 위치 전환에 따른 힘 조절 실패와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그들에게 진심이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 스스로 “나에게 문제가 있군”이라는 깨달음 속에 코칭 요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신임인 그들이 ‘저지르는’ 문제들을 해결해 분명 그 자리에 올라갈 만한 이유가 있는 유능함이 제대로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에 회사 측에서 코칭을 권유하는 경우다. 그 중엔 일명 ‘까까 리더십’을 장착한 윤 팀장(가명)도 있었다. 그가 팀장이 되고 3개월 만에 사원 4명이 퇴사했다. 까까 리더십이 뭔지 묻는 김 작가에게 윤 팀장은 대답했다. “까라면 까. 입니다.” 세상에나.

윤 팀장을 코칭하면서 그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팀원들을 따로 인터뷰 해 무엇이 가장 힘든지 등에 대해 의견을 듣자 윤 팀장의 의사소통 방식이 어느 곳에서 기인했는지 차츰 파악됐다. 엄했던 아버지, 형제간 문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안고 있는 부담감. 윤 팀장을 알아갈수록 그의 ‘까까 리더십’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윤 팀장에게 칭찬하는 기술이나 경청하는 기술을 가르쳐 줘 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수많은 코칭 경험에 따른 직관이 김 작가를 관통했다.

“코칭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자발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그 변화를 보다 용이하게 하도록 돕는 도구예요. 윤 팀장 같은 분들은 문제를 인식하기까지도 힘들지만 문제를 인식한 이후 곧장 말씀하시죠. ‘코치님, 저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를 변화시켜 주세요.’ 저는 그럼 코치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윤 팀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웃음)”

 

나의 말썽꾸러기 ‘말’의 원인, 들여다봅시다

김 작가는 인간의 언어가 잠든 내면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하며 살았다.

“집안에 빨간 딱지 한 번은 붙어 봐야 경제난을 논할 수 있지 않겠어요? 부모님이 부부싸움 하는 날엔 무조건 경찰차가 떴고요. 화끈하죠” 일곱 살에 이혼한 부모님과 재혼한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는 동안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그에겐 배움을 거듭해도 채우기 어려운 갈증이 있었다. 왜 가까운 사람을 지킬 수 없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학부에서는 국어국문학을, 석사과정으로 교육학을, 박사과정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며 도대체 내 안의 이 갈증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찾아봤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돌아가시기 전 알콜중독으로 힘겨워하셨던 아버지의 말그릇은 당연히 크지 못했다. 그런 남편과 살아야 했던 지금의 친정엄마는 친자식이 아니어서 체벌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감정을 쌓아 두다가 딸에게 한 번씩 예고 없이 감정의 댐을 열어버리곤 했다. 거듭되는 공부 속에 머릿엔 다양한 지식이 들어왔지만 일반적인 관계를 넘어 가까운 사람과 맺게 되는 관계에서는 ‘배운 것’을 사용할 수 없었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음에도, 너무 좋다는 ‘기술’도 자신만 필터링을 거치면 빛을 잃는 것 같았다. 허리 디스크의 통증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찾기 위해 MRI를 찍는 것처럼 어떤 문제 때문에 나의 말에서 악취가 나는지, 내 말의 어떤 부분 때문에 자꾸만 관계가 틀어지는지 찍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할 만큼 고민은 깊었다.

“꽤 오랫동안 인문학 열풍이 지속되고 있죠? ‘나’를 이해하는 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요. 말이란 한 사람의 인생이 응축돼 나오는 것인데, 도대체 나의 내면 어느 곳 때문에 나의 말은 악취에 싸여 나올 수밖에 없는지 알고 싶은 거죠. 저도 공부를 거듭한 끝에 결국엔 나 자신을 알아봐야겠다는 결과에 도달했어요. 그래서 지난 저서 『나공부』를 통해 가치, 신념, 욕구, 감정, 강점이라는 5개 영역에서 진짜 나에게 맞는 삶의 방향과 전략을 새롭게 세울 방법을 제시해 보기도 했죠.”

김 작가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측은한 마음, 나를 용서하고 다독이는 마음이 채워져야 함을 알게 된 건 그렇게, 다양한 공부를 한 조금 후의 일이었다. ‘나만 이런 건가’라는 질문이 생겼고 이내 수많은 워크숍과 코칭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글쓰기를 지속한 이유도 비슷하다. 워크숍이 기술을 다루는 단위라면 글쓰기(혹은 독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구였기 때문이다. 워크숍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양면이 교차하는 지점을 느낄 수 없었고 이렇듯 깊이 있는 성찰로 가는 글쓰기란 어느새 3권의 저서를 만들었다.

 

경청·질문하기 ‘잘’ 해야 합니다

언어를 주제로 하는 강연에는 대개 경청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기곤 한다. 집중해서 듣고, 진심을 다 해 끄덕이며 상대방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것이 아마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경청법’일 것이다. 김 작가는 강연 등에서 만난 이들에게 경청에 대한 의견을 듣고 도발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곤 한다.

“주야장천 그 방법만 쓰실 거예요? 듣고, 끄덕인 다음.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해요”

대답이 쉽게 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어느새 ‘경청’이란 이슈 자체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데 오늘도 TV와 신간 도서들은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잘 듣고, 상대방 의견에 공감해 준다는 경청의 기본 공식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말하고 싶고 상대의 말을 가로채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절제하고 오로지 ‘듣는다’는 건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함을, 우리는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절감해 버렸다. 김 작가는 ‘잘’ 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번 저서나 그의 다양한 강의를 들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말일지 모른다. ‘3F’ 경청법에 대해 말이다.

“사실(Fact)을 듣고, 감정(Feeling)을 듣고, 핵심(Focus)를 들어야 해요. 우리가 흔히 삼천포로 빠진다고 하죠. 말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핵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리더들이 오해하고 있는 바가 이것이에요. 경청은 ‘무작정’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가 실제 말하려는 의도로 빨리 갈 수 있게끔 본래 그 의도를 빨리 찾아 주는 듣기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과 노력과 세밀한 기술이 필요해요. 그래서 듣기 능력이 큰 사람은 말그릇도 클 수밖에 없고요.”

예를 들어 늦은 나이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Fact)가 준비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힘들다고(Feeling) 토로할 때, 우리는 그 친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가고 싶은 이유(Focus)를 짚어 주며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질 때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즐거운 경청 실현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작가가 경청만큼이나 강조하는 대화의 자세 중 ‘질문하기’는 어쩌면 경청 이상으로 한국인들에게 아킬레스건과 같은 지점이 아닐까 싶다. 질문을 어려워하고, 귀찮아 하고 심지어 유별나다고 보는 문화를 설명해 보려면 며칠 밤낮이 필요할지 모른다. 김 작가는 이러한 질문 공포 문화의 원인을 질문을 하나의 테스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요소에서 찾는다.

“너 잘했어, 잘못했어”

“왜 이런 식으로 했지”

“자. 지금까지 설명한 거 알아, 몰라”

“확실해”

그렇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채근하고, 닦달하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타인에게 질문을 할 때도, 타인에게 질문을 받을 때도 자연스럽게 공격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김 작가는 상대방이 신이 날만한 질문을 생각하면 된다는 해답을 내놓는다. 자녀가 언제 가장 예쁘냐는 질문을 들은 아기 엄마, 지난달 새로 출시된 전기자동차는 어떤 원리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을 들은 자동차 전문가, 이번 신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은 작가. 이들에게 질문은 분명 질문일 것이다. 게다가 신나서 대답할 수 있는 즐거운 질문 말이다. 그렇게 ‘질문하기’를 연습하다 보면 진짜 궁금해서 해야 하는 질문의 방식도 훨씬 세련되게 할 수 있는, 말그릇이 큰 사람이 될 수 있음이 책에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며 한 가지를 덧붙였다.

“아, 유도질문하시면 안 돼요. ‘어~ 그렇구나? 근데 나는 말이야.’라는 사족은 질문의 순수성을 훼손해 버리죠.”

 

당신의 감정은 어디에 있나요

김 작가가 짚는 ‘말’은 이렇듯 그 속내를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질문하기의 방법 하나에도 우리가 정말 궁금해서 질문하는지,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못된 마음이 표출되는 것인지 단박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내면에는 도대체 어떤 감정들이 뒤엉켜 있는 것일까? 김 작가가 제시한 대로 순수한 궁금증을 담아 질문해 봤다.

“진짜 감정을 찾는 게 중요하죠. ‘잠깐 멈춤’ 질문이라고 해볼게요. 감정에 교차로가 있다면 차가 오고, 가고 시끄러워지는 그 순간에 그곳에 잠깐 서서 생각 해볼 수 있어요. 나 지금 무슨 감정이지?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진짜 분노일까? 아니면 슬픔? 자문하고 표현해 봐야 하죠. 가장 안전한 주변인에게 자신의 그러한 감정 점검하고 있음을 표현해 보세요. 그 대상으로 가족은 추천하고 싶지 않고요. 물론 직장 동료는 곤란해요. (웃음) 베스트프렌드 정도가 좋겠어요. 저는 그렇듯 나의 감정을 표현할 대상을 ‘안전지대’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말그릇』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9월

 


 

책방 사춘기

서울특별시 광진구 동일로34길 24(군자동) | 010-9844-9992

매주 화요일~토요일 13시~20시 (휴일 일요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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