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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노래] 시월가
[10월의 노래] 시월가
  • 안선정 에디터
  • 승인 2017.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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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xabay BoetnDeure
ⓒ plxabay BoetnDeure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다

[10월호]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작가인 칼릴 지브란이 남긴 말이다. 사유가 빚어낸 문장에는 여백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곱씹을수록 먹먹하게 차오르는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만남과 추억 그리고 만남, 이 필연적인 반복이 곧 우리의 삶이자 때로는 생을 지탱하는 힘이기에 그러한 것이라고 갈음해본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매개는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탄생 이래 본능적으로 지속해 온 노래만큼 불멸한 생명력의 화자話者가 또 있을까 싶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 _ 잊혀진 계절 중

1982년에 발표된 노래 ‘잊혀진 계절’이 한 세대 넘는 세월 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만 두고 보더라도 추억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노래라는 매개의 강력한 기제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생애 가장 극적인 사건인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면서 가을을 관통하는 ‘10월 노래’를 들춰봤다. 해마다 이맘때 즈음이면 찾아 들었던 그 노래여서 반가울 수 있겠고, 이런 노래도 있었구나 싶어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만남이 되기를 바라본다.(기회가 되면 더욱 좋겠다.)

 


 

김동규의 부활 그리고 비상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사진출처 김동규 페이스북
사진출처 김동규 페이스북

7080세대에게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가을을 향유하는 레퍼토리라면, 바리톤 김동규가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대표 가을 노래다. 10월에 열리는 행사 곳곳, 사람들 모여 즐기는 자리 어디서든 불려지고, 들을 수 있다. 특히 아름다운 노랫말 덕분에 결혼식 축가로도 인기가 높다.

명곡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김동규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유럽 3대 오페라 전당 중 하나인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 di Milano극장의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성악가로서 일가를 이룬 그였지 만, 안타깝게도 가정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999년 가을, 부인과 헤어졌다.

아들과도 이별해야 했다. 결국 홀로 한국에 돌아와 쪽방에서 지내면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노래마저 놓았다.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에 당시 MBC 라디오 ‘골든디스크’ 진행자 김기덕 국장이 찾아왔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형식의 노래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길 역시 노래라고 판단해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노르웨이 출신의 혼성 듀오 시크릿가든Secret Garden의 1집 ‘Song From A Secret Garden’에 수록된 ‘Serenade To Spring’ 듣게 됐다. 이곡이다 싶어 가사를 의뢰했다. 작사가 강경혜가 붙인 노랫말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만들어졌다. 봄노래가 가을 음악으로 변신하게 된 까닭은 김동규 자신이 가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명곡의 탄생을 결정짓는 요인을 따지기란 쉽지 않다.

빼어난 가창력, 출중한 외모, 파격적인 퍼포먼스, 노련한 마케팅 등이 총동원 됐다 해서 비례해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유행가로 머무르지 않고 세월 흘러서도 사랑받는 곡을 한데 모은다 한들 같은 기준의 지표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는 것도 그렇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노래가 이토록 꾸준한 애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맞닿았기 때문 아닐는지. 돈을 벌기 위해, 인기를 얻고 싶어 부른 노래가 아닌, 삶 자체가 노래였던 한 남자가 노래로 다시 일어나고자 했던 그 마음, 진심이 통해서가 첫째요. 타고난 목소리와 부드러운 선율, 따뜻한 노랫말이 한데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 것이 둘째겠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 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꺼야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

 

김동규 _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윤종신 좋니

일곱 번째 10월, 곧 찾아올 여덟 번째 10월

사진출처 윤종신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윤종신 인스타그램

윤종신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음악인이다. 작사·작곡해 히트한 노래만 열거해도 손가락을 열 번 이상 헤아려야 할 정도다. 섬세한 감수성에서 발현된 선율도 탁월하지만 그 위에 더해진 가사는 그의 노래에 품격을 더하는 그야말로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천재 뮤지션’ 이라는 호칭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설명이 될까.

하지만 오랜 시간 예능과 오디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방송인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바쁜 연예 활동에도 불구하고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소홀하기는커녕 지난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현재까지 매월 디지털 싱글 음원을 발표해왔다.

마치 음악 장인과도 같았던 그의 행보에 찬란한 녹색불이 켜졌다. 그가 대표 프로듀서로 몸담고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음악 플랫폼 리슨(LISTEN) 일환으로 지난 6월 발표한 노래 ‘좋니’가 차트 역주행에 이어 국내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음악방송 1위에 오른 것이다.

데뷔 28년차 가수의 음악방송 첫 왕좌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음악을 흠모하고, 추종했던 오랜 팬들은 진즉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뿐이라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내 일처럼 기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윤종신은 단순히 가수이기 보다 내 허약한 청춘 시절을 보듬어 준 선배였고, 위로였기 때문이다. 추억이라는 단어 한 모서리에 그의 노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더 가치 있는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내후년이면 음악 인생 30년을 맞는 중견가수의 활약에 담긴 이면이다. 한길 묵묵히 걷다보면, 성실하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다 보면 진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희망의 증거일 수 있다는 게다.

다시 가수 윤종신과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10월의 노래라는 주제 아래 그가 2010년부터 10월 마다 발표했던 곡을 모아본 것뿐이니 그가 부르고 불렀던 월간 윤종신 10월호와 함께 그의 이름 석 자 달린 노래 무엇이라도 들어보기를 권해본다. 이 또한 10월을 추억하는 또다른 만남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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